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알라룸푸르 시내 투어1] 이스타나 네가라 왕궁과 메르데카 광장

지난 3월 28일부터 4월 2일까지 2018국제야구스포츠교류에 참여해 말레이시아를 방문했다. 서귀포시야구소프트볼협회가 해마다 추진하는 행사인데, 개인적으로는 지난 2015년 이후 3년 만에 해외 나들이를 결심했다.

해마다 임원들을 격려하고 협회 활동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기회를 만들어주시는 문순용 서귀포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과 고영수 상임부회장, 장상오 부회장에게 고마운 마음 전한다. 그리고 현지에서 궂은일 마다하지 않았던 이재헌 사무국장, 저녁에 외출도 삼가고 방에 박혀 노트북과 씨름하던 룸메이트와 재미없게 며칠을 보냈던 이경석 감사님에게 미안한 마음 전한다.

<서귀포신문>도 최근 일손이 부족해져서 해외 나들이 결심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말레이시아 방문을 기꺼이 결행한 한 가지 이유는 고도(古都) 말라카(Melaka) 방문에 대한 오랜 염원 때문이다. 이 도시에 대한 내용은 이후 기사로 소개할 예정이다.

몇 회 이어질 기사가 스포츠교류 사업에 조그만 결실로 남길 소망한다. -기자 주

말레이시아 국왕이 살고 있는 이스타나 네가라(Istana Negara)왕궁. 말레이시아는 연방 국가로, 9개 주의 술탄이 순서대로 5년씩 국왕의 자리에 오른다. 하지만 입헌군주국이기 때문에 실제 행정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정문에서 바라본 궁전의 모습. 노란 깃발이 올려 있으면 왕이 궁전에 머무르고 있다는 의미다.
관광객들과 종일 사진을 찍는 게 근위병들의 임무처럼 보였다.

장시간 비행에 따른 여독이 몸에 남은 채로 우리 일행은 쿠알라룸푸르 시티투어를 시작했다. 우리를 태운 버스가 처음 찾은 곳은 말레이시아 국왕이 사는 이스타나 네가라(Istana Negara)왕궁이다. 쿠알라룸푸르는 한때 주석 광산으로 부를 일군 도시인데, 지난 1928년에 주석광업으로 부자가 된 화교가 왕궁을 세웠다고 한다.

말레이시아는 조호르(Johor), 커다(Kedah), 클란탄(Kelantan), 느그리슴빌란(Negeri Sembilan), 파항(Pahang), 페락(Perak), 페를리스(Perlis), 슬랑오르(Selangor), 트렝가누(Terengganu), 말라카(Malacca), 페낭(Penang), 사바(Sabah), 사라왁(Sarawak) 등 13개주로 이뤄진 연방국가다.

그 가운데 말라카(Malacca), 페낭(Penang), 사바(Sabah), 사라왁(Sarawak) 등 4개 주는 임명제 주지자가 관리하고 나머지 9개 주에는 연방 술탄(연방 왕)이 있다. 그리고 9개 주의 술탄이 5년 임기로 술탄(국왕)에 오른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1957년 영국의 지배에서 해방되면서 각 주별로 국왕에 오르는 순서를 정했다고 한다. 연방제 국가를 성공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각 주의 술탄들이 지혜를 발휘한 결과다. 국왕의 임기가 끝나면 각 주의 술탄이 모여 형식상 차기 국왕을 선출하는 투표를 실시한다. 클란탄(Kelantan) 주의 무하마드 5세가 지난 2016년에 국가 술탄에 즉위해 이 왕궁을 지키고 있다.

국왕을 상징하는 노란 깃발이 올라가 있으면 국왕이 왕실에 있는 것이고, 깃발이 내려가면 부재중이란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국왕을 상징하는 깃발이 올려 있었다.

말레이시아는 입헌군주제 국가이기 때문에 주의 술탄이든 국왕이든 실제 백성을 다스리는 일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장기간 외국의 식민 통치를 받다가 독립을 이룬 후, 술탄들은 말레이인들의 구심점 역할을 독톡해 했다는 평가다. 국민들은 술탄을 존경하고, 그 연장선에서 연방술탄의 생일과 국왕의 생일은 공식 휴일이다.

왕궁은 관광객들의 입장이 불가능하다. 왕궁 정문에서 외관만 돌아보면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정도만 가능한데, 정문에 좌‧우에 각각 서있는 근위병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게 방문의 최대치 수확이다.

메르데카 광장. 잔디밭 뒤에 보이는 빨간 지붕 건물이 과거 영국인 장교들이 클럽하우스로 사용하던 건물이다.
툰쿠 압둘라흐만(Tunku Abdul Rahman) 말레이시아 초대 총리가 1957년 8월 31일,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는 장면이다.
상하이 외탄가를 연상시키는 영국식 거리다.
영국이 총독부 관청으로 사용했던 건물이다, 후에 말리이시아 연방법원 건물로 사용되더니 최근에는 박물관으로 변신 중이다.

다음에 찾은 곳은 메르데카(Merdeka) 광장이다. 툰쿠 압둘라흐만(Tunku Abdul Rahman) 말레이시아 초대 총리가 1957년 8월 31일,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곳이다. 비단 영국만으로 부터의 독립이 아니라, 포루투갈-네덜란드-영국-일본-영국으로 이어진 450년 가까운 식민지배의 종식을 고하는 순간이었다.

광장에 영국 국기가 내려지고, 말레이시아 국기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리고 밤에 광장 주변 모든 건물의 불이 꺼지고 암흑을 맞은 후 다시 새롭게 불을 밝혔다. 말레이시아는 그렇게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

메르데카 광장 앞에서면 근대 유럽풍 건물들이 즐비해서 마치 상하이 외탄가에 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눈여겨 볼 건물은 영국 식민지 시절 총독부 건물로 사용됐던 술탄압둘사맛(Sultan Abdul Samad). 잘란 라자(Jalan Raja) 거리를 따라 150미터 가량 길게 뻗어있다. 독립 이후 말레이시아 대법원 건물로 사용되더니 최근에는 박물관으로 변신하는 중에 있다. 건물을 장식하는 수십 개의 아치와 돔 장식이 야자수와 주변 광장과 어우러져 관광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영국인 장교들을 위한 클럽하우스로 사용되던 건물도 있다.  지금 이 건물은 슬랑오르 클럽(Royal Slangor Club)이라는 이름을 얻어 말레이시아 최고 상류층들을 위한 사교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때 우리 축구선수들이 메르데카컵 축구대회에서 우승을 한 후 귀국하면 온 나라가 들썩이고 선수단을 태운 차들이 서울시내에서 퍼레이드를 벌이던 시절이 있었다. 말레이시아가 자국의 독립을 기념해 1957년 이후 해마다 개최한 아시아 국가대표 축구대회다. 말레이시아는 예나 지금이나 축구 무관심국이고, 출전하는 동남아 팀들 실력도 대부분 도긴개긴인 상황에서도 승리에 굶주린 백성들은 당시 승전보에 그렇게 감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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