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수 / 시조시인·서귀포시 주민복지과

“받아도 되고 받지 않아도 될 때 받는 것이 청렴을 손상시키고
 주어도 되고 주지 않아도 될 때 주는 것은 은혜를 손상시키며
 죽어도 되고 죽지 않아도 될 때 죽는 것은 용기를 손상시키는 것이다”

 중국의 유명한 사상가 맹자가 한 말이다. 받아도 되고 받지 않아도 될 때는 받지 말라는 소리다. 받을까 말까 망설이지  말고 그냥 쿨 하게 받지 말라는 소리다. 그래야 그동안 지켜온 소중한 청렴이 손상되지 않을 테니까...  

  영화 ‘1987’ 속의 유명한 대사가 생각난다. 박종철 고문사건을 단순 쇼크사로 포장하려던 부패공무원 박 치안감이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책상을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라는... 또 다른 영화 ‘특별시민’에서 시장선거에 출마한 최민수는 오직 서울만 사랑하고, 발로 뛰는 서울시장의 모습을 그리고 있지만 실은 누구보다도 최고 권력을 지향하며, 누구보다 부패한, 이미지 관리에 아주 철저한 정치인 변종구로 등장한다. 그의 정치 철학은 “사람들이 믿게 만드는 것, 그게 바로 선거야”라는 말로 대신한다. 진실 따위는 상관없고 그저 시민들이 믿게 만드는 것... 바로 선거... 

  지난 6월 13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었다. 잔치가 끝나고 널브러진 집안 살림들처럼 무성한 말들이 난무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늘 공무원에게 필요한 단어는 ‘청렴’이 아닐까 생각한다. 위 영화의 주인공처럼 날아가는 새를 잡던 경찰간부든, 손가락 하나로 권위를 세우던 시장이든 청렴하지 못하고 부정과 부패를 일삼는다면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는 것을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승리의 잔을 들었다가도 청렴하지 못해 국민들의 손에 끌려 퇴장한 경우는 많다. 청렴 국가 독일에도 그런 사례가 있다.           

  2010년, 51세에 최연소로 독일의 제10대 대통령에 취임한 크리스티안 볼프는 불과 19개월 만에 대통령직을 사임해야만 했다. 그가 주지사 시절에 부동산 구매를 위해 기업가 출신의 지인으로부터 시중 금리보다 싼 연리 4%의 조건으로 돈을 빌린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파문이 커졌고, 독일 국민은 “비리가 있는 대통령과는 살 수 없다”면서 사임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청렴 국가’로 소문난 독일은 이처럼 공직자의 비리에 대해서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정당은 정치자금의 출처와 사용처, 그리고 자신의 재정 전반에 대해 공개해야 한다’고 독일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법 제정 이전에는 뇌물을 주고받을 때 부정행위 혐의가 입증되어야만 처벌할 수 있었지만, 반부패법 시행 이후에는 이유를 불문하고 뇌물을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부패 예방에도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부패를 신고한 익명의 제보자를 위한 핫라인을 설치해 보호한다. 심지어 옴부즈맨을 고용해 외부인에게 조직 내부의 부패를 고백하도록 하고 있다. 사회 깊숙이 청렴문화가 자리 잡은 독일... 강력한 반부패정책으로 청렴한 사회분위기를 만들어 청렴한 국가로 거듭난 독일처럼 우리 제주 역시 ‘1등 청렴도’를 만들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고 있다.

  2017년도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 결과 제주특별자치도는 전국 1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 중 4위로 지난해 12위에서 무려 8계단이나 껑충 뛰었다. 2014년 16위, 2015년 14위, 2016년 12위, 그리고 지난해는 드디어 전국 4위를 기록하면서 제주특별자치도가 청렴도 향상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으며, 모두가 한마음으로 청렴을 생활화하고 있다는 산 증거가 되었다.

  섬의 주인은 도민이다. ‘탁’ 치면 ‘억’하고 죽는, 말도 안 되는 시대는 지나 간지 오래고, 진실을 흐리던 손가락으로 도민을 부리던 시대도 한 물 갔다. 주인을 잘 섬기려면 우선 청렴해야 하고, 마지막도 청렴해야만 한다. 도정이 존재하는 이유는 도민이고, 도정의 그 힘도 도민에게서 나온다. 도민을 청렴하게 섬기면 인정받게 될 것이라 믿는다.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청렴보다 더 신성한 것은 없다” 미국의 시인 랄프 왈도 에머슨의 말을 되새기면서 크게 외쳐본다. “청렴한 당신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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