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과 보수경쟁에서 열세, 국민의당과 통합 후 지지율 정체 등에 실망한 듯

원희룡 지사가 10일, 바른미래당을 탈당한다고 밝혔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10일 오후 2시에 바른미래당 탈당을 선언할 예정이다. 정가에서는 원 지사의 탈당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난달 27일 바른미래당 소속이었던 제주도의회 강연호(표선면)·이경용(서홍·대륜동)·현정화(대천·중문·예래동) 의원이 바른미래당 탈당을 선언했다. 이들은 대체로 원 지사와 정치적 행보를 함께했던 인물들로, 이들의 탈당이 원 지사 탈당의 전주곡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이었다.

바른정당은 지난해 초 출범한 이후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유승민 대표가 대선에서 정책 선거의 기치를 내걸고 분투했지만 6% 대의 초라한 성적으로 4위에 올랐다. 바른정당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바른정당 창당에 함께했던 국회의원들이 하나 둘 자유한국당에 복당했고, 사망선고를 받을 것으로 여겨졌던 자유한국당이 오히려 의석수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유승민 대표는 위기를 타기할 방책으로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시도했다. 원 지사의 측근을 통하는 한 인사는 지난 가을에 “원 지사는 국민의당과 통합에 대해 유승민 대표와 논의하고 있다”며 “합당을 지정사실로 받아들이고 그에 대비해 선거 구상을 한다”고 전했다.

그런데 남경필 경기지사가 지난 1월 9일,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며 바른정당 탈당을 선언했다. 과거 보수진영 내에서 함께 소장파 그룹을 형성했고 바른정당 창당을 주도했던 유승민-남경필-원희룡 3각 리더십에 안철수 대표가 끼어들면서 판이 어그러진 형국이다.

국민의당과 통합해 바른미래당을 출범시켰지만 지지율 반등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바른미래당이 최근 안철수 전 의원을 서울시장 후보를 추대했다. 하지만 안 후보의 지지율이 여권 후보에 크게 밀린다는 조사결과가 나오면서 지지율 반등의 한 가닥 희망마저 사라졌다. 결국 바른미래당이 전국 어디에서도 유권자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굳이 당적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선 것.

최근 원 지사는 유승민 대표와 만나 자신의 거취에 대해 의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바른미래당 당적이 원 지사의 당선에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데 이견이 없기 때문에 유승민 대표도 더 이상 탈당을 만류하지 못했다고 한다.

원 지사는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결심할 것으로 점쳐진다. 무소속 후보가 제주지사 선거에서 당선을 거머쥔 사례는 최근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 2006년에는 집권 한나라당이 현명관 삼성물산 회장을 도지사 후보로 영입하는 것에 반발해 김태환 지사가 탈당 후 무소속 출마해 당선됐다. 2010년에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우근민 전 지사의 성희롱 전력을 문제 삼아 공천 부적격 판정을 내리자 우근민 후보는 역시 무소속 출마해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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