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알아차림의 힘

 

박용한 원장_박정신건강의학과의원

베스트셀러 도서 중에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이란 제목의 책이 있습니다.

무엇을 멈추면 무엇이 보이는 걸까요?

우리는 살면서 자신에게 좋은 것에는 즐거워하고 집착하며, 싫은 것에는 화를 내거나 회피하거나 없애려합니다. 또 좋지도 싫지도 않은 것에는 무관심 해버리지요.

인간의 뇌는 이렇게 생존의 법칙에 따라 사건이나 대상을 느낌으로 분류하고 생각과 감정을 일으켜서 판단과 행동을 합니다. 이런 경험은 기억으로 저장되었다가 새로운 사건이나 대상에 대해 해석하고 의미를 만들어 반응하는 데에 관여합니다.

타고난 속성과 함께 어린 시절의 경험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기본적인 마음의 틀을 만듭니다. 오랜 시간 지속된 익숙하거나 힘들었던 경험들도 마음에 각인되어 새로운 대상이나 사건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기 힘들게 합니다.

어린 시절에 경험하는 세상이 항상 처음 보듯 생생하였다면 나이가 들수록 생생함은 줄어가고 세상은 매일 같은 것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심지어 시간은 가속도가 붙은 듯 빨리 지나가 버리지 않던가요? 우리는 뇌가 주도하는 마음의 굴레 속에서 지내고 있음을 모르고 오히려 신념과 편견을 가지고 부단하게 자신의 역할과 목표를 위해 열심히 세상을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러한 삶이 언제나 만족이 되던가요? 붓다는 이러한 생존전략이 오히려 괴로움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삼독, ‘탐진치’라고 하였습니다.

붓다는 본래 인간에게 있는 알아차림을 통해서 자세히 세상과 마음 작용의 이치에 대해 알게 됩니다. 알아차림이 제대로 되려면 고요한 선정의 힘이 필요합니다. 고요한 선정의 바탕에서 미세한 마음의 움직임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수행은 변화가 적게 나타나는 몸의 감각을 우선적으로 기준점으로 삼아 (예를 들면 호흡이 느껴지는 감각 등) 집중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매순간 경험되어지는 대상에 주의를 주어 알아차림하고 다시 기준점으로 되돌아옵니다.

이렇게 단순히 맨손 체조하듯 기준점을 중심으로 반복된 주의집중은 망치로 두들겨 못을 박듯 대상을 알아차리는 힘을 키웁니다.

이런 방법이 선정의 힘을 키우는 데 효율적이고 초보자의 수행으로 적합하고 안전하며 빠르게 마음치유에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강화된 알아차림은 탐진치에 끌려감을 멈추고 매순간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경험하고 보게 해줍니다. 알아차림은 오염된 마음을 매순간 정화시켜 마음에 속박되지 않고 자유롭고 진정한 행복으로 이끌어주어 행동모드가 아닌 존재모드 양식으로 살도록 해줍니다.

자, 이제 잠시 하던 일에서 멈추어서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서 느껴보십시오. 내가 여기에 있구나. 몸을 머리부터 발끝 까지 느껴봅니다. 다리가 땅과 맞닿은 느낌. 호흡을 하고 살아 있는 느낌, 세상을 지금 이 자리에서 만나고 있는 느낌을 한동안 그리고 수시로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박용한_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귀포시의사회 회장
대한명상의학회 부회장
가톨릭의과대학교 및 대학원 졸업
서귀포시정신보건센터 센터장 역임
제주대학교의학대학 임상 부교수 역임
Sati Arama 선원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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