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피해자 국가인권위원회에 피해구제 요청, 제주지방결찰청 조사 마무리 ‘기소’ 의견

최근 동홍동 강아무개씨가 국제결혼중개업소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했다. 사진은 해당 결혼정보업체 사무실 입구.

서귀포시 동홍동 주민 강아무개(60)씨는 10년 전에 상처(喪妻)하고 최근까지도 홀로 살았다. 아내가 오랜 기간 암과 투병했기 때문에 슬하에는 자녀도 없었다. 아내를 떠나보낸 지 10년이 지나자, 주변에서 재혼을 권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지인들은 강씨에게 결혼해서 가정도 꾸미고 자녀 키우는 재미도 느껴보시라는 권유였다.

강씨는 늦은 나이지만, 주변 사람들의 권유를 받아들여 결혼을 결심했다. 그런데 자녀를 염두에 두고 있던 터라 가임 여성을 만나야 하는데, 젊은 한국여성을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국제결혼을 염두에 두고 2017년 11월에 제주시청에 문의해 제주시 삼도1동에 소재한 C결혼정보업체를 찾았다.

강씨의 말에 따르면, C업체 진아무개 대표는 강씨에게 결혼을 원하는 여성의 국적을 물었고 강씨는 ‘우즈벡’이라고 답했다. 그런데 진아무개 대표는 우즈벡은 이혼률이 매우 높아서 우즈벡보다는 필리핀이 낫다고 권했다.

C업체 진아무개 대표는 강씨에게 필리핀 여성과의 결혼을 권하며, 결혼식 비용과 신부가 한국에 들어오는 일체의 비용 등을 합해 1400만원을 요구했다. 강씨는 그 돈을 지불했다. 진대표는 강씨에게 스마트폰으로 필리핀 여성 R씨와 K씨의 사진을 보여준 후, 필리핀 현지에서 두 여성을 차례로 만난 후 결혼 상대를 정하라고 했다.

강씨는 진대표와 함께 지난해 11월 26일에 필리핀을 방문했다. 그리고 신부를 정하기 위해 여성 R씨와 먼저 만났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여성은 한국에서 사진으로 본 여성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강씨는 이와 관련해 진대표에게 영문을 물었는데, 진대표는 묵묵부답이었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K씨를 만나보자고 했다.

결국 K여성을 만나 결혼식을 올렸고, 필리핀 주재 한국 대사관에서 신랑‧신부 면접도 봤다. 결혼식에는 K여성의 이모와 이모의 가족, 언니와 언니의 가족 등이 참석했는데, 정작 아버지는 참석하지 않았다.

강씨는 결혼식이 끝나자 K여성에게 60만원과 선물 등을 전한 후 진대표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강씨가 한국에 도착하자 신부인 K여성이 카카오톡으로 “강씨가 아버지를 만나지 않았기 때문에 아버지가 화가 많이 났다”고 전했다.

강씨는 뭔가 일이 잘못되어가는 느낌이 들었지만, K여성의 아버지에게 사과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14일에 다시 필리핀으로 떠났다. 강씨는 필리핀에 도착했는데 태풍으로 인해 K여성 아버지가 산다는 민도르섬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 대신 K여성이 한국어를 공부할 수 있도록 4개월 학원비와 생활비 등을 합해 210만원을 전달하고 돌아왔다.

그런데 이후 K여성은 한국에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 카카오톡으로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내용은 ‘나 말고 다른 여성과 결혼해도 좋다’라든가 ‘아버지 치료에 돈이 들기 때문에 돈을 보내라’, ‘아버지 차를 세워둘 주차장 구입비가 필요하다’, ‘살을 빼야 하는데 스포츠센터 수강료가 필요하다’ 등 대체로 돈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강씨는 결혼을 주선한 진대표에게 아무래도 결혼이 잘못된 것 같으니 정리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진대표는 K여성에게 돈을 보내주면 다 해결될 일이라고 답했다.

그렇지만 K여성은 결국 한국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강씨가 주변 필리핀 여성을 통해 K여성과 통화를 시도했는데, K씨는 한국에 들어올 마음이 없고, 진대표가 K여성에게 싫으면 한국에 들어오지 않아도 된다고 전했다는 내용도 확인했다.

강씨는 결혼정보업체와 K여성에 속은 것에 분해 한 때 공황장애를 겪었다고 전했다. 그리고 지난 6월 말경에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진정을 넣고 이 사건에 대해 진상을 가려줄 것을 요청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제주지방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리고 제주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팀이 사건을 맡아 최근까지 조사를 벌인 끝에 C업체가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한한 것으로 판단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는 입장이다.

강씨가 필리핀 현지에서 여성 K에게 주고 온 돈과 한국에서 필리핀으로 송금한 돈을 합하면 380만원에 이른다. 그리고 결혼정보업체에 계약금으로 지불한 1400만원 등을 합하면 결혼사기로 대략 2000만원을 날렸다.

강씨는 “이 돈도 내게는 큰돈이지만 그동안 시달린 걸 생각하면 지금도 끔찍하다”며 “자신을 속인 업체에 반드시 책임을 묻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강씨의 국제결혼을 주선하기로 계약했던 C업체 관계자와 여려 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통화연결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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