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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는 농업농촌 창업과 함께[홍창욱의 생생농업 활력농촌-21] 홍창욱 / 무릉외갓집 실장
서귀포신문 | 승인 2018.02.07 14:33
홍창욱 무릉외갓집 실장.

 내가 제주에서, 그것도 농업 분야의 창업을 하게 될 것이란 걸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2009년 제주로 이주할 때만 해도 자본도, 경험도 없이 직장 이주했기 때문이다. 작은 IT회사에 문화컨텐츠 사업 관리자로 취업을 했는데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았다. 보조금 없이는 운영이 안되는 곳이었기에 2년 뒤 미련 없이 그만두었다.  

 그 후 아주 특이한 조건의 직장을 구하러 다녔다. 농업․농촌 분야의 일, 돌 지난 아이를 키우면서 할 수 있는 일이 필요했다. 내가 농촌 출신이고 부모님이 농업 생산과 유통에 종사하셨기에 어릴 때부터 농업은 익숙한 일이었다. 제주에 와보니 관광산업만큼 중요한 기반 산업이 농업이었고 지역에 특화된 작물, 토양, 기후 등 모든 것이 육지와 달랐다. 겨울 들녘이 푸른 것도 놀라웠고 일년내내 품종이 다른 감귤이 생산되는 것도 육지에선 몰랐던 사실이다.

 내게 무릉외갓집은 일하며 배울 수 있고 육아까지 겸할 수 있는 ‘신의 직장’이었다. 제주의 제철 농산물을 매달 혹은 매주 소비자 회원에게 배송하는 일, 쉽지 않은 일이고 흔치 않은 일이다. 전국에 100여개가 넘는 사업체들이 있지만 운영이 제대로 되는 곳은 많지 않다.

 지자체에서, 기업에서, 다양한 조직에서 시도했지만 손이 많이 가는데 비해 이익이 나지 않는다며 포기한 곳이 대다수다. 그도 그럴 것이 다양한 농산물을 한 상자에 담아서 배송해야 하고, 농산물 선택은 소비자가 아니라 지역 생산조직이 맡는다. 무릉외갓집은 2009년부터 매달 회원제 농산물 배송 서비스만 해오다 최근에야 인근 영어교육도시 외국인 선생님들께 매주 배송 서비스를 확대했다.

 좋게 보자면 우직하고 달리보자면 정해진 일만 해오다 보니 뭔가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었다. 마음을 굳히지 못했을 때 대산농촌재단 유럽농업연수를 떠났다. 보름간의 일정이었지만 전국의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는 농업인 선배들을 만났고 나는 부모님이 평생 해오던 농업 일을 내 평생의 업으로 삼기를 결심했다. ‘허드렛일’로 스스로를 폄하하기도 하고 이 일을 과연 내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을까 고심도 했지만 농업만큼 미래가 밝고 다양한 분야와의 접목이 가능한 산업이 없기 때문이다.

 뜻은 세웠는데 농업 분야의 어떤 일을 할까가 또 다시 고민이었다. 소자본으로 가능한 양봉업을 해보자는 결심을 했는데 지역에는 양봉 농가의 숫자에 비해 밀원이 부족했다. 양봉을 배울 곳도 마땅치 않았다. 직장을 다니며 창업을 병행하려다 보니 자연스레 의지는 줄어들었다. 한 해가 지나자 새로운 분야와 사람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몇 년간 지역 농촌을 둘러보니 새로운 작물들은 거의가 아열대 과채류였다. 기후변화의 영향이겠거니 생각했다. 또한 결혼 이주여성과 이주노동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외국인 가족들에게 농산물을 배송하다보니 동남아시아 출신인 그들은 어떤 농산물을 먹을까 궁금해졌다. 더 나아가 제주가 아열대 기후대에 속해있으니 그들 고향의 채소를 제주에서 농사지어보면 어떨까 싶었다.

 결혼 이주여성들이 고향의 채소를 아열대화된 제주에서 농사를 짓는다면 그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역은 새로운 농작물 생산을 통해 소득을 확대하며, 한국에 사는 수많은 동남아시아 외국인들은 고향의 맛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문득 뇌리를 스쳐간 단순한 아이디어를 사회적기업가 선배들, 다문화센터 관계자들, 이해당사자 본인들에게 물어보고 또 설문해보았다. 신선한 아이디어라는 평가를 받은지라 마침 지역혁신을 위한 아이디어 공모전인 ‘제주 클낭 프로젝트’에 지원했고 내 아이디어가 3개의 창업아이템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3개월 동안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김해, 안산 등 소비지를 방문하는 한편 지역의 다문화 농가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올해는 다문화 가족이 생산한 아열대 채소를 내가 직접 만든 브랜드를 통해 출하해볼 생각이다. 공심채 共心彩, 함께 마음을 모으면 빛이 나게 되어 있다. 농사는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지어야 하고 사회적경제 영역 또한 우리 함께 나무가 되어 숲을 지키자는 원리이기에 둘이 잘 맞을 것 같다. 30년을 돌고 돌아 다시 제주의 농촌에서 희망을 뿌리는 농부가 되고자 한다. 쉬운 일보다 어려운 일이 많겠지만 함께 간다면 보람된 일이 많지 않을까.

서귀포신문  sgp199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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