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미 동백나무 군락지에서..

나무에 남아있는 동백꽃.
추위가 물러갈 무렵, 동백꽃은 맥없이 쥐고 있던 가지를 놓고 만다.
주말이라 관경객들이 몰렸다.
주변 민박집 벽에 동백꽃 그림이 정겹다.

끝날 것 같지 않던 맹추위가 물러가고 오랜만에 포근한 날이 찾아왔다. 봄철 날씨치고는 드물게 하늘까지 새파랗다. 이런 주말이면 나들이라도 떠나는 게 정상이다.

이상 한파 때문에 잊고 있던 위미리 동백나무 숲을 찾았다. 예년 같으면 2월에 꽃이 활짝 피었을 때 찾았을 텐데, 올해는 타이밍을 놓쳤다. 겨울 찬바람을 견디며 꽃망울을 터트리던 동백꽃은 추위가 물러가자 미련 없이 쥐고 있던 가지를 놓고 땅에 떨어진다. 정말 슬픈 운명을 타고났다.

아직 나무에 꽃들이 남았고, 그 꽃을 좇아 새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든다. 그리고 그 정겨운 풍경을 찾아 관광객들이 몰렸다.

젊은 연인 한 쌍이 나무 밑을 거닐고 있다. 이들이 있어 나무는 더욱 푸르고 꽃은 한없이 붉다. 바람이 지나갈 때 꽃잎이 휘날리듯 젊은 한 쌍이 지나니 새들이 지저귄다.

100여 년 전 곶자왈에서 열매의 씨를 채취해 이곳에 심었던 현 할머니의 사연에 고개를 숙인다. 모든 게 쉽게 만들어지고, 빠르게 전파되는 디지털 인스턴트 시대. 잠시 이 숲속에서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설계하는 시간이 되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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