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신과의원 박용한원장

9. 붓다는 무엇을 가르쳤나?

수년전 의과대학에 있는 친구가 저에게 ‘하루종일 진료실에서 꼼짝하지 않고 환자들의 어려움을 듣고 공감하고 치료가 되도록 지내온 삶은 수행과 같다’ 라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만감이 교차하였습니다.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도 있었고 큰 보람도 있었고 환자분들에게 배우는 것도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환자분들의 증상을 없애려고 매달리는 행위가 고통의 바다에서 함께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필자는 통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반복되는 증상의 호소와 병의 재발 그리고 병원을 찾는 사람들의 인생에서 같은 패턴의 정신적 고통들이 멈추지 않고 있었고 근본적인 고통의 원인과 해결이 없이는 불가능 해보였던 것입니다.

붓다는 세상과 마음을 과학적으로 관찰하고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해지도록 가르쳤다는 면에서 정신의학적 측면과 많이 닮아 있고 많은 정신치료적 기법이 직간접적으로 붓다의 가르침과 연관이 있어 정신과의사가 배울 점이 많이 있습니다.

붓다의 중요한 가르침에 ‘사성제(四聖諦)-고집멸도(苦集滅道)’ 라는 것이 있습니다.

첫째 고제(苦諦)는 불완전하고 고통으로 가득 차있는 현실을 바로 보는 것입니다.

둘째 집제(集諦)는 고통이 만들어지는 데는 원인이 있는데 영원하지 않고 조건에 의해 변화하는 것에 집착하는 어리석음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오직 나를 위해 취하려는 탐욕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자신에게 해가 된다고 싫어하고 회피하고 성내고 없애려고 하면서 고통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셋째는 멸제(滅諦)입니다. 자신과 세상의 성찰을 통해 고통이 소멸되고 벗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넷째는 도제(道諦)입니다. 팔정도(八正道)의 실천을 통해 자신의 마음이 만든 고통의 굴레를 제대로 보고 치유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팔정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정견(正見)은 사성제를 올바로 이해하고 원인에 의해 결과가 일어나는 인과의 과정을 올바로 보는 것입니다. 둘째 정사유(正思惟)는 올바른 사고 방식과 마음가짐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셋째 정어(正語)는 바른 언어를 사용하라는 것입니다. 거짓말, 욕설, 중상모략,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고 바른 사고와 지혜에 입각한 말을 하라는 것입니다.

넷째 정업(正業)은 올바른 행위를 하라는 것입니다. 살생, 도둑질, 속임수, 불륜 등 잘못된 행위를 하지말고 선행을 하라는 것입니다. 다섯째 정명(正命)은 바른 생계를 하라는 것입니다. 남에게 해를 주는 직업이나 일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여섯째 정정진(正精進)은 바른 노력을 말하는 것으로서 성실함과 인내를 가지고 선한 상태를 일으키려고 노력하고 불선한 상태를 막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즉 감각적 욕구나 악의, 둔감과 나태함, 들뜸, 의심과 같은 번뇌의 마음을 극복하려는 노력입니다. 일곱 번째 정념(正念)이 바로 지금까지 강조해 온 알아차림입니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서 지금 이 순간 경험하는 것에 깨어있는 것입니다. 여덟 번째는 정정(正定)으로서 올바른 마음집중 혹은 올바른 선정을 말합니다. 선정을 통해 마음이 안정되고 고요해짐에 따라 올바른 알아차림이 시작되고 지혜가 생겨나 통찰에 이를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팔정도를 실천하는 것이 더 이상 고통을 만들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충실하게 경험하며 온전히 존재해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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