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서귀포소방서 중문119센터 김대호

서귀포소방서 중문119센터 김대호

“6살 아이가 벌에 쏘였어요! 도와주세요!” 119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제주시 모 골프장에서 6살 아이가 벌에 수차례 쏘였다는 신고였다. 구급차가 골프장에 도착했을 때 어린이는 벌에 7차례나 쏘여 몸 곳곳이 부어있었다. 긴급히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해야 했던 긴박한 상황이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는 환자를 태우고 제주대학교병원으로 향했다. 퇴근시간 차가 몰려 병원까지 도착하려면 최소 1시간 이상 걸리는 상황. 특히 제주시 신촌 진드르길에서 삼양검문소 사거리로 이동하는 도로는 외곽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차량이 많아 꽉 막힌 상태였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리자 앞선 차들이 길을 터주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구급차를 위해 하나 둘 좌우로 간격을 벌리며 정체구간을 벗어날 때까지 통로를 만들어 줬다. ‘모세의 기적’이 펼쳐진 것이다. 다행히 환자는 25분가량을 단축해 병원으로 옮겨졌고, 신속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운전자의 양보와 시민 의식이 만들어준 ‘길 터주기’ 사례다.

최근 도내 인구와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불법 주정차와 차량정체, 교통사고 등의 문제가 급증하고 있다. 위 사례처럼 많은 시민들이 119 출동에 도움을 주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차량 문제 등으로 긴급사고 대처와 환자 이송 등에 어려움을 겪는 게 현실이다. 오늘도 각 소방관서에서는 골든타임 사수를 위해 주요 정체구간과 차량 밀집지역 등에서 소방차량 길터주기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길 터주기는 어렵지 않다. 1분이면 우리 가족과 이웃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인 길 터주기를 이 글을 통해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우선 편도 2차선 도로에서 소방차나 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올 경우 긴급차량은 1차선으로 진행하며 일반차량은 2차선으로 양보운전 한다. 편도 3차선 이상도로일 경우 좌우측 가장자리로 자리를 양보운전 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 횡단보도 보행자인 경우 소방차를 보면 잠시 보행을 멈추고 기다려주면 출동 시 안전운행에 큰 도움이 된다. 작은 행동이지만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소중한 행동들이다.

시민과 관광객들이 소방차량 길 터주기 방법을 숙지하고 행동해준다면 119 출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모세의 기적’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꽃샘추위가 끝나 다가오는 봄 내 가족과 이웃을 지키는 소중한 ‘1분’을 행사해 주시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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