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신과의원 원장 박용한

18. 자기 분석

 

진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분들 중에 종종 악몽을 꾸는 것을 호소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악몽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였고 밤새도록 불안과 공포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앞으로 안좋은 일이 생기는 것 아닌가 걱정도 합니다. 우리는 꿈을 매일 꾸고 있지만 깊은 잠을 자고나면 꿈에 대한 기억이 잘 안나고, 깊이 잠을 못자면 꿈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꿈은 자신의 마음상태를 무의식적인 것을 포함하여 상징적인 모습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안좋은 꿈은 안좋은 기억과 생각들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고 좋은 꿈은 좋은 상태의 마음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꿈을 통해 뇌는 그날 경험한 일들을 효율적인 정보로 처리하여 다음 날을 준비하게 해주며, 심리적 갈등을 안전하게 처리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남편과 심하게 다툰 날 누군가를 때리는 꿈을 통해 쌓여 있는 분노를 처리할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 심한 충격을 경험한 경우, 정화되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 있으면서 사소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반복되는 악몽을 꾸게 되기도 합니다. 꿈은 이렇게 마음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에 훌륭한 자기분석의 대상이 됩니다. 자기분석을 통해 현재의 증상의 원인을 찾고 이해함으로써 더 이상 반복되는 증상에 구속되지 않게 됩니다.

알아차림 명상은 꿈보다 더 직접적이고 깊은 자기분석이 가능하도록 해줍니다. 호흡을 기준점으로 집중하면서 마음을 고요히 하고 있으면 집중을 방해하는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들이 떠오릅니다. 예를 들어 ‘불안’ 으로 느껴지는 감정이 일어났을 때에 ‘불안’이라고 이름 붙이며 알아차림하고 호흡으로 돌아와 집중을 하면 보통 ‘불안’은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만일 ‘불안’이 여전히 느껴질 경우 자세히 감정을 살펴보면 막연한 ‘불안’이 아닌 다른 감정인 ‘외로움’이나 ‘상실감’과 같은 각자에게 의미있는 것으로 알아차림 되어집니다. 그리고 좀더 구체적이고 숨어 있던 무의식적 기억들이 떠오르게 됩니다. 그 순간 과거의 힘든 경험들이 자신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마음의 기본 틀이 되어 지금 현실과 다른 감정을 만들어내고 있었음을 통찰하게 됩니다.

이렇게 알아차림 명상을 꾸준히 생활화 하다보면 저절로 자기 분석이 일어나고 마음이 정화되면서, 맑고 밝으며 고요한 상태가 되어 궁극적으로 삶의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아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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