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수 시조시인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즐겨보는 방송이 있다. 그 채널의 2018년 화두는 ‘타인’이었다. “나와 다른 것을 참지 못하는 혐오의 시대. ‘나’와 ‘너’는 어떻게 ‘우리’가 될 수 있을까?” 라는 물음으로 시작해 「타인 8부작」을 신년기획으로 선보이면서 1월 첫 방송을 국민 여동생 배우 문근영씨가 열었다.

역시 반응은 뜨거웠다. 아역출신 배우로서 오랜 시간 대중에게 노출됐고, ‘타인’을 연기해야 하는 배우로서 스스로 타인을 어떻게 이해하려 노력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해받고 싶었는지 눈물을 흘리면서 말한 그녀...

“사실 그게 제일 무서워요. 다른 사람을 만날 때 나는 이 사람이 처음인데, 상대는 나에 대해서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사실은 알고 있고, 너무나 쉽게 그런 이야기를 해요. 생각했던 것과 다르네? 모르면서 너무나 쉽게 평가를 하고 비난을 하고”

배우로 지내면서 주위에 너무나 영향을 많이 주는 타인들이 있었고 그 타인들을 미워하면 편했을 텐데 그걸 못해서 자신을 자꾸 미워하며 살았던 그녀. ‘우리는 과연 타인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그녀의 대답은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노력해야 한다’였다. 이 대답이 인터넷을 타고 퍼지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만들어냈다. 나 또한 그녀의 생각에 공감한다.

사실 그녀도 나도 어쩌면 우리 모두가 살아가면서 ‘나’와 ‘타인’과의 관계 맺기를 잘 못해 어려움을 겪고, 상처받으며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타인은 정말 아무 말도 안 할 수도, 무수히 많은 말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노아야코는「타인은 나를 모른다」라는 책에서 ‘나를 알아주는 타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인간이 어떤 사람과 가장 깊은 관계를 갖게 되는 것은 그 사람이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고 평가해줄 때다. 그런 사람은 어쩐지 좋아진다. 뻔히 보이는 인사치레에는 화가 나지만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점을 그 사람이 찾아내주었을 때 좋아지게 되는 것 같다” 라고.

작가의 말에 따르면 ‘나를 잘 모르는 타인’에서 ‘나를 알아주는 타인’이 된다는 것은 결국 타인이 나를 제대로 이해하고 평가해줄 때라는 것인데, 타인이 나를 제대로 이해하고 평가를 해주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결국 나 자신을 알아주는 타인은 좀처럼 만나기가 어렵고 타인과의 관계 맺기에 지쳐서 대부분 포기하게 된다. 관계 맺기의 출발은 타인에 대한 생각인데 그 생각을 멈추게 된다.

하지만 전문가는 말한다. ‘관계’는 그 누군가에게 다 이해받지 못한다고 해도 끊임없이 노력을 해야 한다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타인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할수록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좀 더 발전적으로 변하게 되고, 나보다는 타인이 어떤 존재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배려도 생긴다고...

문근영씨는 평범한 시민이 아니라 배우이고 공인이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더 타인을 의식하고, 더 많이 타인의 반응에 예민해졌으리라. 그렇다면 타인에게 철밥통(?)이라 불리는 공무원은 그들에게 과연 어떤 타인일까? 공무원은 타인과의 관계 맺기를 잘하고 있는 걸까?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친절하다는 소리가 높아진다면 타인을 생각하고, 타인과의 관계 맺기를 잘하고 있다는 증거겠지만 만약 불협화음이 들린다면 방법은 하나다. 타인의 입장에 서서 바라보는 수밖에 없다. 화가 난 민원인을 상대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작정 들이댄다고 ‘안됩니다’로 민원을 종결한다면 나와 타인과의 관계는 물론이고 더 나아가 공무원과 시민과의 신뢰관계도 깨지게 마련이다.

바쁘게 살다보면 타인은 고사하고 정작 자신에 대한 생각도 잘 못하고 사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문근영씨 방송을 보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타인을 생각하는 시간을 자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이라도 내 입장이 아니라 타인의 입장에서, 민원인 입장에서 먼저 바라보며 일하는 습관을 갖도록 노력하며 살아가야겠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상처를 준 타인에게 한마디 남긴다면, “이해받지 못해도 괜찮아. 나도 너를 이해할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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