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우리 부모님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나는 항상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는 육아 전문가는 아니지만, 우리 아이들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입니다.”

그래서 나는 우리 아들이 엄마 껌딱지인 걸 안다. 사실 아들을 10분만 보고 있으면 전문가가 아니라도 엄마 껌딱지인걸 알 수 있다.
우리 아들은 지금도 엄마를 매일 찾지만, 과거에는 절대로 엄마에게 떨어지지 않는 아이였다. 아빠의 엄청난 노력으로 이제는 아빠랑 목욕탕도 같이 간다. 맨 처음 아빠 등에 우리 아들이 비누칠해줄 때는 눈물이 살짝 나오려고 했다.

아이가 엄마 껌딱지일 때 내가 가장 당황했던 것은 워터파크에서였다. 다섯 살쯤 되면 남자아이가 여자 탈의실이나 여탕에 가기가 곤란하다. 만약 아이 덩치가 크다면 더 곤란하다. 우리 아들이 그랬다. 표 사는 입구부터 엄마랑 간다고 울고불고 난리가 아니었다. 어찌어찌 떼어내서 옷 갈아 입히고 샤워하려고 하면 또 대성통곡이다.

“엄마랑 목욕할 거야. 엉엉.”

물론 옷 갈아 입힐 때도 대성통곡은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일이 자주 일어나니 아내와 엄마 껌딱지를 제거하자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작업했다. 그 작업들을 보면 크게 세 가지로 분류를 할 수가 있다.
    
1. 아내가 작전을 짜서 아이와 내가 친해지게 하기
2. 남편의 1박 2일 독박육아
3. 여행을 통한 친밀감 형성

 

엄마 껌딱지 떼어내기 첫 번째 TIP

“아빠에게 육아를 시킬 때 하루에 10~30분씩 늘려라. 급하게 늘리면 아이도 아빠도 당황해한다.”


아내가 작전을 짜서 아이와 친해지는 건 아내와 이야기했다기보다 아내에게 사육(?)을 당한 것이다. 아내랑 언젠가 TV에 나온 개그맨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개그맨 남편이 억지로 당일치기 독박육아를 하는데 처음에는 어찌어찌 아이를 돌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힘들어하는 모습이었다. 그때 전문가가 그러더라. “한 번에 독박육아는 좋지 않습니다. 오늘은 30분, 내일은 1시간 이런 식으로 육아하는 시간을 늘려 가야 합니다.” 그 이후에 아내가 나에게 가끔 지령을 내린다. 물론 아내가 힘들어 보여서 내가 자청한 적도 있다. 나도 가끔 착한 남편 코스프레를 하니까.

아내가 힘들 때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아내가 이야기한다. “어머니네 잠깐만 가 있어.” 그럼 나는 군말 없이 간다. 가서 어떤 때는 1시간, 아내가 너무 힘들어하면 반나절 정도 혼자 가서 아이들 저녁 먹이고 오기도 한다.
어느 날은 아내가 친구와 춘천을 놀러 가고 싶어 했다. 그래서 하루 휴가를 줬다. 그런 날은 며칠 전부터 아이들이랑 무엇을 할지 아내랑 스케쥴을 짠다. ‘오전에는 키즈카페를 가던가 박물관을 우선 한번 가주고, 마트에서 점심을 먹이고, 오후에는 동네 놀이터를 가고 그러다 힘들면 우리 어머니네로 간다’ 이렇게 대략적인 스케쥴을 짜고 아내가 여행을 가고 나서 그때그때 아이들의 컨디션에 맞춰서 아이랑 하루를 보낸다.
아내도 간만에 스트레스를 풀고 정말 좋았단다. 처음에는 우리 아들이 엄마를 찾으면서 많이 울었지만 이런 일이 자주 있으니 이제는 적응하는 것 같다. 아빠랑 놀면 엄마와 하는 것과 다른 놀이를 하니 아빠랑 노는 것에도 재미를 붙인다. 물론 엄마가 나타나면 “엄마~ 아아앙”하고 울면서 날아가지만 말이다. 그래도 그런 것들이 쌓여서 지금은 엄마가 집을 나가나 들어오나 크게 찡얼대지는 않는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엄마는 혼자서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엄마 껌딱지 떼어내기 두 번째 TIP

