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숙 / 안덕산방도서관 사서7급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유영미 옮김

뼈만 남은 몸에 터질 것 같은 눈망울로 무언가를 처다 보는 어린아이 주위로 파리 떼가 날아다닌다. 마주하기 싫은 불편한 진실이다. 기아의 현장을 누비고 다니는 유엔 식량 특별조사관이 딸과 묻고 답하면서 이러한 불편한 진실을 알려준다. 

저자는 기아의 원인은 전쟁(내전), 강대국의 자국보호, 신자본주의의 패해, 멜서스의 인구론에 근거한 암묵적 외면, 가난으로 국가를 유지하는 테러국가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기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 인도적 지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도록 효율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조보다는 개혁이 우선되어야 한다며 칠레 인민전선혁명의 ‘아엔데’ 대통령과, 프랑스령 부르카나파소의 개혁가 ‘상카라‘를 예로 들었다. 그 다음으로는 도로, 씨앗, 제방 등 기본적인 국가 인프라를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시카고 곡물거래소 폐쇄하고 제3세계 식량 공급로를 확보해야 하며, 서구 정치가들의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폐지해야 한다고도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멜서스적인 선입견(인구론: 인구는 기하급수, 식량은 산술급수로 증가하니 가난과 기아는 아픈 일이지만 사회의 필수적인 기능으로 “자연도태설”로 점점 높아지는 지구의 인구밀도를 기근이 적절히 조절하고 있다고 봄)이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가족, 씨족 마을사람들 끼리만 연대를 느끼고 동일시 하다가 국가가 성립되면서 알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과 연대하는 법을 배웠다.…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살고 인간적인 지구를 만들기 위해 이제 한걸음만 앞으로 나가면 된다. 멜서스적인 선입견이 없어져야 한다. 이 책은 그것에 기여하고자 쓰였다.”(170 p)

이처럼 동료 인간의 고통을 공감하고 연대를 이룰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우리는 당장에 전쟁을 막을 수도 혁명을 일으킬 수도 없다. 가난한 나라의 기본 인프라를 정비할 수도 없다. 그러나 동료인간의 고통은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끼만 굶어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알면 불편할 것 같아서 쉽게 손이 안가는 책이다. 막상 책장을 넘기면 몰랐던 세계를 따뜻하게 가르쳐주는 아빠의 친절하고 간절한 메시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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