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돼지공주'와 '세상에서 가장 심술궂은..' 에 들어있는 피스티시 기법

동화 '돼지공주'의 표지

#1, ‘돼지공주’

-조너선 에메트(글), 폴리 베르나테네(그림), 킨더랜드 출판

공주와 돼지가 바뀌었다.

왕자와 거지처럼.

이 안에는 수많은 동화들이 모방이라는 방법으로 재생되고 있다.

문학에서 패스티시(pastiche)라는 기법이 있다. 기존 작품을 모방하는 점에서는 패러디와 동일하지만 풍자나 희극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원전과의 유사성을 강조하는 기법이다. 여기에서는 빨간 모자, 잠자는 숲 속의 미녀, 개구리 왕자, 장화신은 고양이 등의 동화이야기가 재현된다. 옛날에 할머니가 해주시는 이야기를 듣던 때에 온갖 전설과 전래동화가 다 뒤섞여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 얘기 저 얘기를 넘나들며 주인공까지도 다 바뀌어버렸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빨간 모자나 잠자는 숲 속의 미녀를 다시 읽으면 지루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전혀 다른 책에서 만나는 그들은 길에서 우연히 만난 옛 친구처럼 반갑고 신선하다.

 

#2.‘세상에서 가장 심술궂은 아이가 될 수 있다면’

-로레인 캐리(글), 미기 블랑코(그림) 사파리 출판

'세상에서 가장 심술궂은 ..'의 표지.

신데렐라 이야기이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착하면서 불쌍한 신데렐라는 등장하지 않는다. 게다가 신데렐라가 주인공이 아니라 신데렐라의 세 번째 언니인 마음 착한 거티가 주인공이다. 신데렐라에게 언니가 세명이나 있었나? 무도회에 함께 간 늑대까지 등장하니, 이 책은 전혀 다른 이야기로 탈바꿈했다.

이 책의 묘미도 패스티시이다. 백설공주, 헨젤과 그레텔, 빨간모자 이야기가 재현된다. 백설공주가 독이 든 사과를 입에 대려는 순간, 헨젤과 그레텔이 마녀의 꼬임에 넘어가려는 순간, 빨간 모자가 늑대를 속임수에 걸려들기 직전의 순간에 거티는 그들을 위험에서 구출해내는 장면에서 위기의 단계로 전개되었던 이야기를 비틂으로써 통쾌함까지 덤으로 준다.

“만약에 신데렐라가 못된 성격이었다면? 백설공주가 독사과를 먹지 않았던라면, 그 아이들이 마녀나 늑대의 꼬임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이라는 가정과 물음으로 독자를 또 다른 상상의 세계로 이끌어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양윤수 (표선도서관 사서9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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