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반대와 언론 선정보도로 '분뇨 공동자원화 사업' 막혀, 양돈산업 위기 올 수도

칠성영농조합법인이 운영하는 친환경공동자원화 센터. 가축분뇨를 수거해 액비를 생산하고 필요한 곳에 무상으로 살포하는 사업을 한다.

칠성영농조합법인(대표 송성혁)이 계획하던 ‘분뇨 공동자원화 시설 증설 사업’이 표선면지역 주민들의 반발과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로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지역 양돈농가 가축분뇨 수거가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지난 2000년에 양돈사업으로 출발한 칠성영농합법인. 이후 가축분뇨를 이용해 액비를 생산하는 사업과 액비를 이용해 가축사료를 생산하는 사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지난 2012년에 가시리 인가가 드문 곳에 공장을 지어 분뇨처리와 액비생산 등의 순환형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칠성영농조합법인은 도내 양돈업체 43농가(서귀포 30, 제주시 13)와 계약을 맺고 양돈장의 가축분뇨를 수거한다. 분뇨를 발효해 액비를 생산한 후 필요하다고 요청하는 곳에 무상으로 살포한다. 분뇨수거비용이 주 수익원이 된다.

칠성영농조합법인은 생산된 액비를 일부는 자체 운영하는 사료생산 목초지에 살포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표선면 소재 모 기업 소유의 초지 약 300만평에 살포했다. 송성혁 대표는 액비는 당국으로부터 꾸준히 성분검사를 받아왔고, 1년 중 5차례 정도 살포했다. 살포할 때마다 규정에 따라 신고도 철저히 했다고 한다.

송성혁 칠성영농조합 대표가 기자에게 자원화사업을 설명하는 장면이다. 송 대표는 기자들이 보도를 하기 전에 업체를 방문해 입장을 들었어야했다며 아쉬워했다.

그런데 장마철이 문제다. 비가 내릴 때 액비를 살포하면 식물이 흡수하는 게 아니라 빗물과 함께 넘쳐 하천이나 바다로 갈수 밖에 없는 상황. 그래서 장마철에 생산된 액비를 보관할 탱크를 크게 확장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래서 지난 2016년에 하루 200톤 처리 가능 시설에 100톤 용량을 더해 300톤으로 증설하는 사업을 계획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주민과의 마찰이 빚어졌다. 지난 1월 29일과 2월 14일에 예정됐던 주민설명회는 가시리와 토산1리, 세화1리 주민들의 방해 때문에 파행으로 치달았다. 그리고 2월 14일 주민설명회가 열리기로 한 날, 주민들의 제보로 액비를 살포한 초지에 기자들이 몰렸다.

방송사와 신문사 기자들은 살포한 액비가 흘러넘친다는 내용의 고발 기사를 내보냈고, 화들짝 놀란 서귀포시 녹색환경과는 2월 15일에 현장을 방문해 시료를 채취하고 검사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송 대표는 “기자들이 기사를 내보내려면 업체를 방문해 액비가 어떻게 생산되고 살포되는지를 들어야하는 것 아니냐”며 서운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리고 “당시 눈이 내린 후 녹은 물이 목장에 고여 있는데, 기자들이 주민들 말만 듣고 액비가 넘치는 것으로 보도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칠성영농조합법인이 액비를 살포했던 목장의 소유 기업은 더 이상 액비를 살포하지 말 것을 요구한 것. 목장의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리자 기업이 더 이상 문제에 얽히고 싶지 않아 내린 결정이다. 탱크에 저장된 액비를 살포해야 하는데, 당분간은 그럴 땅이 없다는 것이다.

칠성영농조합법인이 액비를 살포한 목장. 눈이 녹거나 비가 내리면 목장에 물이 고인다. 그런데 주민과 기자들이 이를 액비가 넘치는 장면으로 오인해 잘못된 보도가 나갔다고 서운한 마음을 드러냈다. 당국이 시료를 검사한 결과가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성산읍 모 양돈농가는 “액비는 오폐수가 아니라 자원이고 거름이다. 양돈폐수를 이용해 자원을 만들겠다면 행정이 나서서 주민들을 설득하고 도움을 줘야 하는데, 거꾸로 행정이 주민들과 부화뇌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남원읍 모 농가는 “이제 자원화사업이 중단되면 양돈농가의 오폐수는 어디로 가야 하나”며 한숨을 쉬었다.

서귀포시 양동농가들은 지난 7일에 서귀포시 관계자들을 만나 농가의 애로를 전달했다. 그리고 당국의 시료검사 결과도 나올 예정이다.

순환구조의 끝이 막혀버린 양돈장 분뇨, 이를 타개할 대책이 절실하다. 자칫하면 양돈사업 전체가 파행으로 치달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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