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르르... 우와아! 엄마! 깔깔깔...” ‘촤아악! 촤르르륵!’

공원 바닥분수가 아이들과 노는 건지 어른들과 노는 건지 신명이 났다. 동글동글 물줄기가 한번 하늘을 가를 때마나 누구의 것인지는 모르지만 청명한 웃음소리가 공원 하늘에 물든다. 그 노을이 바다를 발그레 물들일 때 쯤 청년들의 감미로운 노래도 공원 구석 구석을 물들인다. 『토마토 기빙데이 팀』 오늘은 그들의 감미로운 상생을 소개한다.

 

토마토 기빙데이

토마토 기빙데이는 2015년 5월 마지막주 토요일 새연교에서 시작됐다. ‘토마토’라는 이름은 ‘토’요일 ‘마’지막 ‘토’요일의 앞 글자를 따서 지은 이름이다.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이 되면 서귀포에서 일도 하고 노래도 하는 몇 몇 뮤지션들이 모여 잠시 형편이 어려워 생활고를 격고 있는 청소년들을 위한 자발적 모금공연을 시작했다. 연말이 되면 서귀포시청의 추천을 받아 운동화를 선물할 청소년을 추천받고 그 친구들의 발을 빛내줄 예쁜 메이커 운동화를 사 설날 즈음에 전달했다. 그렇게 전해진 운동화가 100켤레 남짓... 오늘은 이 팀의 주요 맴버들을 만나 꽃보다 향기로운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한다.

 

천지고속관광 대표 양대철

토마토 기빙데이 팀의 리더 양대철. 그는 서귀포시에 주소지를 둔 유일한 전세버스 회사인 ㈜천지고속관광의 대표이사이다. 이제 갓 40을 넘긴 사람 좋게 생긴 그를 서귀포시 강정동에 위치한 전세버스 차고지에서 만났다. “왜 이 행사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음악을 좋아했던 제 중학교 친구 동준이와 함께 아무의 도움도 받지 않고 우리가 하고 싶은 노래를 실컷 해보는 무대를 꼭 만들자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쯤 약속을 했더랬습니다. 꿈을 이룬거죠! 이런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랬지만 언제쯤일지는 잘 몰랐습니다.” 대철씨는 작고하신 아버지께서 생전에 운영하시던 전세버스 사업을 몇 년 전 물려받았다. 수학여행단 중단, 요우커 단체관광 중단 등 제주관광 전반이 어려워지며 회사 운영에도 고통이 찾아왔다. 서귀포에 있는 유일한 전세버스 회사가 사라져 버릴 수 도 있을 만큼 어려운 시기도 있었다. “아버지의 땀과 얼이 배어 있는 회사를 놓을 순 없었습니다. 직원들과 함께 힘을 합쳐 방법을 모색하고 어떻게든 회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행복을 노래하던 그의 얼굴에 쓸쓸함이 잠시 스쳐간다. 그러나 이내 “토마토가 주는 선물을 받은 친구들이 메시지를 전해와요. 새학기에 저도 새신발을 신고 등교하고 싶어 소원을 빌었는데 그 소원을 들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고 오히려 저희들이 그 자리에 얼어붙어 펑펑 울었습니다. 온기라고는 하나도 없는 어느 집에서 두꺼운 점퍼를 입고 맨발로 나와 저를 맞았던 친구의 모습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거예요. 토마토로 말할 것 같으면 잠시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 친구들이 저희에게 어떻게 살아야 사람다운 것인지를 가르쳐주는 스승같은 공연입니다.” 활짝 웃는 그의 얼굴에 윤이 난다.

