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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만난 이색 농산물들[홍창욱의 생생농업 활력농촌-22] 홍창욱 / 무릉외갓집 실장
서귀포신문(홍창욱) | 승인 2018.02.08 15:58
브로컬리.

내 고향 창원 동읍은 단감주산지로 논보다 밭이 발달해 있었다. 남쪽으로는 계획도시가 자리하고 북쪽으로는 낙동강이 흘러 면적이 좁은 동네였는데, 그 와중에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주남저수지가 중앙에 넓게 자리하고 있었다. 벼농사를 제외하곤 다른 작물이 많지 않았는데 요즘과 비교하면 오히려 지역 먹거리가 더 풍부했다. 앵두가 동네 여기저기에 널려 있어서 아이들이 마음껏 따먹었고 자두 또한 여러 품종이 열려 아이들이 침을 삼키곤 했다. 할머니 텃밭에 심었던 딸기는 내 인생 첫 딸기가 되었고 뒷밭의 떫은 감은 곶감으로도 먹고 홍시로 익혀 먹기도 했다. 산과 들이 모두 단감밭으로 변해 농가소득도 오르고 땅값도 올랐는데 요즘은 왜 그 맛있는 것들이 사라졌을까. 멀리 타지역에서 온 마트 농산물들은 왜 맛이 없을까.

서울에서 살았던 10여년 동안은 조리되지 않은 농산물을 만날 길이 없었다. 하숙할 때는 식사시간마다 밥이 나왔고 자취할 때는 반찬을 사서 먹었다. 대도시 살며 과일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결혼하고 신혼 때는 과일을 조금씩 사서 먹었는데 껍질이 부풀어오른 감귤 1봉지를 사서 퇴근할 때 행복한 느낌도 살짝 들었다.

제주에 와서는 정말 감귤을 원 없이 먹었다. 서귀포 사는 동료가 감귤 한 포대를 회사에 두고 갔는데 아무도 쳐다보질 않았다. 이상히 여기며 집에 가져왔더니 앞 집, 옆 집 귤이 이미 쌓여 있었다. 감귤이 차고 넘쳤지만 배꼽이 튀어나온 듯 도도하게 생긴 한라봉은 흔하게 나눠 먹는 감귤이 아니었다. 동료 여직원이 텃밭에서 따온 한라봉은 달콤한 맛도 맛이었지만 향이 은은하게 좋았다.

그 이후로 농촌에서 일하며 얼마나 많은 이색감귤을 먹었는지 모른다. 천혜향, 레드향, 황금향 등 ‘향’으로 끝나는 향긋한 만감류들을 두루 맛보았고 청견, 청희, 세미놀 등 ‘즙’이 풍부한 ‘오렌지’류의 감귤도 맛보았다. 아마 국내에서 단일 과수로 이렇게 많은 품종이 있는 것은 ‘귤’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감귤 품종은 왜 이렇게 다양해졌을까?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 가격을 잘 받기 위해서일 것이다. 원래 조생감귤이 수확되던 늦가을, 겨울시기보다 조금 앞당기거나 늦추려다 보니 새로운 극조생, 만생품종이 나왔고 과수의 특성상 설과 추석 대목을 노리고 대과 위주로 생산하다보니 만감류들이 출하되기 시작했다. 만감류는 크기, 색깔, 맛과 향이 모두 다르다보니 찾는 소비자들도 조금씩 다르다. 곧 우리도 일본 츠키지닷컴의 ‘딸기, 사과 품종 분류도’처럼 과일 단면과 측면을 잘라 보여주며 품종 고유의 맛과 딱딱한 정도, 크기 등 다양한 기준으로 귤을 선택할 때가 올 것이다.

제주에는 한겨울인데도 푸른 잎의 채소가 밭에 넘쳐난다. 제주에 이주한 아들을 보러 온 엄마가 한겨울 제주들녁의 푸르름을 보고 감탄하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콜라비, 비트, 콜리플라워, 브로컬리 등 월동채소를 나는 제주에서 처음 보았다. 언젠가 비트가 몸에 좋다는 방송을 보고 재배농가를 찾아 무릉외갓집 월꾸러미에 소개한 적이 있는데 배송된 그 다음날 전화를 수 십통 받았다. 먹고 나서 용변을 봤는데 ‘피 색깔’이 나왔는데 잘못 된거 아니냐고. 미리 뉴스레터를 통해 친절히 안내하긴 했지만 나 또한 비트를 먹고나면 항상 놀란다.

애플망고, 바나나, 파파야 등 과일에서부터 차요테, 아스파라거스 등 채소까지 아열대 작물이 다양하다. 수입과일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바나나지만 제주산 바나나는 식감부터가 남달랐다. 지난해 농촌진흥청 청년포럼에서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장을 역임한 박교선 박사를 만나 제주의 새로운 농산물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몇몇 전문가들이 내게 제주에서 인디카 벼를 생산해보라고 권했다고 하니 박 박사는 내게 지중해의 특산물인 ‘올리브’는 어떠냐고 물었다. 별도의 시설 없이도 제주 기후에 올리브나무가 잘 자란다고. 아마 10년 후에 올리브동산이 제주에 생기지 않을까. 예부터 처마 밑에 심어먹었다는 제주의 로컬푸드 양애는 장아찌로만 만날 수 있었는데 특유의 진한 향이 남달랐다. 이제 처마 밑도 점점 사라져가고 새로운 농산물로 먹을거리가 더 풍성해졌지만 제주사람들은 양애 맛에 더 침이 고이지 않을까.    

서귀포신문(홍창욱)  sgp199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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