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신과의원 박용한 원장

16. 야외 걷기명상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걸을 때 보통 생각에 빠져 걷거나, 주위 풍경을 보고 걷거나, 옆사람과 이야기를 하거나, 멍때리거나 음악을 드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걷습니다. 그러나 야외에서의 걷기 명상은 기준점을 발바닥에 두고 왼발, 오른발 이름 붙여 알아차림하며 걷습니다. 발바닥이 땅에 닫는 느낌을 느끼고, 이동하는 것도 느끼면서 왼발, 오른발 이름을 붙입니다. 생각, 감정 등 방해 현상은 웬만하면 무시하고 걸음에만 집중을 하고 걷는 중에 앞에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현상이 있으면 “보임”하고 이름 붙혀 알아차림 해주고 즉시 발바닥으로 돌아와 왼발, 오른발 이름 붙여 집중하여 걷습니다.

걷는 중에 자칫 생각에 빠질 수가 있습니다. 생각에 빠져 걷게 되면 명상이 아닌 사색의 길이 되고 주변과 더불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자신의 존재감을 놓치게 되니 생각을 빨리 알아차리고 발바닥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이렇게 걸으면서 매순간 알아차림 명상을 하다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알아차림의 힘이 강화되고 세밀해집니다. 걷는 길의 특성에 따라 발바닥의 느낌의 변화를 알아차림 하면서 대상에 따라 변화되는 마음상태를 알아가게 됩니다. 순간 순간 나타나는 대상들이 머물다가 사라지는 것도 경험하게 됩니다. 매순간 관계를 통해 현상이 드러나는 것도 알아가게 되고 모든 것이 톱니바퀴 돌아가듯 맞물려 일어나는 현상들을 보며 자각하는 공간이 확장되어 가고 지혜로운 통찰을 가지게 됩니다.

지금 이순간 주위와 함께하는 생생함과 자존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걷기명상은 매우 손쉬운 방법이고 일반적인 사회생활을 하거나 산책을 나갈 때나 일부러 주말에 야외 길을 나갈 때에 활용하면 자신도 모르게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해보면 집중력이 높아지고 마음이 고요해지고 맑아집니다. 노인 분들의 경우에는 걷다가 넘어져서 다치는 경우가 적어지고 기억력 감소 방지에도 도움이 됩니다. 걷더라도 피곤해지거나 관절통의 괴로움이 덜 느껴집니다. 마음이 정화되어 잠잘 때도 편하게 잘 수 있으며 면역력이 증진되어 질병 예방에도 도움이 됩니다.

서귀포시는 도심지가 매우 작은 편임에도 서귀포 시민들은 걷는 것 보다는 가까운 거리도 차량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위에 자신의 모습이 드러나길 꺼리거나 관계에 소극적인 지역적 특성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우선적으로 자신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적극적으로 걸을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걸으면서 하는 명상이 서귀포 시민들의 좋은 습관으로 정착되기를 진심으로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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