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석환 지음/펴낸곳 가디언/2015년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왜?’

궁금함에 이끌려 책을 폈다. 

말하는 것이 직업인 사람의 묵언수행에 관한 이야기였다. 저자는 광고홍보과 교수이고 대학에서 스피치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는 사람이다. 어느 날 성대종양이라는 판정을 받고 최대한 말을 하지 말라는 처방을 들었다. 이렇게 묵언수행이 시작되었다.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불편하고 당혹스러운 것이다. 화장실을 가서 볼 일을 보던 중 휴지가 다 떨어진 것을 알았을 때, 라면을 사러 슈퍼마켓에 갔을 때, 묵언수행인 줄을 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아내가 일상적인 물음을 던졌을 때,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하고 싶을 때가 그렇다. 그러나 묵언은 오히려 마음의 평화와 자유를 주었고 그동안 말로 인해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고 후회를 했는가를 돌아보게 했다. 

말이라는 것이 때로는 자기 과시적이고 무기가 되고 부메랑이 된다. 우리는 대개 지나치게 많이 말하여 소음을 유발하고 말로 남에게 상처를 주며 남의 말을 가로채서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쏟아낸다.   

말을 하지 않기로 하자 오히려 말에 관해, 일상과 소통과 관계를 더 잘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입을 닫으니 새소리, 빗소리, 아이들 웃음소리 등 세상의 예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말을 하지 않으니 다툴 일이 없어졌다. 말로 반박도 항변도 할 수 없으니 싸움이 날 상황에서도 스스로 지는 것을 택해야 한다. 

그의 글을 읽다보면 나도 묵언수행을 하고 싶어진다. 열 번을 생각하고 신중하게 한 마디를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말은 내뱉고 나면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것인데 되돌아보니 나 또한 말로 실수를 많이 했고 너무 조급했고 가벼웠다. 말하기보다 듣기를 더 잘하는 사람, 보다 정화된 말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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