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도(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

제주도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관련 정책을 꼽으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계획이 카본 프리 아일랜드 2030(Cabon Free Island Jeju by 2030) 계획일 것이다. 그만큼 우근민도정에 이어 원희룡 도정까지 이어지는 가장 중요한 에너지 계획이 바로 이 계획이다. 비법정 계획임에도 제주도에서는 에너지 기본계획에 해당 내용들이 빼곡히 담길 만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결국 이 계획에 어떤 내용들이 담기느냐가 사실상 제주도 에너지 계획을 좌지우지 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카본 프리 아일랜드 2030 계획의 핵심 축은 두 개다. 하나는 재생에너지의 확대 보급이고, 한 축은 전기자동차의 확대 보급이다. 한 쪽은 전기 생산을 재생에너지로 하고 화석 연료계 발전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한 쪽은 화석 연료계 엔진을 이용한 차량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만약 이대로라면 제주도는 탄소 저감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을 넘어 환경 대기질이 어느 지역보다 깨끗하고 월등한 지역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 계획에는 양적 확대만 있지 감소에 대한 내용은 없다. 신재생 에너지의 확대는 있는데, 화석 연료를 이용한 발전소의 감축 계획은 없다. 앞으로 천연가스(LNG)의 보급에 따라 LNG발전소도 건립되어 있고, 또 건립한다는 계획인데 이에 대한 내용도 들어 있지 않다. 물론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화석 연료를 이용한 자동차의 감차를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하겠다는 내용이 빠져있다. 그리고 가장 핵심적인 내용인 에너지 절약이 빠져 있다.

 

신재생 에너지 강국으로 발돋움 하는 국가들은 하나 같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데 정책적 노력을 쏟고 있다. 에너지 효율화(efficiency)와 절약(saving)이 신재생 에너지 100%로 가는 중요한 정책이라는데 깊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친환경·탈핵 에너지 정책을 가장 성공적으로 이행한 국가로 볼 수 있는 독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독일은 에너지 패러다임이 신재생 에너지 확대로 나아감에 따라 이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성공적으로 이행하고 있다. 2011년 통과된 에너지 전환 정책(Energiewende)을 시작으로 2010년 제정되어 2017년 발효된 재생 에너지법(EGG)까지, 독일은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은 물론 재생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 확대를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 그중에 핵심은 역시 에너지 효율화와 절약에 있다.

 

독일은 1차 에너지 소비량(2008년 기준)을 2020년까지 20%, 2050년까지 50% 줄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추진 중이다. 또 지난해 100개의 주요 제품을 선정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은 ‘기후천사’ 라벨을 붙여 소비자들이 잘 식별할 수 있도록 했다. 산업 부문의 에너지 집약도(단위 생산량, 단위면적 등에 필요한 에너지 양)는 호주 다음으로 낮다. 현재 독일은 전기의 13%를 복합열병합발전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 비율을 2020년까지 25%로 높일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와 민간, 산업 모두 에너지 효율화에 집중하면서 같은 제품이라도 에너지를 덜 소비하는 제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에너지 절약과 관련된 기술도 국가적 관심으로 크게 성장하고 있다. 덕분에 독일은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결국 제주도가 재생 에너지 100% 전환으로 가려면 절약은 필수다. 그래야 과도한 설비의 양적증가가 없더라도 100% 재생 에너지의 전환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제주도가 보급하려는 재생 에너지양은 너무 막대하다. 풍력과 태양광을 합쳐 설비양만 3Gw를 상회한다. 실질적으로 보급 가능한 양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어떤 발전소든 과도하게 지어서 좋을 일은 없다. 그리고 과도한 양은 달성하기도 어려울뿐더러 그에 따른 갈등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보다 강력한 에너지 절약 정책이 제주도에 필요하다.

 

여름철과 겨울철에 전기 사용이 집중되는 제주도의 특성과 관광지라는 특수성을 생각하면 먼저 건축물에 대한 단열과 에너지 효율 증대가 필요해 보인다. 여름철과 겨울철 전력피크를 위해 발전소를 더 지어야하는 상황을 방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에너지 소비가 집중되는 관광숙박업에 대해서는 더욱더 이런 정책 추진이 절실하지만 이런 노력은 계획에 없다. 최근 제주도 내 시민사회단체들이 제주도 에너지기본조례에 절약 내용을 강화하는 조례개정을 추진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지금이라도 제주도정이 이런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보다 강력한 에너지절약 정책을 추진해 제대로 된 카본 프리 아일랜드 2030 계획을 만들어가길 바라본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