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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경기도중 소나기가 우익수에만.. '황당'서귀포-쿠알라룸푸루 사회인 야구경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야구 열정 나눠
장태욱 | 승인 2018.05.23 08:38
왼쪽이 쿠알라룸프르, 오른쪽이 서귀포 선수들이다.

3월 마지막 토요일, 쿠알라룸푸르 현지 사회인야구팀과 경기가 예정된 날이다. 아침부터 구름사이로 햇살이 비치고 바람도 별로 없는 게, 야구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였다.

말레이시아에서 야구는 생소한 스포츠다. 그래서 수도 쿠알라룸푸르에도 변변한 야구장이 없는 실정이다. 경기는 말레이시아 국립대학 (UPM, Universiti Putra Malaysia) 운동장에서 치르기로 했다.

버스가 대학 운동장에 멈췄을 때 우리 일행은 솔직히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운동장 바닥엔 잔디가 아닌 잡초가 자라고, 펜스와 전광판은 고사하고 투수 마운드도 없는 곳에서 ‘국제경기’를 치러야한다니.

더욱 놀라운 건 운동장 사용료다. 이날 오후 운동장을 사용하는 비용이 우리 돈으로 80만원에 육박한다. 강창학 경기장처럼 특급 구장에서 10만원 안팎으로 원 없이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서귀포가 야구인들에게는 정말 천국임을 실감했다.

쿠알라룸푸르에는 6~8개 팀이 연합회를 결성해서 주말리그를 펼친다. 그 가운데 2개 팀은 한국인 유학생들과 교민들이 만든 것이고 나머지는 현지인들 팀이다. 이날 우리는 한인 2개 팀과 현지인들 가운데 선발된 선수들로 구성된 소위 ‘쿠알라룸푸르 연합팀’과 경기를 치렀다.

양 팀 선수들이 인사를 나누고 경기가 시작됐는데, 말레이시아 출신 심판의 볼 판정에 크게 당황했다. 우리나라에서 프로야구 심판도 ‘스트라이크’를 선언할 공이 모두 볼이고, 타자 무릅 높이 아래로 들어가는 공이 스트라이크다. 이 황당한 상황에서 어떻게 경기를 해야 하나?

그런 상황에 맞춰 시합에 몰입하는데, 갑자기 심판이 ‘타임 아웃’을 선언하며 “양팀 선수들 덕아웃에서 대기하라”고 했다. 야구 경기 도중에 운동장에 관중이나 이물질이 떨어져 잠시 경기가 중단되는 일이 있기는 하지만, 더아웃에서 대기하라는 건 또 뭐지? 혹시, 민방위훈련 같은 상황인가? 상대팀 교민이 “지금 근처 이슬람사원에서 기도하는 시간이어서 기도에 방해되지 않게 경기를 중단한 것이다”라고 알려줘서야 상황을 이해했다.

경기는 중단된 지 5분 만에 재개됐다. 그리고 경기가 속개된 지 몇 분 지나자 소문만 들었던 희한한 상황을 목격했다. 비가 내리는데 운동장 전체에 내리는 게 아니라 우익수 자리에만 소나기가 집중적으로 쏟아진다. 마치 샤우기로 한쪽만 특정해서 물을 뿌리는 것 같다. 열대성 스콜(squall, 열대 지방에서 한낮에 강한 일사로 대기의 강한 상승 작용 때문에 내리는 소낙비)로, 좁은 지역에 내리는 소나기다.

내야는 멀쩡한데 우익수만 소나기를 맞는 시간이 몇 분 진행되더니 비가 운동장 전체를 휩쓸고 지났다. 비로 중단됐던 경기는 곧 재개됐다. 장대 같던 빗줄기는 금새 사라지고 하늘은 언재 그랬냐는 듯 화창하게 개었다.

이날 경기는 서귀포방문단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그래도 경기가 시종일관 만만했던 건 아니다. 경기 중반 이후에 상대편 투수로 나온 선수가 말레이시아 소프트볼 국가대표 선수라는데, 공이 빠른데다가 우리와 맞지 않은 스트라이크 존 때문에 서귀포 타자들이 상당히 애를 먹기도 했다.

개인적인 얘기를 덧붙이자면, 필자는 3루수로 출전하고 마지막 3이닝은 마무리 투수로 뛰었다. 뭐, 쉰 나이에 그럴만한 체력이 될 리 없지만 방문 팀 선수층이 얇기 때문에 주어진 황금 기회였다.

그런데 마지막 이닝에 상대편 타자가 친 공이 70여 미터 날아간 듯한데, 심판이 ‘홈런’을 선언했다. 운동장에 펜스가 없다보니 홈런 판정도 심판 마음대로다. 난생 처음 홈런을 맞았는데, 그래도 상대편 타자에게 축하한다고 말하고 홈런볼에 서명을 했다.

경기 후 기념품 전달. 가운데 검은 안경을 쓴 사람이 서귀포시야구소프트볼협회 문순용 회장이다.
두 단체가 이후에 가능하면 교류전을 열고 친선을 도모하기로 했다.

경기가 끝나고 교민 선수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선수들 가운데 현지에서 음식점을 하는 분이 계셔서 기꺼이 자리를 마련해주셨다.

교민들 예기로는, 말레이시아는 야구가 널리 보급되지 않은 상황이라 용품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해외 직구를 통해서 구입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현재 구매보다는 불편한 점이 많다. 교민들의 경우는 주로 휴가 때 한국을 다녀가며 구입한다.

그래도 야구를 매개로 사람들이 모이고, 소통하는 공간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야구 활동에 매우 적극적이다. 이만수 전 SK감독이 라오스에서 동남아 팀들을 초청해 국제대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쿠알라룸푸르 교민들도 팀을 결성해 참가한다고 했다.

말레이시아에 오신 교민들이 현지에 정착하게 된 대부분의 이유는 한국의 도시 생활에 지쳐서다. 직장과 아파트를 오가며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살면서도 미래는 늘 불안하고, 자녀들은 명문대 입시를 위해 지옥 같은 경쟁에 내몰리는 삶에 실증을 느꼈다고들 했다.

충분히 공감이 가는 말이다. 그런데 현지 삶이 또 그렇게 녹록한 것만 같지는 않다. 쿠알라룸푸르에 정착하는 한국인들이 늘어나면서 한인타운의 주거비용도 오르고, 국제학교에 다니는 자녀들 교육비도 만만치 않다. 이시대 한국인 아버지들이 짊어진 비애다.

아버지들에게 특히 야구하는 아버지들에게 서귀포는 천국이다. 쿠알라룸푸르에게 다시 한 번 확인한 사실이다. 스포츠교류전이 남긴 중요한 깨달음이다.

장태욱  taeuk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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