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림_대림외과의원 원장

서귀포 의료원장 삼년 임기를 마치고 남원에 개원하게 되었다. 내심 의료원장으로 한 차례 더 근무하고 싶은 마음도 컸었지만 뜻대로 안 되는 일이어서 아쉽게 마감하게 되었다. 전에 개원하였던 장소는 이미 다른 용도로 바뀌어 있어서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작년에 개원하고 이제 반년이 지나고 있다. 낯선 지역에서 시작했기에 초반에는 힘들었지만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진료실에만 앉아 있어서 운동할 시간이 부족한 나로서는 점심시간을 한 시간 반으로 늘리고, 그 시간 동안 걷기로 작정하였다.
한 시간 내지 한 시간 십분 간을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짧게는 큰엉 해안경승지를 거쳐서 제남도서관까지, 멀게는 위미 3리 교차로까지, 빠르게 걷고 나면 등에 땀이 배인다. 만보기로 측정하면 팔 천보에서 구 천보 정도가 되어 건강관리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올해는 날씨도 춥고 눈도 많이 내려서 안 거르고 걷는 일조차도 쉽지가 않았다. 이월의 어느 날엔가는 안 좋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작심하고 걸었다. 남원은 올레 5코스 출발점으로, 해안도로를 시작으로 큰엉 경승지 길은 바닷가라서 눈이 잘 녹아서 걷기에 쉬울 거라고 생각하였는데, 웬걸 해안도로에는 눈이 녹았지만 큰엉 길은 햇빛이 적게 들어서 오히려 눈이 덜 녹아 반은 진창길이서 조심스럽게 걷기를 마친 적도 있다. 남원체육관로는 민가가 적어 조용하고 교통량마저 적어서, 걷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길가에는 밀감밭이 대부분이라 수확을 마친 감귤원은 출산을 끝낸 산모처럼 휴식 중이었고, 길가에는 바람막이 목적으로 심어진 구럼비나무, 숙대나무, 동백나무가 생각보다 많았다. 돌담 밑으로는 흰 수선화가 함초롬하게 피어서 여전히 한겨울임을 새삼 알려주었다.
남원 포구는 동쪽으로는 올레 4코스 도착점이기도 하여서 해안선을 따라서 거꾸로 걸어 나가면, 태흥 포구를 조금 지나서 바닷가에 접한 해안 오솔길이 있어서 홀로 호젓하게 걸을 수 있어서 좋다. 해안도로를 따라 걷노라면 파도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리기도 하고 짭짤한 해조류 냄새가 나기도 하고, 탁 트인 바다를 볼 수 있어서 더없이 좋다.
서귀포에 개원한지도 내년이면 벌써 만 삼십년이 되고, 이제는 완전한 서귀포 시민이 되어버렸다. 앞으로 몇 년 동안이 될지 모르지만 여건이 허락하는 한, 따뜻하고 정다운 이 곳, 남원을 날마다 걸으면서 건강하게 지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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