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금숙 박사 / 제주대 교수

 6.13 지방선거가 48일 앞으로 성큼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금 제주 지역 사회는 더불어민주당 도지사 후보 경선 과정에서 예비후보자간 의혹 제기 등 갑론을박, 충돌로 빚어진 후유증을 앓고 있고 네거티브가 난무하는 등 온갖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은 도의원 출마자들에게도 다르지 않다. 경쟁자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은 한 편의 코미디를 보는 듯하다.

 예비후보로 등록한 출마자들이 내놓은 공약도 참으로 빈약하고 깊이가 없다. 대부분 ‘어디에 무엇을 짓겠다.’, ‘자금을 끌어오겠다.’는 등의 선심성, 단발성 공약이 주를 이룬다. 지금 제주사회가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복지회관이나 마을 도서관, 후보자들의 ‘돈 끌어오기’ 등의 업적 보여주기가 필요한지 숙고해 볼 일이다.
진정 시급한 제주도 환경 문제에 대한 공약은 거의 없다. 개발 논리와 부동산 폭등으로 인한 지역 주민들의 생활고 문제를 고민해 보자는 정책도 없다. 앞으로 제주 사회를 이끌어갈 지역의 청년 실업 문제 대책에 대한 공약도 매우 부실하다. 선거 공약들은 너무나 한시적이고 근시안적인 것들에 머물러 있다.

 제주 사회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칠 문제들을 짚어보고 그에 따른 공약과 실천이 필요한데도 후보자들의 생각은 동네의 지엽적인 것들로만 가득 차 있다. 이 동네만 떠나면 이웃 동네에서는 전혀 필요 없는 한심한 공약들이다. 지역과 지역 간의 유기적 연계가 전혀 없는 공약들이다.   
정치적 공약은 그것이 한 지역에 제한된 것이라 할지라도 큰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후보자가 공약을 내세울 때는 자신의 공약이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지역의 현안문제와 관련돼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유권자의 다양한 요구와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정책을 펼치는 후보자 간에는 서로의 요구를 담보하는 일종의 암묵적 계약이 내재해 있다. 그러므로 공약과 실천이 다른 정치가는 앞으로 지역 사회에서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찾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다. 유권자들은 지난날의 정치 참여를 통하여 단기적이고 일회적인 정책들을 비판하고 걸러낼 수 있는 눈높이를 키워왔기 때문에 후보자들은 유권자의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정책들을 제시해야 한다.

 후보자 개인이 조명받기 보다는 그가 제시한 정책들이 부각되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여전히 인물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또한 선거에 출마한 각 후보자들은 자신이 속한 정당 정책과 공조하여 나아가야 하는데 정당 정책과의 일관성도 없고 후보자 개인의 차별성 있는 정책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같은 정당 안에서 정책을 대상으로 열띤 경쟁을 펼쳐야 함에도 네거티브 전략으로 선거판을 혼탁하게 하고 있는 양상이다.

 국민의 시각에서 국가의 부패를 심판할 때는 대단히 날카롭고 준엄한 시각을 가지고 대응해 왔다. 그러나 정작 지역사회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부패와 스캔들은 미지근한 온정주의로 덮어 버리고 만다. 국민으로서의 정치 인식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데 지역주민으로서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른 이중적 태도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불균형적 시각이 지역에 가져올 파장은 크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는 후보자들이 제주 지역사회에 절실하고도 지속적인 문제들을 제대로 연구하여 공약다운 공약을 펼치고 실천하는 정치적 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한시적이고 단발적 결과물이 아닌, 제주 사회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환경의 가치, 삶의 질을 반영하는 주거문제, 지역 주민으로서의 상생의 가치, 교육 현장으로서의 가치 등  다양한 가치를 제시하는, 보다 장기적이면서도 실천 가능한 공약들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