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한 원장_박정신건강의학과의원

4. 명상의 시작

 

사람들에게 명상을 권유해보면 흔히들 명상은 불교적인 수행으로만 생각하여 거부감을 갖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을 봅니다. 명상이 자신의 삶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해줄 수 있는지를 명확히 모르기 때문에 명상을 해야겠다는 동기 유발이 잘 안 일어납니다.

필자의 경우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는 것을 경험하면서 생로병사의 허무함을 느껴 이를 극복해보려고 우연히 초기불교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정신의학을 전공하고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입장에서 볼 때 마음의 구조와 괴로움의 발생 원리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한 붓다의 가르침은 매우 과학적이고 합리적이었습니다.

몇 년간 공부를 한 결과 붓다의 가르침을 올바르게 체득하기 위해서는 팔정도의 실천, 그중에서도 집중과 통찰 명상을 제대로 배우고 실행하는 것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님이 돌아가시자 상심이 커진 필자는 본격적으로 명상을 가르치는 곳을 찾아다녔습니다.

병원에서 진료를 해보면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거나 불안, 우울, 불면, 피해의식, 자살사고 등의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 분들에게 뇌가 만드는 마음을 객관적으로 보도록 하는 알아차림의 힘을 키우는 명상 훈련을 하도록 권하면 진지하게 잘 받아들입니다. 또 갱년기가 되거나 노년기가 되어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삶이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것 같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즐거움이 느껴지지 않을 때에 명상은 자신을 새롭게 조명하고 회복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괴로움, 결핍감, 허무감은 아이러니하게도 진정한 자신을 만나고 자신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 보는 계기가 됩니다. 마음의 병은 생존의 법칙 속에서 자동적으로 만들어진 단단한 껍데기가 금이 가고 깨어지는 과정이라고 할수 있고 진정한 자신을 자각하기 시작하는 문이 열리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아픔은 마음 깊은 곳에서 울리는 깨어나라는 신호인 것입니다.

2005년도에 티벳의 고승 달라이라마가 미국 신경과 학술대회에서 뇌의 가소성에 대한 강연을 한 바가 있습니다. 명상을 통해서 뇌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 강연의

핵심으로서 뇌에서 마음을 만들어내고 반대로 마음 작용으로 뇌를 변화 시킨다는 것입니다.

명상이 뇌를 변화시켜 마음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연구되고 밝혀지면서 오늘날 명상은 서구에서는 심리치료의 핵심적인 근간이 되었고 웰빙과 치유의 중심이 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박용한_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귀포시의사회 회장
대한명상의학회 부회장
가톨릭의과대학교 및 대학원 졸업
서귀포시정신보건센터 센터장 역임
제주대학교의학대학 임상 부교수 역임
Sati Arama 선원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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