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자 / 서귀포시청소년문화의집 관장

온 국민을 열광시켰던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내일부터는 평창패럴림픽이 열리게 되면서 다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가장 국민적인 관심과 열광을 받은 경기라면 여자컬링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국민들이 가장 많이 외친 이름은 ‘영미’가 아니었을까? 컬링에 대해서 잘 몰랐던 국민들이 심장을 조이며 한마음으로 응원한 경기 컬링. 국가대표가 되려고 작정하고 시작한 게 아니라 방과후 활동으로 시작했다는 게 더 인상적이었다. 인기있는 종목이 아니어서 지원이 없었다는 말이 마음 아프게 다가오기도 했다.

또 올림픽과 관련한 많은 뉴스 가운데 영국 BBC방송이 보도한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종목에서 월등한 실력으로 금메달을 딴 17살 한국계 미국인 천재 스노보더로 불리는 클로이 김에 대한 뉴스를 보며 웃픈 감정이 들었다. BBC는 한국계 미국인 클로이 김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엇갈린 시선에 대해 조명했다. 클로이 김의 이름이 대형 포털사이트에 검색되는 등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한국계 미국인이라는데 자부심을 느낀다는 반응이 쏟아졌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그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이런 업적을 달성할 수 없었을 것”이라 자조했다고 전했다.

“클로이가 한국에서 자랐다면 종일 학원 셔틀 타고 학원 뺑뺑이나 돌고 있었을 것이다” 는 말을 하며 한국의 문화는 청소년이 오랜 시간 공부하는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선수가 될 기회를 갖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만약 내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너는 오랜 시간 공부만 해야 했을 것”이라며 “미국인인 네가 부럽다”고 적은 댓글까지 소개했다. 또, BBC는 일부 누리꾼이 창의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한국 상황을 묘사하며, 클로이 김이 다른 직업을 갖게 됐을 것이라고 상상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자랐다면 평범한 여성이 됐을 것”이라는 기사를 접하며 참 많은 생각이 스쳐갔다.

지난 2월 6일, 교육부의 발표에 따르면 고등학교 학교생활기록부에서 교내 수상 경력과 자율동아리 활동, 소논문 실적을 빼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했다고 한다. 교사들이 관찰하기 어려운 학교 밖 활동은 과도한 경쟁과 사교육을 유발할 여지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부모 지원 정도에 따라 학생들 ‘스펙’이 달라지는 폐단을 최소화해 학생부종합전형을 둘러싼 공정성 시비를 줄이겠다는 정책적 의지라고는 하지만 학생 청소년들의 활동이 지금보다 많이 축소될 것이라고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또 교육부는 ‘자율’ ‘동아리’ ‘봉사’ ‘진로’ 4개 항목으로 구성되는 창의적 체험활동 영역에서 학교 밖 청소년단체 활동이나 ‘교과학습 발달상황’의 ‘방과후학교 활동’ 내역을 기재하지 않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교사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으로 창의적 체험활동 최대 글자 수를 현행 3000자에서 대폭 줄이고,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도 최대 1000자에서 500자로 줄일 예정이라고 한다. 교사들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원론적인 의견엔 찬성하지만 교사들이 학생들의 실질적인 활동과 성장 과정을 자세히 기록할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입시성적을 보완하거나 넘어설 수 있는 내용들이기 때문이고, 전공을 찾아갈 때 필요한, 매우 중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록들이 점점 없어진다면 결국 성적으로만 판단하게 될 것이다.

지난 달 청소년운영위원회 모집을 할 때 반가운 전화가 왔다. 중 1이 되는 자녀를 둔 부모님이셨는데 청소년운영위원회에 대해 관심있게 문의하는 전화였다. 이제 중학생이 되면 다양한 활동을 하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문의한다는 전화가 너무 반가웠다. 이제 새학기가 시작이 된다. 청소년들에게 학업만 강요하지 말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주변을 둘러보면 청소년동아리 활동과 다양한 자치활동을 준비하고 청소년들을 기다리는 곳이 많다. 방과후 활동으로 시작한 컬링으로 국가대표팀이 되어 세계를 놀라게 한 여자 컬링팀을 기억하며 다양한 활동으로 제2, 제3의 컬링팀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또 그렇지 않으면 어떠한가? 우리 청소년들이 다양한 참여와 활동으로 건강한 사회의 성원으로 자라날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