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가 전하는 책 이야기

정아은 지음, 한겨레출판, 2018년 1월 발행

엄마로서 살면서 겪는 힘든 상황들을 책에서 답을 찾아가는 현재 진행형의 이야기이다. 저자는 자신의 속물적인 욕망과 허위의식, 모순된 감정을 낱낱이 드러내며 좌절과 실망의 순간에 책에서 답을 찾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하며 끊임없이 반성하고자 애쓴다. 번역가이자 소설가답게 글에는 특유의 재미와 지적 탐구심이 묻어있다.

《엄마의 독서》는 서평처럼 보이기도 하고 결혼과 육아를 주제로 한 수필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책에 소개된 책들은 김선미의 <지랄발랄 하은맘의 불량육아>, 서형숙의 <엄마 학교>, 제니퍼 시니어의 <부모로 산다는 것>과 같은 엄마 입문서로 많이 읽힌 책도 있지만 카프카의 <변신>이나 <고미숙의 몸과 인문학>, <이길리아의 딸들> 같은 인문교양서도 다수 포함이 되어 있다.

‘그 둘은 만나 결혼을 했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라는 결말이 동화책 속에만 존재하듯이 개인이 결혼이라는 제도에서 겪는 모순감이나 갈등은 그 이전의 경험에 비교도 안 될 만큼 크고 어렵다. 저자는 좌절의 순간에 책을 집어 들어 자신의 고민의 실체를 파악하려고 하고 개인을 넘어선 사회와 구조의 문제까지도 짚어본다.

심리학, 철학, 여성학, 사회학 등의 고전에서 기발한 상상력을 엿보기도 하고 책에 관해 비판하기도 하며 다양한 책들을 소개한다. 부모의 의무나 모성 등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가치에 대해 그 신화의 틀을 깨뜨리고 개인의 욕망과 행복에 주목하려는 저자의 시선에서 통쾌함을 느끼면서 평소에 손에 붙잡기 어려운 <팬티 바르게 개는 법>, <아이들은 어떻게 권력을 잡았나>, <역사 속의 매춘부들>과 같은 책에도 관심을 갖게 해준다.

표피적인 관계 속에서 느끼는 소외감이나 과장되고 왜곡된 자의식과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낮은 자존감에 관한 솔직한 고백은 독자에게 공감과 함께 위로를 느끼게 해준다. 아직 해답을 다 찾은 것도 이룬 것도 아니고 여전히 고민은 현재형이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지금보다 나은 세상에 대한 희망을 그려보는 것. 치열하게 고민하고 답을 찾으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자신의 문제 바깥의 세계를 함께 고민하는 것. 이것이 이 책을 쓴 이나 읽은 이가 얻는 소득인 것 같다.

양윤수 표선도서관 사서9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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