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천 만세운동·해녀 항쟁과 더불어 도내 3대 항일운동

법정사 항일운동 상징탑.

법정사 무장 항일 운동이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다. 제주도내 최초의 항일운동이면서 31운동과 조천만세운동보다 약 5개월 앞서 진행된 항일 운동이지만 이에 대한 재조명 작업이 미미하다. 

법정사 항일 운동은 31운동과 조천만세운동보다 약 5개월 앞선 1918년 10월 7일 서귀포시 도순동에 위치한 법정사를 중심으로 지역주민 700여 명이 항일운동에 참여했다가 66명이 투옥된 무장 항일 운동이다. 도내 최초 최대의 항일 운동이자 1910년대 종교계가 일으킨 전국 최대 규모의 무장 항일운동으로, 31운동을 비롯해 민족 항일 의식을 전국적으로 확산시켜나가는 선구적 역할을 했다.

당시 법정사 주지 김연일 등 법정사 승려들은 1914년경부터의 일본의 국권 침탈의 부당함을 신도들에게 설명하며 항일의식을 심어주었다. 계획적인 사전 준비 끝에 1918년 10월 7일 새벽 거사가 실행됐다. 법정사 예불에 참석했던 34명의 선봉대가 법정사를 떠나 중문리 경찰관 주재소를 불태웠다. 선봉대장은 강창규였으며, 선봉대가 법정사를 출발해 중문에 이르는 동안 동조 주민들을 규합해 700여 명의 주민들이 가세했다. 이들은 서귀포 경찰관 주재소 기마 순사대의 공격으로 66명이 검거됐고, 법정사는 불태워졌다.

무장항일운동에 참여했던 주요 가담자 66명은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청으로 송치됐으며, 그 중 48명이 소요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법정사 항일 투쟁 66인 명단을 세긴 비석.

일제 당국은 1920년대 들어서면서 법정사 항일운동을 사교도의 민중선동 사건으로 조직적으로 폄하하기 시작했다. 법정사 항일 운동이 벌어진 지 20년이 지난 1938년 <매일신보>에는 법정사 항일운동의 내용이 완전히 다르게 표현될 뿐 아니라 장소도 산방산으로 바뀐다. “제주도는 원래 미신사파가 많은 곳인데, 1918년에 김연일이 사교도를 규합하여 제주도 대정면 산방산에서 불무황제 즉위식을 거행하고 300명의 민중을 선동하였다.”고 호도했다.

이런 이유로 법정사 항일운동은 사교도의 혹세무민 난동으로 묻힐뻔 했다. 하지만 1992년 광주지방 법원판결문이 발굴된 것을 계기로 세상에 바로 알려지게 됐다. 일제 당국에 의해 만들어진 <정구용 판결문>, <강창규 가출옥 관계 서류>, <폭도사 편집자료 고등경찰요사> 등의 법정사 항일운동 관련 자료에 국권회복을 위한 거사였다는 점이 기록되어 있다. 

정구용의 재판 관련 문서인 <정구용 판결문>에는 “전라남도 제주도 도순리 한라산 서남록 법정사의 주지 김연일은 전부터 제국정부의 조선통치에 대해 불평을 품어, 1918년 음 6, 7월경 이래 여러 명의 동지와 의논해 불교도 및 농민을 모아 도당을 만들고, 도내에 거주하는 일본인 관리를 도외로 쫓아냄으로써 제국정부의 통치에 반대하는 기세를 보여주고자 법정사에 모여든 많은 신도들에게 그 뜻을 전하여 가담시켰다.”고 법정사 항일 운동을 주도한 이들의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거사 현장의 선봉대장이었던 강창규가 수감 후 가출옥되어 나오면서 만들어진 서류인 <강창규 가출옥 관계 서류>에는 강창규가 범죄를 저지른 이유가 “한일병합의 이치를 납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일본인을 쫓아내고 선정을 펴기 위해 거사를 일으켰다”고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66명의 애국지사를 모신 의열사.

일제 고등 경찰의 문서인 <폭도사 편집자료 고등경찰요사>에도 법정사 승려들에 대해 국권회복을 위하여 계속하여 주민들에게 반일사상을 고취시키고 있었다고 기록했다.

조천 만세운동, 해녀 항쟁 등은 크게 재조명되어 기념관을 건립해 많은 이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있지만, 이들과 더불어 도내 3대 항일 운동으로 꼽히는 법정사 항일운동에 대한 관심은 부족하다.

행정에서는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총 예산 44억 원을 투자해 2000년도부터 법정사 항일운동 성역화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진입로 1.8km를 개설했고, 66인의 애국지사를 모신 의열사, 관리사, 항일항쟁기념비 등을 건립했다. 

2003년 11월 12일에는 이곳을 도지정문화재기념물 제61-1호로 지정해 법정사가 항일항쟁의 성지임을 나타냈다. 하지만 2011년 이후 이렇다할 사업이 이어지지 않으면서 법정사 항일 운동은 관심 밖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한편, 중문청년회의소는 매년 10월 7일 법정사 항일운동 기념식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도 기념식과 더불어 거리행진, 책자 발간 등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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