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저녁 임시총회 열고 안건 처리.. 반대 입장 명확히 하고 이후 방안 등 논의

의귀리 마을회가 14일에 임시총회를 열고 공장 설립 반대를 의결하고 반대대책위 구성을 인준했다.

의귀리(이장 고행곤) 마을회 임시총회가 14일 저녁 7시, 마을 복지회관 2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주민들은 회의에서 ‘(주)안정기업 공장건립에 대한 논의의 건’을 안건으로 다뤘다.

(주)안정기업은 최근 의귀리 557-2번지 부지에 콘크리트 2차 가공물(우수관용 흄관 등) 제작을 위한 공장설립 신청허가를 서귀포시청에 제출했다. 마을 내에서 이에 공해와 교통체증 등을 우려해 강하게 반발하는 공장건축 반대 열기가 고조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고행곤 이장이 임시총회를 제안해 회의가 소집됐다.

주민 100여명이 참석해 회의장을 가득 메웠다. 김광복 마을 지도자가 주민 향약에 정한대로 60인 이상이 회의에 참석해 성원이 됐다고 보고했고, 곧바로 고행곤 이장이 의장으로 회의를 진행했다.

고행곤 이장은 “더운날 바쁜 가운데도 많이 참석해주셔서 고맙다”며 “오늘 회의에서 좋은 의견들 많이 내주시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주)안정기업이 지난 7월초에 서귀포시청에 건축허가 신청을 냈고, 서귀포시청은 ‘건축허가 사선예고 안내문’을 의귀리 마을회에 송부했다. 업체 관계자가 마을회를 방문해 공문처리를 조속히 해줄 것을 요청했고, 마을회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규정대로 새마을금고와 농협, 마을회 입구 등에 부착했고 8월 6일에 ‘예고제에 따른 의견종료’ 제출 공문을 서귀포시청에 송부했다. 마을회가 공장설립에 별다른 이견이 없음을 밝힌 상황이 됐다.

서귀포시청은 주민들 사이에 별 이의가 없어 건축허가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통보했다. 이에 (주)안정기업 관계자가 8월 4일에 마을을 방문해 사업 내용을 설명하려 했는데, 주민들이 무관심해 설명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다만 업체 관계자가 마을을 방문해 마을 관계자들을 만나는 과정을 이상하게 여긴 현미정 부녀회장이 여러 경로로 업체가 마을에 흄관 제작 공장을 설립하려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공장 건립계획이 주민들이게 알려지면서 마을에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그리고 마을회는 의견종료 제출 공문을 발송한 지 하루 만에 입장을 정정해, 8월 7일에 공장설립에 반대한다는 공문을 서귀포시청에 송부했다.

업체는 8월 9일에 사업설명회를 계획했는데, 주민들 감정이 격해진 상황이라 마을회는 업체에 설명회 연기를 요청했다. 그리고 주민들은 마을 개발협의회를 열고 반대대책위를 구성했다. 마을회는 10일에 임시 반상회를 소집하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탄원서에 필요한 서명작업에 돌입했다.

반대대책위는 13일 시청을 항의방문하고 탄원서를 접수했다. 그리고 공장 인허가와 관련한 6개 부서 관계자들을 만나 시청이 공장설립 인허가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고 항의했다. 그리고 도의회를 방문해 탄원서를 제출하고 지역구 도의원인 송영훈 의원과 면답했다.

14일에는 남원읍을 방문해 읍장을 면담하고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공장설립 반대를 의결하고 반대대책위원회 구성을 인준받기 위해 임시총회를 열었다.

고행곤 의귀리 이장

이날 회의에서 마을회의 공문처리 과정이 가장 큰 논란이 됐다. 일부 주민들은 총회 과정에서 마을회 임원들에게 “‘건축허가신청 사전예고 안내문’을 보냈을 때 마을회에서 반대 의견을 명확히 했다면 사태가 오지 않았을 텐데 이장이 공문처리를 한 게 문제다”며 “이에 대한 해명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고행곤 이장은 “당시 제가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공문을 문서를 잘못 보냈고, 실수를 파악해서 즉시 시정공문을 보냈다”며 “제 실수를 인정한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주민은 “이 자리에서 이장을 성토했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지 방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민들 가운데서 업체의 입장을 대변하는 주민도 있었다. 업체 대표의 외삼촌인 주민 박아무개씨는 “조카(업체 대표)는 주민들이 반대하면 사업을 추진할 뜻이 없다. 그런데 사업설명회를 통해 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하려고 하는데, 자리를 마련해주지 않았다”며 이장을 원망했다.

이에 다수 주민들은 “마을에 업체를 유치하려면 도움이 되는 것을 유치해야지 왜 해가되는 업체를 유치하려 하느냐”며 반발했다. 총회가 잠시 아수라장으로 변하기도 했다.

주민 씨는 “이장님이 불찰이 있었기 때문에 책임지고 공장유치를 저지를 밀어붙이든지 아니면 그 일을 할 수 있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든지 해주시라”고 요구했다.

고행곤 이장은 “반대의견을 모으고 반대대책위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총회에서 의결과 인준을 해줘야 한다”며 주민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회의에서 주민들은 공장설립 반대를 의결했고, 개발위원회에서 반대대책위원회 구성한 것을 공식적으로 인준했다.

안건 인준이 끝난 후에도 토론은 계속됐다. 주민 홍아무개씨는 “시일이 촉박하기 때문에 공장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우리 마을 뿐만 아니라 이웃 신흥2리, 수망리 등과도 연합해 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김승옥 직전 이장은 “대외적으로 마을을 대표할 수 있는 건 이장이다”며 “비상대책위원장은 반드시 이장에 맡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안정기업이 흄관 제작공장을 설립하려는 부지

이에 고행곤 이장은 “행정을 만나 마을 총회의 입장을 전달하고 최대한 반영되도록 노력할 것이고, 업체 대표도 만나 계획이 철회되도록 협상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인근 한남리 고성봉 이장도 참석해 회의를 참관했다. 그리고 수망리와 신흥2리 마을회는 이미 공장건립에 반대입장을 정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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