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세월 증언하는 동신이용원 고영우 사장님

칠순을 바라보는 이발사의 가위질이 30분 넘게 이어졌다. 이발사는 거울을 통해 내 머리를 쳐다볼 때마다 가위와 빗을 바꾸고 다시 미세한 가위질을 시작했다. 옆에서 순번을 기다리는 아저씨는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의자를 뒤로 기울인 채 코를 골고 있다.

효돈중학교 앞에 있는 동신이용원을 찾았다. 보름 전 쯤, 일요일에 이발을 하겠다는 아들과 함께 문이 열린 미용실을 찾다가 우연히 들렀던 곳이다.

대부분 이발소들이 파리 날리다 문을 닫는 시대에도 웬일인지 이 이발소는 손님이 북적인다. 손님들은 대부분 환갑을 훨씬 넘긴 아재들이다. 그리고 머리를 깎기 위해 찾은 이들도 있지만 한가롭게 장기 한 수 두러 온 분들도 있다.

할아버지뻘 어르신들의 사랑방을 찾은 우리 아들은 그야말로 이방인이었다. 아들도 이발소 어르신들이 신기했고, 어르신들도 이발소를 찾은 10대 소년이 신기했다. 게다가 운동선수인 아들은 머리에 멋을 부리는 또래 친구들과 달리 삭발을 부탁했다.

어디 사는지, 어느 학교 다니는지, 무슨 운동 하는지, 아무개를 아는지 등등. 어른들의 질문공세가 쏟아졌다. 쉴 새 없는 질문에 때론 아들이 때론 아빠가 번갈아가며 대답을 했다. 질문공세에 짜증이 났을 법도 한데 이발을 마치고 나설 무렵 아들의 한마디가 반전이다.

“저 할아버지, 머리 시원하게 짤 깎는데?”

그래서 이발소를 다시 찾았다. 이번엔 아빠가 이발을 할 차례다. 이발 시간이 길어지면서 고영우 사장님과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고영우 사장님은 원래 공천포에서 태어나셨다.  열여섯 무렵부터 효돈과 위미에서 번갈아가며 이발소에서 일을 배웠다. 처음부터 가위를 잡은 게 아니다. 시작은 손님 머리를 감기고 그다음엔 면도를 도왔다. 스물 두 살쯤에 효돈에 있는 이발소에 정식으로 취업을 했다. 그 첫 정식 직장이 지금의 동신이용원이다. 45년도 넘은 일이다.

서른 무렵 이전 사장님이 이발소 일을 그만 두면서 사업장을 인수했다. 그때 정식으로 면허도 취득했고, 사업자등록도 했다. 그렇게 면허와 사업자등록을 갱신한 것도 여러 차례다.

이후 이용원 건물도 약간 리모델링을 거쳤다. 건물 주인이 슬레이트 지붕 대신에 함석으로 교체했다. 그리고 이용원 내부도 타일 공사와 의자 교체를 거쳤다. 작고 소박한 이발소가 50년 가까운 세월을 증언한다.

고영우 사장님은 “그래도 이 일 배우길 잘했다. 이걸로 아이 셋 키우며 먹고 살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이젠 아무도 이발을 배우지 않으니 우리가 마지막 이발사”라며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내년이 일흔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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