기획 ‘섬에서 섬으로’

월가의 투자전문지 배런스(Barron’s)는 미국의 주피터(Jupiter)와 솔트레이크시티(Salt Lake City), 캐나다의 밴쿠버(Vancouver), 모나코의 몬테카를로(Monte-Carlo), 프랑스의 엑상 프로방스(Aix-en-Provence), 일본의 후쿠오카(Fukuoka), 그리고 스페인의 마요르카 섬(Mallorca)을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7개의 도시로 선정한 바 있다.

(사진제공=백금숙) 마요르카 해안

지중해에 위치하고 있으며 스페인령인 발레아레스 제도에 속해 있는 라틴어로 ‘큰 섬(insula major)’을 뜻하는 마요르카는 단일 섬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1950년대 영국과 독일에서 처음으로 관광 상품을 선보인 후 마요르카 섬은 유명한 관광지로 부상했고, 1960년대부터 ‘마요르카’라는 단어는 관광의 대중화를 의미하는 상징어가 되기도 했다. 스페인의 이미지인 뜨거운 정열과 속사포 같이 빠른 스페인어의 특징적인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고요함과 평온함이 깃들어 있는 곳이 바로 마요르카다. 하늘과 바다가 같은 빛과 색깔로 어우러지고 자연과 문명이 공존하는 마요르카. 음악가 쇼팽이 조르쥬 상드와 함께 요양한 곳이며, 영국과 독일, 그리고 스페인의 시인과 예술가들이 거주하며 창작을 했던 이 섬은 작가나 예술가, 부호들의 지친 영혼을 달래는 유럽 ‘문화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유럽인들은 망설임 없이 마요르카를 지상낙원이라고 부른다.

마요르카 섬은 총면적 약 3600㎢로 제주도보다 약 2배가 넘는 크기에 인구 78만 명의 섬이지만 한 해 관광객 수만 2000만 명에 달한다. 마요르카 섬의 중심인 팔마(Palma, 혹은 Palma de Mallorca라고 한다)는 스페인 자치지역의 하나인 동시에 역사적으로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하는 카탈루냐 지방에 속하는 발레아레스 제도의 행정중심지다. 발레아레스 제도의 섬들은 해안과 도시, 그리고 해안과 시골이 결합되어 있는 곳이다. 스페인 연안의 지중해와 프랑스, 아프리카 사이에 마요르카, 메노르카, 이비싸, 그리고 포르멘테라 섬이 있다. 이 섬들은 1983년에 자치주가 되었고, 각 섬들은 각자 독특한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스페인 표준어인 마드리드의 카스띠야어 보다는 바르셀로나에 가까운 까딸루냐 방언을 곳곳에서 들을 수 있다. 발레아레스 제도 중 가장 큰 섬 마요르카는 저렴한 패키지 관광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관광은 대개 해안 지역에서 이루어진다. 내륙으로 들어가면 해묵은 수도원, 조류 보호구역, 동굴, 정감 넘치는 조그만 마을들이 나타난다. 해안의 마요르카 풍경과는 매우 대조적인 때 묻지 않고 개성이 넘치는 곳들이다.

(사진제공=백금숙) 마요르카의 에메랄드 빛 바다

마요르카의 기후는 연중 300일 이상의 쾌청일수와 겨울에는 10도, 여름에는 25도 전후의 해양성기후로 농업과 축산업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곳곳에서 지중해의 바람을 이용하여 풍차를 가동시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오렌지와 포도, 그리고 로마시대 이후 천 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올리브 나무를 섬 도처에서 볼 수 있다. 이렇듯 관광지로 알려진 마요르카이지만 여전히 농업이 주요 생업인 사람들이 많아 농작물이 섬 중앙을 중심으로 재배되고 있으며, 농지인 중심부를 사이에 두고 두 줄의 산맥이 북동남서 방향으로 뻗어 있다. 약 400km에 달하는 해안선은 서쪽지역의 깎아지른 듯한 급경사의 절벽과는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글‧백금숙 박사(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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