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여행 다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얼마 전 우리 아들이 아파서 어린이집을 가지 않았다. 그런데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오지 않아 좀 의아했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다음날 어린이집 가서 우리 아들이 아팠어요 하고 이야기하니 선생님이 놀라면서 이렇게 이야기하셨다.

“자주 놀러 다니시잖아요. 그래서 요새 날씨가 좋으니 가족 여행가신 줄 알았어요.”

거꾸로 생각하면 선생님이 관심이 없으신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선생님이 이렇게 생각할 만큼 우리 가족은 여행을 자주 다닌다.

내가 아이들하고 여행을 자주 다니니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 아이도 어린데 왜 자꾸 여행가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았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나도 한번 생각하게 된다.

“내가 왜 아이들과 여행을 다닐까? 여행 갔다 오면 아이들하고 극기 훈련했다고 하고 다신 안 간다고 하면서 왜 또 떠날까?”


출처 : 작가 본인


아이들하고 여행 다니다 보면 극기 훈련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갔다 와서 진이 다 빠져서 뻗어 버리기도 하고 여행지에서 힘들어서 싸우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래도 내가 아이들과 여행을 또 떠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내가 즐기기 위해서다.
우리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한강 수영장에서 수영하던, 제주도나 괌에서 수영하던 그냥 수영장을 가는 것이다. 가끔 농담으로 비행기 타고 수영하러 간다고 하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여행은 그냥 부모와 함께 다니는 것이다. 그러니 아이들을 위해서 여행 간다는 생각은 어느 순간 없어지고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게 된다.

“여행은 내가 즐기러 가는 것이고 아이는 내가 가니까 따라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야 마음이 편하다. 아이가 어리면 여행에 대한 기억은 부모의 기억과 사진에만 있게 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아이들의 인지 능력 향상을 위해서다.
나는 종종 여행가기 전후 아이들의 행동하는 모습을 관찰하는데, 자세히 관찰하면 아이들의 여행 전후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나는 그 차이를 인지 능력 향상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여행을 갔다 오면 아이들의 말투도 조금 바뀌고, 사물을 대하는 행동도 조금 바뀐다. 아들 같은 경우에는 여행을 갔다 오면 행동이 커지기도 한다.

물론 일주일이 지나면 바뀌었던 행동들이 원래대로 돌아간다. 하지만 계속되는 여행이 지속적인 자극을 줄 것이고 그로 인해 변해가는 행동들이 분명 몸에 각인이 될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지금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좋다.

출처:작가본인

세 번째는 부모의 만족감이다.
아이들에게 여행을 예고하면 아이들이 친구들에게 자랑한다. 아이들에게 자랑할 거리를 만들어 주면 왠지 뿌듯하다. 여행을 갔다 와서 아이들의 즐거워하는 모습과 성장한 모습을 보면 그것만큼 행복함을 느끼게 되는 것도 없다.
또 한 가지 아빠는 여행을 다녀오면 아이와 함께 하는 숙제를 하나 끝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숙제하고 나서의 후련함도 느끼게 되니 정말 부모의 만족감으로 여행을 가는 것이다.


어느 날 내가 우리 딸에게 여행에 관해서 물어본 적이 있다.

“나은아, 여행 또 가고 싶어?”
“응!”
“왜 가고 싶어?”
“가족이랑 하루 종일 같이 있을 수 있잖아”


즐거운 여행이라는 것은 내가 즐기고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여행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 함께 경험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이걸 아이도 알고 있다.
봄이 되었다.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고 있다. 멀 리가 아니더라도 가까운 곳으로 가족 나들이하면 어떨까? 그럼 아이들이 이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족이랑 함께 해서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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