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가회의 소속 시인 90인의 시 모음

 『검은 돌 숨비소리』
걷는사람 / 2018년 3월 23일 1판 1쇄 찍음 / 2018년 4월 3일 1판 1쇄 펴냄
184면 / 값 10,000원 / ISBN 979-11-960081-9-2 04810 / 판형 207*130mm

    
제주4.3을 기억하는 한국작가회의 소속 시인들이 제주4·3 70주년 기념 시 모음집을 펴냈다.

봄이 일흔 번째 다녀가는 동안 4․3의 진실은 차츰 선연해졌으나, 여전히 완결 짓지 못한 이야기로 남아 있다. 희생자 추모, 유가족 위로 등의 해결은 고사하고 아직 올바른 역사적 이름조차 얻지 못한 제주4.3이다.

항쟁? 혹은 사태나 사건? 그것이 무엇이든 4.3은 ‘가장 아름다운 땅에서 일어난 가장 비극적인 일’임에 분명하다. 이를 위무하기 위해 제주4.3을 기억하는 한국작가회의 소속 90명의 시인들이 제주4·3 70주년을 맞아 시 모음집 『검은 돌 숨비소리』를 펴냈다.

이번 시 모음집 발간에 앞장 선 제주작가회의(한국작가회의 제주지회) 지회장 이종형 시인은 “잊지 않는다는 것, 기억한다는 것만이 4․3의 전부가 아닐 것입니다. 4․3의 역사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 그 성찰의 시간이 바로 지금입니다. 4․3 영령들을 위무하고 진혼의 술잔을 따라 올리는 마음으로 방방곡곡의 시편을 모았습니다. 제주4․3 70주기를 맞는 이 봄날 붉은 꽃을 따라간 푸른 잎들도 돌아와 아문 상처 위로, 새살이 돋아야 할 때입니다.”라고 발간 취지를 밝혔다.

『검은 돌 숨비소리』에는 4․3의 고통스런 역사와 4.3정신 등을 소재로 한 시 90편이 담겨 있다. 제주 지역은 물론 전국 각지 작가들의 신작시를 1편씩 모았다. 원로 신경림, 정희성, 이시영 시인부터 안현미, 장이지, 김성규 등 젊은 시인에 이르기까지 총 90명의 시인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특히 김수열, 이종형, 홍경희 시인 등 제주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시인들이 주도적으로 힘을 모았다. 국내를 대표하는 이들 시인들은 『검은 돌 숨비소리』에서 저마다의 절절한 목소리로 4.3의 아픔을 노래했다.

흙은 살이요 바위는 뼈로다
두 살배기 어린 생명도 죽였구나
신발도 벗어놓고 울며 갔구나
모진 바람에 순이 삼촌도
억장이 무너져 뼈만 널부러져 있네

- 정희성 「너븐숭이」 전문


때죽나무 가지 위에 하나둘
날갯짓 숨기고 모여들어
석 잔의 술을 따르고
깊게 무릎 꿇어 절을 올리는
한낮의 풍경을 가만 가만 지켜보는
검은 눈동자들

청동 제사상 위 소박하게 진설된 제물들을 보며
자정의 제례가 끝나기를 기다리다 끝내
졸음을 쫓아내지 못하고 꾸벅꾸벅 조는 아이처럼
서로의 부리와 부리를 맞대고
대를 잇는 기억을 나누며
오늘을 잊지 말자고
부디 잊지 말자고

마치 환생의 순간을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숲의 생명들이 다시 하나가 되는 날
한라산 까마귀들도 함께 음복하는 제삿날

- 이종형 「산전山田. 3」 전문

『검은 돌 숨비소리』에 담긴 90편의 시를 차분히 읽다 보면, 4.3이 70년 전 과거가 아니라 여전히 현재임을, 지금 이 순간의 절통한 통증임을 느낄 수 있다. 역사의 상처를 되새기고 동시에 한층 성숙한 내일을 모색하고자 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독자들은 각각의 시편들에서 특별한 울림을 얻게 될 것이다. 4.3의 아픔으로 일그러진 시 속 낱낱의 얼굴들을 통해 역사적 상처를 보다 깊숙이 들여다보는 것은 물론 그 상처를 여기서 먼 어느 땅이 아니라 바로 지금 내가 발 딛고 있는 이곳의 것으로 넉넉이 보듬어 안게 될 것이다.

제주에서 나고 자라 활동하고 있는 강덕환 시인은 “4.3항쟁 70주년은 곧 기억 투쟁이며 제주도민 뿐 아니라 한국사회가 분단을 거부하고 통일을 갈망했던 한민족의 염원을 담고 있는 행사가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시집의 표제작이 된 「따뜻해질 때까지」를 쓴 이정록 시인은 “제주 4.3의 역사는 죽은 역사가 아니라고, 구멍 숭숭한 검은 돌에서 여전히 숨소리가 들리는 살아있는 역사이며, 역사의 현재성을 이어가는 몫은 시인들 뿐 아니라 깨어있는 시민들의 손에 달려있다.”라고 말하며 “70주년 이후에도 4.3 항쟁 희생자에 대한 추모와 기록은 앞으로도 계속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 전시로 만나는 『검은 돌 숨비소리』

제주4․3 70주년을 기념하는 다채로운 행사 자리에서도 『검은 돌 숨비소리』를 만날 수 있다. 제주작가회의는 3월 3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제주4.3 평화공원 야외 문주에서 제주 4.3 추념 시화전을 개최한다. 해마다 제주4·3 희생자 위령제가 열리는 현장이나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려온 4.3 시화전은 올해에도 <그 역사, 다시 우릴 부른다면>이란 주제로 제주4·3의 고통스런 역사의 기억뿐만 아니라 평화와 인권, 화해, 상생 등을 다룬 시화작품들을 제주4·3평화공원 문주에 전시한다. 이와 관련 『검은 돌 숨비소리』에 수록된 작품을 사진, 그래픽 이미지와 함께 시화로 제작, 전시할 예정이다. 또한 4월 7일에는 ‘4.3 국민문화제’ 행사의 일환으로 광화문 촛불광장에 도서 전시 부스를 마련, 『검은 돌 숨비소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수록 시인] (총 90명, 가나다순)
강덕환   강방영   강봉수   고영숙   고우란   고재종   권선희   권혁소   김경윤   김경훈  김광렬   김규중  
김문택   김병심   김병택   김석교   김  섬   김성규   김성주   김수열   김수우   김순남  김순선   김승립
김연미   김영란   김영숙   김요아킴 김용락   김윤숙   김은경   김정숙   김준태   김진수  김진숙   김진하
김해자   김희운   김희정   나종영   문경선   문동만   문무병   문상희   문순자   박관서  박남준   박두규
박소란   박찬세   백남이   서안나   서정원   석연경   손세실리아  송 상  송태웅  신경림   안상학
안은주   안현미   양동림   양전형   오광석   오승철   오영호   유용주   유현아   이덕규  이민숙   이상인
이시영   이애자   이은봉   이정록   이종형  장영춘   장이지   정우영   정찬일   정희성   조진태  조한일
진순효   최기종   한희정   허영선   허유미  현택훈   홍경희   황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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