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가 지났음에도 무더위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매년 제주를 강타하던 태풍조차 외면하는 올 여름이다. 역대 최고의 무더위와 열대야를 기록하는 올해는 유난히도 모두가 지쳐가는 낮과 밤이다. ‘어디갈까?’라고 서로에게 물을 때 ‘계절음식점 갈까?’ 하면 좋다고 맞장구를 치며 찾아가는 곳이 바로 강정천, 악근천, 속골 등이다.

이런 계절음식점이 있는 곳은 사실 제주도민들만 알고 있다가 최근에는 제주를 찾는 여행객들까지도 알음알음 소문 듣고 찾아오는 곳이 되어버렸다. 얼음장보다 더 시원한 물이 흐르는 천을 곁에 두고, 여름철 최고보양식 닭백숙 같은 맛있는 음식들을 먹고 나면 더위는 잠시 잊혀진다.

계절음식점 특성상 주말이면 아침부터 사람들이 찾는다. 물론 평일에도 일찍 찾는이들이 간혹 있지만 특히 주말 점심에는 사람이 꽉 찰 정도로 많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평일 해 질 무렵 가는 것을 더 추천한다. 낮에는 덥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많은 탓에 일하는 분들이 너무 바쁘게 분주히 움직인다. 그러다보면 주문할 때도 그렇고 이것저것 다 챙겨주지 못해서 먹는 내내 불편하고 마음 상하는 일도 자주 발생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 찾아가는 곳이 바로 계절음식점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강정천계절음식점

그동안 대세였던 속골은 여전한 인기를 자랑하지만 올 해는 강정천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1급수에서만 산다는 은어가 서식할 정도로 깨끗하고 맑은 물에 대한 이미지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곳에서는 먹기 힘든 은어튀김이 있어서 인지 아이들이 물고기를 잡으며 물놀이를 할 수 있는 환경 탓인지 올 한해 SNS에서는 강정천 계절음식점의 사진과 글을 더 많이 접할 수 있었다. 그럴만도 하다. 서귀포시SNS서포터즈 올 여름 야유회도 강정천에서 했을 만큼 핫한 곳이기도 했고, 나 또한 올 해 속골보다는 강정천을 3번 이상 정도는 갔던 듯하다. 강정천에는 ‘진소’와 ‘왕돌’ 계절음식점이 다리 밑에 나란히 붙어 있어서 마음에 드는 곳으로 가면 된다.

늦은 오후에 갔을 때의 풍경을 강추하고 싶다. 노을 빛으로 물들어가는 햇빛이 강정천에 반사되어 금빛처럼 반짝반짝 비쳐지는 풍경은 정말 이 곳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압도적인 아름다운 풍경이다. 그 물 위 평상에서 커다란 닭백숙과 하루의 피곤을 술 한잔으로 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신선놀음이 따로 없고, 여기가 바로 지상낙원이다. 아이들은 옆에서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물고기도 잡으며 첨벙첨벙 연신 신나게 논다. 강정천 계절음식점의 장점은 여성들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인 화장실이 비교적 다른 곳보다는 나름 깨끗한 이유이기도 하다. 시원하게 쏟아져 내려오는 강정천에 발을 담가 먹어보지 못한 자는 여름제주의 매력을 모를 것이다.

바로 옆 ‘악근천’ 역시 계절음식점이 있다. 켄싱턴 리조트(구 풍림리조트) 동쪽 아래로 내려가면 좁은 폭으로 흐르는 하천이 바로 ‘악근천’이다. 조금 작은 천의 뜻을 가진 ‘아끈’이 합쳐져 불려지는 것이 ‘악근천’이다. 닭백숙의 맛이 다 비슷해서 어디를 가던 상관없다고 한다면, 닭백숙 전골(부르스타에 국물과 끓여먹는 스타일)은 악근천 계절음식점이 제일 훌륭했다. 버섯과 야채, 삶은계란 등 냄비 한 가득 꽉 채워져 4명이서도 충분히 먹을만큼 푸짐한 양이다. 강정천에 비하면 조금은 작은 규모이지만 이 곳은 다른 곳 보다 조용히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골을 시키면 죽은 딸려져 나오니까 가급적 전골을 시키는게 좋을 듯 하다.

속골 닭백술전골

‘속골’은 명실상부 여전히 제주의 계절음식점을 대표하는 곳이다. 한라산에서 흘러 떨어지는 시원한 용천수가 범섬 앞 바다를 향해 흘러가는 그 천혜의 경관이야 말로 보는 값만으로도 이미 배를 채웠다고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아간다. 여행객들에게도 제일 널리 알려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속골’은 다른 곳과는 달리 발을 냇가에 담근 채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제일 크다. 이곳에서는 냄비토종닭을 먹은 뒤 국물에 라면사리를 추가하는 것이 속골 계절음식점의 화룡점점을 찍는다고 말하고 싶다. 무더운 여름 발 담그며 술 한잔 할 수 있는 곳이 어디 흔할까? 게다가 해질 무렵에는 노을 지는 서귀포의 아름다운 바다와 서귀포만의 예쁜 풍경을 함께 바라본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여서 오늘 저녁이라도 당장 가야겠다.

토종 닭백숙은 5만원(죽은 별도 5천원), 전골은 6만원 그리고 은어튀김은 2만 5천원에 각 음식점마다의 메뉴가 별도로 있다. 카드가 안되는 곳도 있으니 현금을 준비해서 가져가는 것도 당황하지 않고 먹을수 있는 방법이다.

여름이면 제주가 분주하다. 이렇게 시원한 하천이 흐르는 곳도 좋지만, 한 여름에도 감기 걸린다는 돈내코와 솜반천, 정모시 쉼터, 막숙등 마을 곳곳마다 숨겨진 명소들에 사람들이 몰린다. 그곳에서 각자 싸온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무더위를 식히는 것도 좋지만, 사실 그 뒷자리는 깨끗하지 못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어지럽혀진 술병과 음식물 쓰레기 그리고 기저귀와 휴지들로 몸살을 앓는 모습은 늘 인상을 찌푸리게 된다.

짜증도 많이 나는 올 여름 제주의 무더위. 아름다운 서귀포 천혜의 풍경속에서 맛있는 음식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먹으며 즐기되 떠나간 뒷 자리 또한 아름다운 서귀포시민이 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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