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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보리 넘실거리는 어린왕자의 별청보리축제 앞둔 가파도, 평일에도 인파 몰려
장태욱 | 승인 2018.04.13 12:28

가파도가 푸른파도와 익어가는 보리로 넘실거린다. 한들거리는 보리가 어우러진 섬의 정경은 한가로움 그 자체다. 그 푸른 평화를 찾아 운진항에서 도항선 ‘21삼영호’에 몸을 실었다.

평일임에도 배를 타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길게 줄을 이었다. 운진항 인근 주민은 “청보리축제가 열리지 않을 때도 사람들이 즐겨 찾는데, 마침 축제 개막을 앞두고 있어 사람들이 배를 가득 채운다”고 말했다.

섬에 도착해보니 이미 들어온 관광객들로 섬이 북적거린다. 항구 인근에 자전거를 대여하는 가게가 있어서, 젊은이들은 주로 자전거로 섬을 둘러본다. 연인들은 주로 2인용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데, 보리밭 사이로 자전거를 타는 모습에서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섬이 방석처럼 납작해서 섬의 가운데 쯤 있는 초등하교 주변에 서면 섬 구석구석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 2013년에 주민들에게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설치된 풍력발전기 2기도 넘실거리는 보리와 더불어 운치를 더한다. 여기에 푸른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산방산, 송악산, 모슬봉 등이 병풍의 그림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인간적인 것들이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곳, 마치 어린왕자가 방문했던 별과 같다.

가파도는 서귀포시 대정읍에 속한 섬으로, 하모리에서 약 2.1km 떨어진 화산섬이다. 섬은 가오리와 같은 형상을 띠며, 둘레 약 4㎞, 총면적 0.84㎢에 이른다.

 

<증보 탐라지>에 따르면 이 섬에 사람이 정착한 것은 1751년(영조 27)의 일이다. 당시 제주목사였던 정언유가 섬에 검은 소를 키우는 목장을 설치해 소 50마리를 방목한 것이 주민 정착의 시작이다.

근대, 폭력을 띠고 섬에 상륙

이 섬에 소를 키우게 되자, 1840년(헌종 6년)에는 영국 함선 한 척이 섬에 정박하고 소를 약탈해가는 일이 일어났다. 당시 영국 선박은 대포를 발사하며 조선인들을 위협하기도 했다. 근대는 그렇게 폭력적인 모습을 띠고 섬을 통해 조선에 발을 붙였다.

그 일이 있은 후에 1842년(헌종 8년)에 이르러 제주목사 이원조가 사람들로 하여금 섬에 들어와 밭을 일구고 세금을 내게 했더니 정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가파도의 토질은 한눈 알아볼 만큼 비옥하다. 정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마침내 큰 마을을 이뤘다. 그 후 주민들은 고구마 농사를 짓거나 해산물을 채취하면서 삶을 영위했다.

가파도 해안을 이루는 암석은 제주도 해안에 널리 분포하는 검은색 다공질 현무암과는 매우 다른 것들이다. 암석이 회백색이고, 바닥이 판판하여 강정마을 구럼비해안을 연상시키는 것들이다. 기반암이 강정동의 것과 비슷하기 때문에 토질도 강정마을의 논처럼 찰진 황색이다. 그래서 학자들은 가파도의 기반암이 강정동의 것과 비슷하여 가파도의 암석을 한때 강정동현무암질조면안산암으로 분류한 적이 있다.

납작해도 밑둥만 남은 오래되고 거대한 화산체

그런데 최근 암석의 나이를 조사해본 결과, 가파도의 나이는 대략 80만년 안팎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내 단일 화산체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산방산과 비슷한 연령으로, 제주도 초기 화산활동의 결과 생긴 화산체다. 반면에 강정동해안 암석의 경우는 그 연령이 약 40만년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파도 주변의 해저지형을 조사한 결과 주변이 원래 육상 환경에 있었고, 섬은 산방산과 모양이 비슷하면서도 그보다 규모가 더 큰 용암돔이었음이 밝혀졌다. 그러다가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되어 섬이 여러 차례 해수에 잠겼다가 노출되는 과정을 거쳤다. 그 과정에서 파도의 침식을 심하게 받아 섬은 바닥만 남기고 남작한 모양으로 남게 되었다.

