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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지 6만6천여 평, 난개발 시대 월라봉의 운명은?[도시공원 점검] 감귤박물관 품은 월라봉 도시공원
장태욱 | 승인 2018.07.24 23:29
월라봉 남쪽 바위절벽. 동쪽으로 달을 뜨는 방향으호 향하기 때문에 달을 기다린다는 의미의 이름이 정해졌다.

더위를 피해 효돈동 월라봉 산책길을 걸었다. 주변 주택가와 도로는 무더위로 난리인데, 산책길은 소나무 숲 그늘로 선선하다. 30분 남짓한 산책도 심신의 묵은 때를 씻어내기에 충분하다.

월라사 뒷쪽에서 월라봉으로 진입하는 입구에 수문장처럼 서 있는 바위 두 개가 있다. 주민들은 이들을 구덕찬돌과 애기업개 바위라 부른다. 월라봉 용암동이 부분적으로 풍화작용을 받은 후 암석의 심부(core)가 남은 것이다.

제주도 구석에 사연 없는 바위가 어디 있으랴만, 이 바위들도 오래된 이야기를 전한다. 벌이가 시원치 않은 남편 서국을 대신해 돈을 벌려 관가에 나갔다가 며칠을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는 여인의 이야기다.

관아에서 잔치가 계속되는 바람에 서국의 아내는 집에 돌아오지 못했고, 애기를 돌보던 애기업개는 기다리다 지쳐 아기를 업은 채 돌로 변하고 말았다. 나중에 돌아온 서국의 아내는 애기와 아기업개가 없어지고 빈 애기구덕만 남아있는 것을 보고 자신도 그 자리에서 돌로 변했다고 전한다.

구덕찬돌과 애기업개돌.

월라봉 산책길은 여러 군데 입구가 있는데, 감귤박물관 유리온실 북쪽에서 진입하는 게 매력이 있다. 네 개의 봉우리 가운데 북쪽에 자리 잡은 서보재동산이 가장 높고 넓을 뿐만 아니라 소나무 숲이 잘 보존됐다. 때문에 서보재동산에 이르는 산책로는 서늘하고, 동산 꼭대기에 오르면 신효와 하효마을 전체를 조망할 수도 있어 좋다,

‘월라봉(月羅峰)’이란 이름은 서보재동산(해발 154m)에서 남쪽으로 뻗은 산줄기 끝자락에 바위절벽이 동쪽에서 달이 뜨는 것을 바라보는 형상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과거에는 '달암(月岩)'이라고도 했고, '다라미'라고도 했다. 능선 가운데서 동과 서로 뻗은 소능선 끝자락에도 작은 봉우리가 있다.

제주자치도 환경지원연구원 소속 고기원 박사 등은 지난 2013년, 제주도 전역에서 69개 시추공에서 용암류를 분석해 지질연대를 측정‧발표했다. 고 박사팀은 약 100만년 전 쯤에 제주도에서 최초로 화산활동이 시작해 서귀포층을 형성했고, 이후 70~90만년 전에 가파도와 산방산, 문섬, 섶섬 등 조면암 혹은 조면안산암 용암돔이 형성된 것으로 분석했다. 신효동의 월라봉 조면안산암 용암돔은 그 이후인 50만년 전쯤에 분출한 것으로 추정했다.

월라봉 산책로.
월라봉 정상에서 바라본 신효와 하효의 모습.

일대 봉우리들은 마을을 포근히 감싸고 있고, 그 정상에 오르면 바다가 훤히 내다보인다. 예로부터 좋은 묘 터로 알려져 왔는데, 그와 관련하여 전해지는 일화가 있다. 제주시 아라동 이훈장과 관련한 이야기다.

조선시대에 지금의 제주시 아라동에 이훈장이라는 사람은 부친이 돌아가자 좋은 자리에 모시기 위해 장정들을 동원해 상여를 끌고 한라산을 넘어 월라봉에 와서 장사를 치렀다고 전한다. 월라봉은 그 앞에서는 용이 재주를 부리는 형세이고 멀리 문필봉을 바라보고 있어, 문장가가 태어나 자손대대로 번창할 묘 터라고 한다.

월라봉 네 개 봉우리 가운데쯤에 감귤박물관이 자리를 잡고 있다. 박물관은 지난 2005년 2월 25일에 문을 열었다. 세계감귤전시관과 아열대식물원, 감귤체험장, 야외공연장, 어린이놀이시설, 인공폭포 등을 갖추고 있다.

그동안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던 감귤박물관이 최근 많은 변신을 통해 지역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관광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내놓았다. 최근에는 아이돌가 수 지드래곤의 팬클럽들이 감귤박물관측과 협약을 맺고 스타 팜을 조성했다. 팬클럽 회원들이 이곳을 방문해 영농을 지원하고 박물관을 홍보한다는 취지다.

감귤박물관의 변신은 무죄.

서귀포시는 지난 1965년 3월에 월라봉 일대를 도시공원으로 지정했다. 2018년 6월 도시계획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월라봉 도시공원의 규모는 전체 45필지 28만5946㎡(약8만6650평)에 이른다. 공유지는 66095㎡(약 2만30평), 사유지는 219851㎡(약6만6620평)로 사유지 면적이 전체의 76.9%에 이른다.

그 가운데 임야가 21필지 22만7200㎡(8만8850평)이고 과수원과 전 등 농지가 8필지 2만5334㎡(약 7680평), 대지가 4필지 22384㎡(약 6780평), 도로가 8필지 1만306㎡(약 3120평) 등이다.

공원시시설로 산책로와 광장 24127㎡(약 7310평)과 감귤박물관 3397㎡(약 1030평), 세계감귤전시온실 7227㎡(약 2190평), 세계감귤전시장 7532㎡(약 2280평), 아열대식물관 1650㎡(약 500평), 감귤체험장 480㎡(약 160평), 어린이놀이터 2개소 총 3561㎡(약 1080평), 전망대 2개소 2236㎡(약 670평), 주차장 3개소 6047㎡(약 1832평) 등을 갖추고 있다.

월라봉 주변 신효와 하효, 상효 등에 주택이 들어서면서 월라봉은 택지에 둘러싸인 녹지 섬 역할을 하고 있다. 주변 주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함은 물론이고, 공기를 정화하고 주변의 온도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을 억제하는 역할도 한다. 주거환경의 방호벽 기능을 담당한다.

그런데 월라봉 도시공원도 자칫하면 2년 후에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이른바 ‘도시공원 일몰제’ 적용시한인 2020년 7월 1일이 2년 앞으로 다가왔다. 월라봉 도시공원 전체 면적의 76.9%가 사유지인 점을 감안하면, 도시공원 해제 후의 상황은 불을 보듯 뻔하다. 토지 소유주들의 재산권과 시민 공공의 이익을 훼손하지 않는 지혜로운 대안이 절실하다.

장태욱  taeuk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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