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혁 / 서귀포시청 생활환경과

날씨가 많이 풀리긴 했으나 아직까지 제법 쌀쌀하다. 쌀쌀한 날씨에 사람들은 몸을 녹여줄 붕어빵과 따뜻한 커피를 찾는다. 맛있게 먹은 뒤, 붕어빵을 담았던 봉투와 테이크아웃 커피잔은 그 기능을 다해 길거리에 나뒹군다. 버스정류장에 홀로 버려진, 마치 데코레이션처럼 꽂혀있는 빨대와 커피잔을 미화원들이 치워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버리는 사람과 치우는 사람이 다르구나’ 하고 말이다.

쓰레기가 버려져 있는 장소는 비단 버스정류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길을 걷다 만나게 되는 화단은 재떨이 마냥 담배꽁초들을 머금고 있으며, 비가 오면 빗물을 흘려보내는 하수구는 각종 쓰레기들로 그 기능을 다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쓰레기들을 또 미화원들 및 자원봉사 단체들이 치워간다. 우리는 또다시 ‘버리는 사람과 치우는 사람이 다른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현재 우리의 삶은 굉장히 편리하다. 주문을 하는 동시에 음료와 커피가 나오며, 바쁜 현대인의 삶에 발을 맞추기라고 하는 듯 이동하면서도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탄생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음식들이 일회용 용기에 담겨져 나오는 것에서부터 생긴다. 다 먹은 용기가 쓰레기통에 버려지면 좋겠지만, 불행하게도 대부분 거리에 버려진다. 편리함이 삶의 질은 높여주고 있지만, 반대로 우리가 사는 삶의 환경을 병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살고 있는 한 쓰레기는 어쩔 수 없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발생하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법이다. 이는 버리는 사람과 치우는 사람이 일치하느냐, 일치하지 않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일치한다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거리의 쓰레기는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일치하지 않는 순간, 내가 겪었던 상황처럼 누군가가 버린 쓰레기를 또 다른 누군가가 치워야만 한다.

이 얼마나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구조인가. 이러한 비합리한 구조를 바꾸기 위한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쓰레기를 처리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 직접 쓰레기통에 넣기만 하면 된다. 어찌보면 당연하게 들리는 소리일 수 있다. 그러나 불편함을 조금만 감수하는 것으로 위와 같은 비효율적인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으며, 그 변화는 깨끗한 거리환경 조성이라는 긍정적인 산출물을 낳을 수 있다.

우리는 편리함이라는 달콤함에 빠져 당연히 해야 할 의무를 잊고 있는 듯하다. 버리는 사람과 치우는 사람이 일치하는 사회, 우리의 조그마한 실천이 깨끗한 거리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 사회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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