대유랜드 직원 김동준

양대철 리더와 함께 실컷 노래하기를 꿈꿨던 친구 김동준. 그를 만난 곳은 서귀포시 상예동에 위치한 대유랜드다. 흙먼지를 날리며 ATV(산악용4륜오토바이)를 타고 관광객들의 체험을 돕고 있다. “10년째 다니고 있어요. 처음에는 꿩요리 전문식당에서 일했습니다. 지금은 커피숍에서 일하지만 오늘같이 바쁜 날은 수렵 파트에 지원을 나옵니다.” 소년같은 외모의 그가 토마토에서 주로 부르는 노래는 매일매일 기다려나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 같은 락이다. “대학에 들어가 기타동아리 활동을 했습니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하던 음악을 좀 더 가까이서 할 수 있었죠. 음악을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실컷 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대철이와 함께 우리끼리 하고 싶은 노래 좀 실컷하면 좋겠다고 삼십대 후반에 결성한 것이 ‘토마토’가 된 거죠. 하고 싶은 노래를 하면서 어려운 친구들까지 도울 수 있게 되어 정말 좋습니다.” 회사에서도 베터랑답게 열정을 다하는 그가 부르는 락이 또 듣고 싶어진다.

한솥도시락 서귀포점 박상준

‘토마토’의 막내 박상준. 그를 만난 건 시내 한복판 중앙로에 위치한 한솥도시락에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갔어요. 노래가 하고 싶어서요. 음반도 내고 트롯으로 전향해 연습도 하고... 그러다 이건 아니다 싶어 노래를 완전히 놓은 적이 있었습니다.” 주문 들어온 도시락을 싸며 그가 이전의 일들을 하나씩 꺼내 놓는다. “서울에서 거짓말 조금 보태 안해본 일이 없었습니다. 아르바이트에 영업사원, 보험까지... 그러다 이건 아니다 싶은 거에요. 그래서 서귀포에 돌아왔습니다. 도시락집 하려고요.(웃음) 고등학교 밴드보컬시절부터 알던 대철이형이 어느날 무심하게 노래 같이 하자고 하는 거에요. 네! 이렇게 대답하고 저도 토마토의 맴버가 된거죠.” 그의 도시락만큼이나 다양한 에피소드와 노래에 대한 확실한 열정이 느껴진다.

“형들한테 미안해요. 도시락가게를 마치고 공연장에 가보면 형들이 다 세팅을 해두거든요. 일 때문에 어쩔수 없다지만 막내가 이러면 안되는데 라는 생각에 정말 형들에게 미안합니다. 이렇게 행복한 노래부르기에 불러 준 것도 감사하고요.” 감미로운 발라더 도시락집 사장님 박상준씨의 손이 분주해질 때 쯤 가게를 나섰다.

서귀포악기점 이창환

토마토의 공연 중 양념같은 진행을 해주는 이창환. 서귀포악기점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서귀포 아가씨와 결혼해 서귀포로 와 정착하고 두 아이를 낳은 아빠다. “악기점은 그냥 있는거예요. 악기를 사러 손님이 오셨던 건 손에 꼽힙니다. 방과 후 수업이나 납품, 다른 일들을 하며 그냥 열심히 사는거죠, 뭐.” 동글 동글 귀여운 외모와 소처럼 크고 맑은 눈을 가진 그가 특유의 위트와 함께 이야기를 시작한다. “토마토는 처음엔 그냥 구경갔었습니다. 관광도슨트 교육을 받을 때 교육버스를 운전해주던 기사분이 대철이 형이었죠. 인연이 되어 친해지기도 했고 제가 악기점을 하게 되며 형에게 기타를 배우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공연을 돕는 일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못하는 노래도 시켜서 진행만 아니라 랩도 합니다.(웃음)” 토마토를 통해 함께 행복을 전하는 일이 싫지 않다고 표현하는 그에게서 커다란 기쁨을 느낀다.

토마토 기빙데이 자구리공원 공연 중

잠시 힘들 때 그늘을 내어주는 나무처럼 고마운 사람들. 『토마토 기빙데이 팀』맴버들은 그들의 녹록치 않은 삶 속에서도 아파하는 청소년들의 마음을 쓸어내려주는 착한 공연자들이자 향기나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신발이 없음을 한탄했는데, 거리에서 발이 없는 사람을 만났다.’는 데일카네기의 이야기가 불현 듯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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