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 시행, 어떻게 할 것인가?’ 현장토론회 9일 열려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 시행, 어떻게 할 것인가?’ 현장토론회 9일 오후 2시, 제주도농어업인회관에서 열렸다.

내년부터 모든 농산물을 대상으로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가 완전 시행된다. 농약 잔류허용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농약 성분에 대해 0.01ppm을 기준을 적용·관리하게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미등록 농약의 수입·사용 및 국내 유통 농산물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해 국민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고자 제도를 제정했고, 지난 2016년 12월 31일 견과종실류와 열대과일류를 대상으로 우선 시행했다.

하지만, 일부 품목에 시행한 지 1년이 지났고, 전면적인 제도 확산도 몇 개월 남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도 현장에선 PLS에 대해 전혀 들어보지 못했거나 한 번 듣고는 알 수 없는 복잡한 제도로 인식돼 있다.

이와 관련해 시급한 문제들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 시행,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주제로 현장토론회가 9일 오후 2시, 제주농어업인회관에서 열렸다. 위성곤 국회의원과 PLS제주비상대책위원회가 공동 주최했고, <한국농정신문>과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이 주관했다.

김장억 경북대학교 응용생명과학부 교수가 ‘농약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에 나섰다.

김장억 교수는 “농약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는 무분별한 농약 사용을 막기 위해 일본, 유럽 등 여러 국가에서 이미 2000년 중후반부터 해당 제도를 도입했고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도 유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더는 미룰 수 없는 제도이다”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정부는 이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지난 2011년부터 준비했다”며 이를 통해 ▲국민의 건강 보호 ▲국제적인 추세에 부응 ▲비보호 무역장벽 실현 ▲국내농산물 보호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잔류농약기준 농도가 0.01ppm인데, 이는 수영장에 잉크 한 숟가락 반 정도 넣는 정도의 소량이다”라며 “이를 검출하기 위해 국가가 표준 분석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국내에서 사용되는 450종 농약 성분을 분석할 방법은 있는데, 국내 미사용 농약에 대한 분석법은 아직 확립하는 과정에 있어 국가가 풀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아직 적당한 농약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소면적 작물에 필요한 농약을 개발해야 하는데, 전체 450여 화합물 가운데 국내 기술로 만든 건 10종밖에 안되는 현실을 감안해 국가가 연구 투자기금 127억원을 확보해 연구‧개발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소면적 재배 작물이 너무 많아서 비슷한 작물을 그룹화하고 포괄적 시험을 통해 사용가능한 농약을 목록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이미 세계에 공문으로 PLS를 시행하기로 공포한 상황에서 미루기는 어려운 형편”이라면서도 “시험 중인 농약에 한해 잔류허용기준(MRL, Maximum Residue Limits)을 계도하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지속적인 연구와 홍보, 농약 판매인의 전문화 등도 앞으로 보완해야할 과제다”라고 밝혔다.

토론회 현장에 많은 농민들이 참석해 PLS제도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제주발표 이후 토론회가 이어졌다. 현해남 제주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박종서 농민의길 집행위원장과 고광덕 사)제주당근생산자협의회 사무국장, 고동환 애월농협 영농자재팀장, 이우철 제주특별자치도 농축산식품국장, 황규석 농촌진흥청 연구정책국장, 김정욱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소비정책국장, 한상배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기준기획국장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박종서 집행위원장은 “정부가 2011년에 준비를 시작했다고 하지만 2017년 살충제 달걀 파동으로 갑자기 밀어붙였다”며 “정부가 준비부족을 인정하고 농민들의 피해가 뻔한 제도를 식약처가 왜 밀어붙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종서 집행위원장은 “PLS도입 과정에서 현장 농민들의 의견이 배제됐고 시행 후 부적합률이 10%이상 판정이 예상되는 보고들이 발표되고 있다”며 “정부가 제도의 시행을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한상배 국장은 “우리도 소통을 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면서도 “현장의 애로를 해결하기 위해 농진청과 문제 해결방안을 찾았다”고 답했다.

고광덕 사무국장은 “당근의 경우는 등록 약재가 부족해 미등록 약재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며 “PLS가 시행되면 당근을 포함해 메밀이다 콜라비 등은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제주 밭작물이 이모작으로 재배되고 이웃한 밭에 농약이 살포되는 비산의 위험이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있는지도 의문이다”고 말했다.

황규석 농진청 국장은 이에 대해 “당근은 농약 19개 품목이 등록됐는데 금년에 65개 농약에 대해 시험하고 있는 중이고 이를 식약처와 협의해 허용농약으로 등록될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를 간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모작에 대한 잔류농약 피해나 비산의 문제는 긴급 연구과제로 삼아 대책을 찾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우철 국장은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가 홍보할 수 있도록 정확한 농약 목록을 줘야 하는데 그런 소통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며 “월동채소 수확기가 6개월도 남지 않았는데 아직까지 이러면 곤란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월동채소가 제주도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PLS는 제주농업에 중차대한 문제”라며 “전국에서 대책위가 구성된 것도 제주도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김정욱 농축산부 국장은 “정부가 이미 미등록 사용농약에 대한 수요조사를 했고 추가 등록도 하고 있다”며 “이후에도 지자체와 농민 등과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소통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황규석 농진청 국장도 이와 관련해 “놈민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예산을 투입해 홍보 메뉴얼을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동무 생산자가 방청석에서 제도의 문제를 지적하는 장면이다.

고동환 애월농협 팀장은 “농가들은 ‘농약이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제도를 시행하면 농민들은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항변한다”며 “농협 입장에서는 농가에 PLS를 홍보하는데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고 밝혔다. 그리고 “농약 드론살포 과정에서 주변 농지에 비산되는 피해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성산읍에서 월동무를 재배하는 농민은 방청객 토론과정에서 “지금 파종하는 작물에 대해 사용할 농약이 없는데 몇 개월 후 수확하라면 어떻게 하라는 거냐”며 “토론이 긴급한 현안을 놓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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