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을 불태우는 것은 역시 바닷가가 제 맛! 그런데 서귀포 바다에는 모래찜질의 후끈한 낭만이 있는 해수욕장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물이 너무 차 오래 들어가 있기조차 힘든 용천수와 천(川)이 있는 바닷가가 곳곳에 펼쳐져 있다. 오늘의 여행지는 바로 이런 천연얼음수를 찾아 떠나는 바다여행이다.

 예로부터 여름이면 제주 사람들이 무더위를 피하고 건강을 챙기려 몰려들던 유명한 곳이 있다. 이 곳에서 물을 맞으면 신경통으로 고생하던 이도 1년간 아프지 않았다는 신통방통한 폭포 소정방이다. 정방폭포 동쪽으로 소라의 성 건물을 지나 바닷가로 내려가면 아담하고 예쁜 몇 개의 폭포를 만날 수 있다. 1960년대만 해도 소정방폭포의 위쪽은 논이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지만, 예나 지금이나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시원하고 두툼한 자연의 물줄기로 더위도 쫓고 안마도 받기에 이보다 좋은 곳은 없다.

서귀포 자구리

  바다를 따라 서쪽으로 향한다. 정방폭포와 서복전시관을 지나면 푸른 잔디와 예술작품으로 꾸며진 아름다운 바닷가 공원을 만난다. 자구리다. 여름이 되면 종일 물놀이에 신이 난 예쁜 아이들의 아지트인 바닥분수가 시원한 물줄기를 하늘로 올려 쏘고 있다. 이 작은 마법의 물줄기들은 아이들의 얼굴에 세상을 다 얻은 미소를 피어나게 한다. 바닷가로 내려가면 더 큰 천연 물놀이장이 반긴다. 그늘이 없음에도 근처에 다다르면 냉기를 느낄 정도로 시원하고 깨끗한 민물을 모은 담수욕장이다. 물이 참 맑기도 하다. 지나는 누구라도 잠시 발을 담그고 더위를 식히며 탁 트인 바다를 감상하기에 그만이다.

속골

  서귀포여자고등학교 서측 작은 도로를 따라 바닷가까지 내려가면 속골이다. 흘러내려가는 물길 끝에 작은 둑을 쌓아 물놀이장을 만든 곳인데 여름철 계절음식점으로 더 많이 알려진 명소다. 아이들은 첨벙첨벙 물놀이로 더위를 쫓고 어른들은 흐르는 물 위에 발을 담그고 백숙과 한치를 즐기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쫓는 곳이 바로 이 속골이다. 야간에도 계절음식점을 운영해서 육지에서 휴가 온 손님을 모시고 와 최고의 순간을 선물하는 데도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법환 동가름물, 서가름물

서쪽으로 더 가보자. 태풍이 오면 대한민국 TV 방송에 가장 먼저 뜨는 법환막숙포구가 있다. 법환은 좀녀(해녀)의 마을로도 유명해 몇 일전 해녀학교 수료식이 열리기도 했다. 막숙포구 한 켠에는 마을의 빨래터로도 쓰였고 물놀이터로 쓰고 있는 동가름물, 서가름물이 제법 크게 자리잡고 있다. 오늘은 마을 좀녀 삼춘이 실제 빨랫감을 들고 나와 앉으셨다. 아이들의 첨벙이는 물장구에는 그저 너그러운 모습으로 바라보며 웃고 계셨지만 이 물 바로 길 건너에 포구를 위압하듯 한창 공사 중인 건물들을 올려다 보고는 고개를 돌리신다. 서귀포다움의 한가운데 익숙한 모던함이 너무 뾰족하고 깊숙하게 쑥 들어와 앉아있다.

강정천

  다음으로 찾은 곳은 2개의 물이 돌아 만나는 곳, 멧부리와 냇깍이 있는 곳 강정천이다. 속골보다 규모가 큰 물길이 2개나 있다. 은어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어 한 때 은어축제가 열리기도 했었다. 시원한 물이 제법 빠르게 지나가는 강정천에서 반두로 물고기도 잡고 수영도 하며 피서를 즐기지만 지금은 계절음식점이 너무 커져 이제는 피서객들이 약간 음식점의 눈치를 보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서귀포에서는 여름하면 강정천이다. 중문관광단지를 지나 예래동 바닷가로 내려가면 제주도에서 가장 큰 이중 담수욕장을 만날 수 있다. 논짓물이다. 콸콸 쏟아져 나오는 얼음같이 찬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지점에 낮은 담을 이중으로 쌓아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곳으로 수영을 좀 한다는 어른들에게도 그만인 제법 규모가 큰 해수+담수욕장이다. 중문관광단지와 멀리 서귀포 앞바다까지 눈에 다 들어오는 진짜 바다를 보며 진짜 바다에서 즐기는 피서지로는 따라올 곳이 없다.

  이 외에도 서귀포시내 서홍동에는 서울의 청개천과는 비교가 안 되는 자연그대로인 솜반천이 흐른다. 이렇게 축복받은 물의 행복은 아마도 설문대할망이 제주에서도 서귀포에만 쥐어 준 최고의 선물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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