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게 프로젝트(신‘대장의 나‘는 우리동네 골목가게’를 응원합니다) >

이번 주 역시 무더운 제주날씨다. 하루하루 더 흥건하게 땀이 흘러 옷을 적시고 입 맛은 입맛대로 힘을 못 쓴다. 게다가 냉면도 지겹고 밀면도 지겹고 한치회도 지겹다면 이번에는 닭은 어떨까?

실이네 닭곰탕

동홍동 골목 한 켠 허름했던 작은 골목가게, 그 곳 간판에서 닭곰탕이라는 메뉴를 처음보고 들어가 먹어본 것이 어언 9년 전. 그 이후 나는 지금까지도 몸이 지칠 때가 되면 무엇에 홀린 듯 ‘실이네 닭곰탕’을 찾아가게 된다.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 아닌 지역주민들만 찾는 이른바 도민 맛집이다.

그 사이 가게는 동홍동 현대탕 옆으로 이전을 했고, 작았던 가게는 깨끗하고 넓어진 신축 건물로 바뀌었다. 그래도 변하지 않은 건 반겨주는 사장님과 메뉴 그대로 였다. 테이블부터 바닥까지 그리고 주방과 내부 곳곳이 정말 깨끗하다. 가게를 오픈한지 16년이 넘은 이 곳은 자존감 하나로 살아온 사장님의 성격 그대로 까다롭고 철저하게 관리를 하고 있다. 조금은 더 편안히 먹을 수 있는 좌식테이블과 밑반찬 셀프코너는 그 까다로움 속에 손님을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실이네 닭곰탕’ 최고 인기메뉴는 가게의 상호 명에 적힌 바로 ‘닭곰탕’. 뜨겁게 달궈진 뚝배기 한 그릇에 보글보글 끓여져 더더욱 뜨거운 닭곰탕이다. 손을 대면 화상을 입을 수 있을 정도니 특별히 조심히 다뤄야 한다.

가게 벽면에는 닭의 영양성분이 적혀있다. 닭고기에는 풍부한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데 단백질, 필수아미노산, 불포화 지방산, 콜라겐, 리놀레산등 이다. 이들은 동맥경화, 심장병, 암 예방, 뼈대역할, 세포조직, 산후조리, 감기, 각종 질병과 다이어트에 도움을 준다고 적혀져 있다. 닭의 영양이 이렇게 좋아서 여름에 먹는 닭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찾는 보양식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냥 먹는 닭곰탕이 아니다. 이 곳의 최고 인기 반찬은 바로 파김치다. 원래 사장님이 좋아하는 익히지 않은 겉절이 스타일의 파김치는 매일 직접 담근다고 한다. 젓갈 맛이 확 느껴지는게 그냥 밥 하고 먹어도 물론 맛있지만, 그 뜨거운 닭곰탕 뚝배기에 이 파김치를 푹 담가서 먹는 것이 실이네 닭곰탕을 먹는 방법이다.

먹기 좋게 발라진 닭 살코기에 파김치를 푹 담궈 몇 번을 휘이이 젓고 한 숟가락 입에 넣는다. 아~! 맛있다! 변함없이 뜨끈하고 시원하고 담백한 데 파김치가 주는 또 다른 매력에 입안이 호강한다. 먹는 내내 숟가락이 쉬질 않는다.

제주에서 태어난 사장님은 어린 시절 부산으로 건너가 자취하게 되는데, 유독 위장이 좋지를 않아 나름대로 편하게 먹을 수 있게 그 당시 집에서 해먹던 방식이 바로 지금의 ‘실이네 닭곰탕’의 시초가 되었다고 한다. 고기와 부추가 궁합이 잘 맞는다면 닭곰탕에는 파김치의 궁합이 좋다고 한다. 닭곰탕에 파김치를 넣을때에는 과음, 무더위와 지나친 땀으로 인해 소화력이 떨어질 때, 혈액 순환, 신경통, 신경쇠약, 불면증, 치료보조 역할, 초기 감기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하니 여름철 꼭 한 그릇 먹어봄직하다.

닭곰탕이 하얀 베이스라면 닭 육개장은 빨간 베이스다. 조금 더 얼큰하고 매콤한 까닭에 전날의 과음으로 숙취해소가 필요하다면 닭 육개장을 추천한다. 빠알간 국물 안에 고사리와 숙주나물 그리고 대파가 맛깔스럽게 담겨져 느끼하지 않은 그 맛이 참 좋다. 먹는 내내 시원함과 구수함이 느껴지는 메뉴이다.

삼계탕 스타일로 닭 반마리가 담겨져 나오는 닭 반계탕은 양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어 여성분들도 남김없이 뚝딱 한 그릇 하기에 괜찮고, 닭을 싫어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만두 한 접시도 괜찮다.

오후 3시까지만 하는 이유가 이 곳의 철학이였다. 돈을 더 벌려면 늦은 저녁시간까지 문을 열고 사람도 더 쓰면 가능하겠지만, 그렇게 무리를 하다보면 몸과 마음이 지쳐서 오랫동안 이 가게를 할 수가 없지 않겠냐고 한다. 요즘 같이 사람 구하기도 힘들고, 인건비가 워낙 비싼 제주의 분위기를 본다면 충분히 공감가고 실질적인 고민이다. 먼 훗날 몸을 움직이지 못하더라도 가게에 나와 손님 얼굴이라도 보며 있는 것이 사장의 자세라고 한다. 마치 요즘의 스마트 폰 충전하듯, 뜨끈한 닭곰탕 한 그릇 먹고 몸의 기운을 충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것 같아 문을 닫고 나올 때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가게의 수명이 짧아지고, 호흡은 더더욱 짧아져 간다. 일본의 백년가게처럼 오래오래 대물림 할 수 있는 ‘실이네 닭곰탕’이 되고 싶다는 사장님의 말씀에 흐뭇해진다.

 

문의 : 064.732.5595(포장 가능)

위치 : 서귀포시 동홍남로 80(현대탕 옆)

오픈 : 오전 7:00 ~ 오후 3:00

휴무 : 일요일

(페이스북 : 신대장 / instargram : jeju_by.shin / 블로그 : blog.com/red7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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