“가끔 정말 가끔 1박 2일로 아내 여행을 보내라. 그럼 아내도 남편을 더 사랑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 엄마 껌딱지 떼어내는 방법은 남편이 1박 2일 또는 2박 3일 독박육아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아내의 의지가 아닌 아내 회사의 의지였다. 아내가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출장이나 워크숍을 가게 되니 자연스럽게 독박육아를 하게 되었다. 사실 지금도 2박 3일 독박육아는 좋아하지 않는다. 평일에는 어린이집이라도 보내지 주말에는 온종일 아이들과 있어야 하니 피곤은 하다.

이렇게 독박육아를 하게 되면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인지 아는가? “오늘 저녁 뭐 먹일까?”이다. 어린이집에서 4시 30분쯤 데리고 와서 놀이터에서 6시까지 놀고 나면 집에 들어가자마자 밥을 먹여야 하는데 그 전에 음식을 준비해 놓아야 한다. 만약 준비해 놓지 않으면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기도 한다. 이제는 익숙해져서 이런 일이 생기면 미리미리 저녁 준비를 해 놓는다. 보통 한 끼는 볶음밥을 해주고, 두 번째는 계란후라이와 마른반찬을 준다. 그다음부터 정말 고민이다. 계속 볶음밥만 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덕분에 아이 음식 만드는 스킬은 점점 늘었다. 스파게티는 기본이고 짜장밥, 카레밥도 한다. 종종 생각한다. 이것을 매일 하는 엄마들은 정말 대단하다고 말이다.

처음 독박육아를 할 때는 우리 아들이 정말 많이 울었다. 지금도 독박육아 하면 저녁에 자기 전에 “엄마 보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조금 서운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도 아내가 보고 싶으니까. 그래서 나도 이렇게 이야기한다. “아빠도 엄마 보고 싶다.” 그러면서 아들이랑 딸이랑 셋이 한 이불에서 잔다. 난 독박 육아하면 가장 뿌듯한 것을 찾으라고 하면 이것이다. 아이들이랑 한 이불에서 자는 거. 우리 아이들이 양쪽에서 내 팔베개하고 자면 내가 아빠구나 하는 생각과 아빠로서의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엄마 껌딱지 떼어내기 세 번째 TIP
“여행하면서 껌딱지를 아빠에게 조금씩 넘겨라. 어느 순간 아빠 껌딱지가 될 때가 있다.”

세 번째 엄마 껌딱지 떼어내는 방법은 우리 가족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가족 여행을 가는 것이다. 여행을 가면 어른도 새로운 것에 대한 생각으로 긴장도 하고 기대도 한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이들도 긴장과 기대를 한다. 그래서 긴장 상태에서는 엄마가 없으면 무조건 아빠에게 붙는다. 그 와중에 아빠와의 친밀감이 당연히 생긴다. 기대감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즐거우면 곁에 있는 사람이 아빠인지 엄마인지 상관없다. 아이도 흥분되어 있으므로 같이 있는 사람과 즐거움을 즐긴다. 그때 옆에 있는 사람이 아빠라면 아빠와의 친밀감이 당연히 더 생긴다.
그래도 모름지기 아빠의 가장 큰 장점은 든든함이다. 여행하게 되면 우리 아들은 아빠와 같이 새로운 곳을 더 많이 간다. 아빠만 있어도 새로운 곳에 대한 흥미로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빠는 그 정도로 든든한 존재이다.
얼마 전에도 여행을 가서 식당에 갔는데 아들이 갑자기 아빠랑 나가자고 했다. “왜”하고 물어봤더니 “싸움 놀이하자”라고 했다. 나가서 칼싸움 놀이하자는 것이다. 엄마가 그런 놀이는 안 해주니까 이제 여행 가서도 놀 때는 아빠한테 밥 먹을 때는 엄마한테 간다.

여행은 모든 사람을 자라게 하고 변하게 한다.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으로 엄마 껌딱지도 떼어내고 서로 서로가 자라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빠잘좀키워줘봐! (도서출판 밥북) 생각실천연구소_김진성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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