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정이현의 '상냥한 폭력의 시대'(문학과 지성사)

책의 표지.

정의현 작가가 9년만에 발표한 ‘상냥한 폭력의 시대’(문학과 지성사). 7개의 단편이 묶여있는 이 책은 우리의 현실을 담담하게 담아내지만, 그래서 더 찌릿한 무언가를 느끼게 한다.

정이현 작가의 책은 무던하고 평범한, 그래서 공감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라 더욱 공허하고 헛헛하다. 어렸을 때 ‘착하게 살자, 양심 있게 살자.’ 등의 이야기를 수없이 들으면서 착하게 산다는 것, 남을 돕는다는 것은 정말 당연한 일이라 여겨왔다. 그런데 그런 생각은 커가면서 당연한 일이 아닌 게 되었다. ‘이거 하나 지킨다고 뭐가 달라져? 자기 이득은 스스로 챙기고 손해 볼 짓 하지 말아야지...’ 이런 자조 섞인 말들을 스스로에게 해왔다. 어느새 속물적으로, 세속적으로 변해가고 타인의 의도를 의심하게 되었다. ‘마음의 여유가 부족해서’라는 핑계로 점점 ‘알맞은 사회인’으로 물들어 간다.

작가의 말에서처럼 우리는 ‘친절하고 상냥한 표정으로 상처를 주고받는 사람들의 시대’에서 ‘예의바른 악수를 위해 손을 잡았다 놓으면 손바닥이 칼날에 쓱 베여 있는’ 그런 상황들을 종종 겪게 된다. 상처를 받는 줄도 주는 줄도 모르고 바쁘게 살아나간다. 내가 건넨 칼날이 타인에게 상처로 남고, 또 그 상처가 세상을 살아가는 사회인의 의무로서 억지로 덮여지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첫 작품인 ‘미스조와 거북이와 나’의 주인공처럼 ‘반드시 세계와 내가 이어져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느끼고 ‘샥샥은 샥샥의 속도로, 나는 나의 속도로, 바위는 바위의 속도로’ 살아가고 소멸해갈 것임을 받아들이는 것이 세상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서로의 속도를 이해하고 나의 속도를 조정해가며 살아가면 이 폭력적인 시대에서 상냥함을 조금은 느끼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서평 쓴 이 : 서귀포시 동부도서관 사서 강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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