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강문상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본부 상설위원회 정책위원장

공무원들의 반바지 차림으로 근문하는 문제에 대해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직내부에서 운영 중인 결재시스템의 한 칸에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말 못할 고민거리나 건의사항을 익명으로 올릴 수 있는 ‘존단이’가 자립잡고 있다.

최근 이 난에 한 공직자가 ‘반바지 출근’을 제안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장인즉슨 반바지는 무더위에 시원하니 에너지가 절감되고 그러다보면 일의 능률도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직사회가 때 아닌 갑론을박에 휩싸였다. 댓글로 타 지자체의 사례를 링크해 주며 지지를 보내는 이도 있는 반면에 공공기관뿐만이 아니라 사기업에서도 복장규정을 내규로 정하고 있는 것은 마음가짐과도 직결되기에 좀 더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어떠할지 궁금했다.

세계적 여성단체인 서귀포YWCA 이신선 사무총장은 급작스런 질문에 다소 망설인 끝에 “과거의 공직자는 화이트컬러에 항상 근엄한 모습이었으나 시대가 변하면서 공직사회도 다양한 개성연출이 필요하다.”면서 “일의 능률과 효용성 측면에서만 본다면 반바지도 괜찮게 생각한다.”고 긍정론에 한 표를 던져주었다.

이에 반해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 또 다른 시민은 “관공서를 방문했을 때 핫팬츠를 입은 여성공직자를 보면서 눈살을 찌푸려 품위에 대해 지적하고 싶었으나 괜한 오해에 휘말릴 것 같아 관둔 적이 있다.”면서 “개념 없는 공직자도 모자라 반바지에 슬리퍼를 질질 끌면서 마음가짐이 잘도 돌아 가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여성공직자들, 특히 워킹 맘들은 대체적으로 이 제도에 대해 반대가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다. 시민들이나 민원인들을 대하는 공직자의 자세는 우선 복장에서부터 나온다는 다소 전형적인 이유를 내걸었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어제오늘 불거진 것은 아니다. 지난 2008년 대구 서구청이 시도한 적이 있지만 보수성향의 공직사회 벽을 뚫지 못하고 슬그머니 자취를 감춘 사례가 있다. 그러다 민간기업체에서부터 반바지에 샌들착용을 허용하는 쿨 비즈(Cool Biz)선언에 있고나서는 충북도와 일부 학교에서 반바지 교복도 등장한 적이 있다.

최근에는 수원시 염태영 시장이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면서 전국적인 이슈를 몰고 왔다. 연일 35도를 넘나드는 폭염 속에 보기에도 시원할 뿐만 아니라 확실히 일에 대한 의욕도 생긴다며 공무원노조에서조차 환영을 해 주었다.

몇 해 전, 주1회이기는 하나 박원순 서울시장이 반바지를 입고 출근할 때면 정장을 입고 출근한 간부들이 반바지로 갈아입은 후 회의장에 들어선다는 진풍경이 생각났다. 반바지를 입으면 샌들이나 슬리퍼가 제격인데 구두에다 양말을 신고 복도를 거닐면서 조롱거리로 회자된 적이 있다.

넥타이를 풀면 2도, 반바지를 입으면 4도까지 체감온도가 내려간다는 분석도 있어 당분간 반바지 논쟁은 지속될 듯하다.

무엇보다 복장이 자유로우면 생산성 향상에는 확실히 도움이 되는 만큼 반바지뿐만 아니라 5부바지, 7부바지 등 시원한 차림새는 도입해볼만 하다고 본다. 다만, 비교적 나이가 지긋한 공직자의 입장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이는 어디까지나 자율에 맡겨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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