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김윤나의 <말그릇>(카시오페이아, 2017)

책의 표지.

“I read once, musicians don't retire.

They stop there's no more music in them.

Well, I still have music in me, absolutely positive about that.“

(음악가들은 은퇴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들은 그들 안에 음악이 없을 때 멈춰요.

저는 제 안에 아직 음악이 있다고 장담합니다.)

영화 ‘인턴’의 시작부에 나오는 주인공 ‘벤’의 대사이다. 벤은 70세에 인턴으로 취직을 했지만 누구와도 잘 지내고 상대를 존중하며 누구라도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이다. 성격이 까칠한 사장인 ‘줄리’는 벤과 함께 지내며 다른 사람을 용서할 줄 아는 사람으로 변했다. 벤은 상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상대의 마음 속 깊은 곳을 헤아려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줄 줄 안다. 그런 벤을 보면서 그를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그릇’에서 말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핵심은 아마 ‘벤’과 같은 마음씨가 아닐까.

저자는 말을 하는 ‘기술’, ‘테크닉’이 아닌 자신의 감정, 상대의 본심, 개개의 사람들마다 다르게 형성되어 있는 공식의 차이에 주목을 한다. 인간은 안전하다고 느껴야 진실을 말하고 나를 알아주는 사람에게 마음을 연다. 우리가 말을 더 잘하면 상대가 나의 뜻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잘못 알고 있다. 그러나 저자의 말처럼 “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진실이 만들어진 환경과 뿌리를 함께 받아들여야 한다. 당신의 진실을 밀어 넣기 전에 다른 이의 진실에 귀 기울여보자. 그러다 보면 상대방이 보인, 이해할 수 없는 정서적 알레르기 반응을 설명하는 지점을 발견하게 되고 그의 욕구와 기대, 목표 등도 함께 발견하게 될 것이다.(p.299)”

주인공 ‘벤’은 ‘줄리’가 언제든 기댈 수 있는 어깨를 내어주지만 그 이상의 선을 넘지는 않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명료한 경계선이 살아 있는 관계다. 내가 지켜야 하는 거리, 네가 다가올 수 있는 거리가 명확한 상태. 그래서 기꺼이 하나가 되기도 하고, 필요하면 다른 방식으로 각자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는 관계. 그러한 건강한 거리감을 존중하면서 상대방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 관계 말이다(p.300).”

2017년 9월에 출간하여 2018년 2월까지 20쇄를 찍었으니 책을 사지 않고 읽지 않는 시대에 많은 이들이 말과 관계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답을 찾아보려고 이 책을 집어 들었나 보다.

저자가 나름의 방식대로 정리한 구절들은 대개 ‘말’에 관한 책이나 ‘관계’, ‘태도’에 관해 쓴 책들 어디선가에서 들어본 말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저자의 경험에 의해 같은 내용이지만 또 다르게 표현을 해서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밑줄을 긋고 싶은 구절들이 있다.

어느 순간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또는 자신이 내뱉는 말 때문에 답답한 상황에 처했을 때 이 책을 읽으면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고 타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책으로 접했을 때 마음으로 들리지 않고 자꾸 머리로만 이해하고 끝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나는 영화 ‘인턴’과 함께 볼 것을 추천한다. 

가격 : 1만5000원

 

서평 쓴 이 : 양윤수 (표선도서관 사서 9급)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