큰 나무를 잘라내고 남은 그루터기로도 원래나무의 크기와 연령을 알 수 있듯이, 가파도의 경우도 물속에 잠긴 바닥만 보고서 원래 거대한 화산체였음을 짐작하는 것이다.

섬의 서북부 해안도로에는 주민들이 바람을 막기 위해 쌓아놓은 돌담이 길게 이어지는데, 돌담의 제주도 본섬의 것과는 매우 다르다. 암석이 현무암과 달리 조면암산암질인데다 오랜 세월 풍화작용을 받아 돌들은 표면이 매끄럽고 매우 둥글둥글하다. 기반암이 바람과 해수의 풍화작용으로 인해 모양이 구형으로 된 것들인데, 이를 핵석(core stone)이라 한다.

가파도는 주민들이 살고 있는 소규모섬인 만큼, 다양한 실험들이 섬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섬을 대상으로 다양한 시도 이어져

한국전력과 제주도는 지난 2011년, 사업비 146억 원을 투입해 가파도에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 발전설비와 ESS(에너지저장장치) 등으로 전력 생산‧저장‧공급을 자체적으로 할 수 있도록 소규모 독립형 전력망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하는 가파도 '카본 프리 아일랜드'(CFI) 사업을 추진했다.

섬 전체 37가구에 3킬로와트(㎾)급 태양광 집열판과 250㎾짜리 풍력발전기 2기, 3850㎾h짜리 전력저장장치(ESS) 등을 설치했다. 가정 당 태양광발전기 설치비용 1260만원 가운데 주민은 10%(126만원)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제주자치도가 보조했다.

도중에 풍력발전기가 멈추면서 원성을 사기도 했지만 지금은 ‘마이크로그리드’의 모양을 갖추고 있다.

제주자치도는 지난 2013년 가파도를 자연 환경적 특성을 살린 예술과 문화가 있는 섬으로 만들기 위해 프로젝트를 구상해 발표했다. 이른바 ‘가파도 아름다운 섬 만들기 프로젝트’이다.

이를 위해 지난 2016년 이후 총 사업비 133억원을 투입해 문화예술창작공간, 게스트하우스, 매표소, 어업센터 등의 기반시설을 지원했다. 가파도 자연생태계의 복원, 섬을 떠났던 사람들이 돌아올 수 있는 경제 기반 구축, 문화 예술 공간의 확충, 균형 있는 발전과 지속가능한 미래 등을 목표로 삼았다.

지난 12일에는 가파도 프로젝트 지원시설 개관식이 가파도 마을강당에서 열렸다. 원희룡 도지사와 허창옥 도의원,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김동옥 가파리 마을리장 등 마을 주민 100여명이 함께했다.

어른들이 버린 쓰레기를 치우러 가는 아이들.
돌아오는 길.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이었다.

가파도 프로젝트를 위한 기반시설이 갖춰지면서, 이를 운영하기 위한 주체들의 노력과 협조가 절실하다는 생각이다.

관광도 축제도 좋지만 아이들에게는

배 시간에 쫓겨 서둘러 부두로 돌아가는데, 10명도 채 안되는 어린이들이 집게와 비닐봉지 등을 들고 교문을 나서고 있다. 아이들이 마을을 청소하러 가는 길이라고 했다.

축제가 다가오며 섬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아져 버리는 쓰레기도 자연히 늘어나는 상황. 그 쓰레기를 치우는 일이 해마다 아이들의 몫이었다니, 관광도 좋고 축제도 좋다지만 어른들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이 푸르고 아름다운 섬에서 가파도청보리축제가 14일에 개막해 한 달 동안 열린다.

장태욱  taeuk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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