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평동 주민들, 역량 키우기 위해 도시재생대학에서 열공 중
서귀포시를 대표적인 화훼 마을인 월평동. 밭일을 끝낸 주민들이 저녁에 마을회관에 모여 열심히 강의를 듣고 있다. 그런데 ‘거버넌스’, ‘젠트리피케이션’. ‘컴팩트 네트워크’, ‘공적 임대’ 등 강의에 나오는 용어들이 무겁기 이를 데 없다. 주민들은 도시재생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들고, 마을을 좀더 친근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사전 교육을 받는 중이다.
지난 28일 7시에 서귀포시 월평마을 도시재생대학 강의 현장을 찾았다. 도시재생대학 두 번째 강의가 열리는 날이다. 이날 강의 주제는 ‘도시재상 거버넌스와 주민참여’로, 제주자치도 도시재생지원센터 이재근 사무국장이 강의를 맡았다. 주민 30여명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강의를 청취했다.
이재근 사무국장은 이날 강의 시간의 많은 부분을 ‘거버넌스’ 개념을 설명하는데 사용했다. 이 사무국장은 “지난 4년 경기도에서 남경필 지사와 민주당 의원들이 협의해서 도정을 이끄는 것을 거번넌스(협치)로 설명하지만 사실은 협치보다는 연립정부 개념이 맞다”며 “거버넌스 개념이 잘못 이해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거버넌스는 과거에 공무원들이 개발을 결정하고 공청회를 형식적으로 거친 후 사업을 결정하는 방식을 대처하는 새로운 공동체 운영양식”이라며 “행정과 중간관리자, 주민들이 수없이 피드백을 반복하며 의견을 주고받고 의사를 조율한 후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무국장은 전북 군산의 우체국 거리를 예로 들며 거버넌스에서 중요한 것은 주민의 참여와 의사표현이라고 밝혔다. 전북 군산에서 주민들이 상가의 쇠퇴를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협의체를 만들고 전국 우체국을 다니며 우체통을 수거한 일 ▲상인들이 논의해 자동차 없는 거리를 조성한 일 ▲주민들이 상가의 업종을 논의하며 결정한 일 ▲임대료 인상 상한선을 협의로 결정한 일 등을 거론하며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도시재상을 일궈낸 독특한 사례”라고 말했다.
서귀포시 월평동은 2017년 도시재생 뉴딜 시범사업에 선정됐다. 금년부터 4년간 총 98억7천만원의 사업비를 지원 받는다. 사업들을 추진하기 위한 주민 역량 강화 사업으로 ▲주민 교육 ▲현장지원센터 운영 ▲마을기업 육성사업 ▲마을 활동가 육성지원 등의 사업들을 주친되고 있다.
금년에는 예비계획을 기반으로 도시재생 활성화계획 수립용역이 추진된다.
월평마을 주민들은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마을회와 부녀회, 청년회, 노인회 등이 참여해 월평마을 도시재생주민협의체를 결성했다. 그리고 주민협의체를 지원하기 위해 현장에 월평마을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가 수립됐다. 송종철 사무국장이 현장지원센터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도시재생대학은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주민역량을 강화하는 과정이다. 주민들은 자신이 사는 공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앞으로 살고 싶은 마을의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내공을 키운 후 도시재생 활성화계획 용역을 수립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