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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 허남춘 교수 저서,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도서 선정<설문대할망과 제주신화>(민속원, 2017), 제주 신화 통해 공존 추구하는 여성성 강조
장태욱 | 승인 2018.06.13 10:14
책의 표지.

제주대학교는 국어국문학과 허남춘 교수가 펴낸 <설문대할망과 제주신화>(민속원, 2017)가 2018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 학술도서에 선정됐다고 13일 밝혔다.

대한민국 학술원은 기초학문 분야의 연구ㆍ저술을 활성화하기 위해 매년 우수 학술도서를 선정하고 있다. 이번엔 지난해 3월부터 올 2월까지 발간된 신청 도서 3544종 가운데 285종을 선정했다.

허남춘 교수는 “제주의 정체성을 정립하기 위해선 우리 과거를 돌아봐야 하는데 제주 신화 속에는 탐라국의 역사와 사유체계가 잘 남아 있고 신화가 일러주는 삶은 미래에도 유용하다는 취지”라면서 “고난을 이겨나가는 투지를 배우고 인간과 다른 생명과의 공존을 알려주는 제주신화는 미래지향적 선물”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신화는 중고등학교 시절에 배웠던 건국신화들이 대부분이다. 우선 단군신화를 우리 민족의 기원신화로 배웠고 다음으로 고구려와 신라의 주몽신화와 혁거세신화를 배웠을 것이다. 삼국에 속하지 못하는 가야의 수로신화도 익숙할 것이다. 그 다음은? 탐라국 신화는 알려져 있는가. 그렇지 않다. 한국의 역사 속에 탐라국은 없고 탐라국 건국신화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세상이 만들어지고 만물이 만들어지고 땅이 만들어지고 사람이 살게 되는 내력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그리스로마 신화나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 만나게 되지만, 실은 제주도에도 창세신화가 있다. 그런데 이런 것도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책은 그런 신화를 소개하며 남의 것만 알고 자기 것은 모르는 문제를 시정하도록 안목을 제공하고, 제주 신화의 의미와 가치를 밝히고 있다.

창세에서 인간 생명 탄생, 그리고 죽음까지의 신화가 제주도 무가 본풀이 속에 풍부하다. 거기에는 인간의 탄생과 죽음을 주재하는 신도 있고, 죽은 자를 살려내는 서천꽃밭의 꽃도 있고, 인간의 운명을 주재하는 여신도 있다. 인간에게 곡식을 가져다 준 풍요의 신도 있고, 집안을 지켜주는 신도 있다. 우주에서 집안까지 두루 신화의 연속이다. 제주 신화의 다양성과 풍부성은 그리스로마 신화를 넘어 선다고 이 책은 말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에 남겨진 기록 신화의 주인공은 대부분 남성영웅인데 제주에 구비전승되는 신화에는 여성영웅이 많이 등장한다. 역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여성은 남성의 주변 혹은 하위가 되면서 신화 속에서도 남성 주인공 일색의 신화가 남게 된다. 그리고 남성 중심, 힘 중심, 경쟁 중심의 사회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이제 남성 중심의 폐단을 시정하고 공존과 공생의 삶을 위해서는 역사를 반성하고, 근대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이 책은 그런 실마리를 제공한다. 과거 여성신화 속에서 땅을 나누고 공존하던 시대의 공감적 삶을 발견하고 돌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있다.

설문대할망을 왜 다시 언급해야 하는가. 앞에서 말했듯이 지금 우리의 삶을 치유할 방책을 찾아낼 수 있다면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죽솥에 빠져 죽은 설문대할망의 희생은 의도되었던 그렇지 않던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아들을 위해 자기 혼신의 힘을 다하다가 죽었으니 그 순수증여의 정신을 떠올리게 만든다. 힘센 어머니로서 세상을 지탱하는 그 모성성은 우리가 다시 기억해 내야 옳다.

21세기는 문명 충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우리는 제3세계의 일원으로 문명충돌의 잘못을 시정하는 선두가 되어야 한다. 민족과 종교를 넘어 인간이 함께 중시되고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인간을 대등하게 존중하는 문명이 필요하다. 모든 인류를 대등하게 감싸는 신화가 주목되어야 한다. 제주 신화 속에 등장하는 여신들의 자발적 사랑이 해결책이다. 인간만이 아니라 동물들까지, 모든 생명체를 보듬어주는 여신들의 보편적 사랑이 필요하다. 이제 힘과 경쟁을 위주로 하는 남성성에서 벗어나 자기희생과 증여와 공존을 추구하는 여성성으로 회귀할 때이다. 설문대할망은 그런 매개임을 이 책은 알려주고 있다.

제주대학교 허남춘 교수.

억압과 멸시 속에서 명맥을 유지하던 제주 무속도 이젠 서서히 시들어가고 있다. 심방(무당)의 숫자도 줄어들고, 단골(신앙민)도 60-70대 이상이 전부이고, 신당도 폐당이 되어 간다. 무속의 중요성을 가르치지 않았던 학교 교육 탓에 대부분의 제주사람들은 전통문화의 가치를 돌아보지 않는다. 이제 떠나보내야 하는가. 지금이라도 보존의 손길이 닿길 바란다. 학교에서 무속 전통문화의 가치를 가르쳐야 한다.

근대가 파탄 지경인데 아직도 근대정신을 추종하면서 그 앞 시대(고대와 중세)를 전근대라고 몰아세우면서 척결을 주장하면 안 된다. 근대가 아름다운 점이 있는 만큼 고대와 중세에도 아름다운 점이 있다. 그 전근대적이라 하는 무속 속에 민족의 전통문화가 고갱이처럼 앉아 있다. 근대를 극복하고 탈근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마련하려면 전근대와 근대의 가치를 모두 합하여 긍정적 요소들을 새롭게 추출해야 한다고 이 책은 길을 알려 주고 있다.

 

장태욱  taeuk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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