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진성 쉰다리축제, 18~18일 열려

인근 주민이 서귀진성 쉰다리축제에 전시된 사진을 설명하고 있다.
전시된 사진들
메밀빵과 쉰다리

서귀진성 쉰다리축제가 18일과 19일 이틀간 서귀진성 일대에서 열렸다. 주민들은 그동안 익혔던 쉰다리 제조법을 이용해 쉰다리 맛 경연을 펼쳤고, 오래된 추억의 사진을 전시해 오래된 추억을 되새겼다.

조선시대 솔동산에는 서귀진성이 있었다. 조선시대 방어유적이 대부분 그렇듯이 이 일대는 빼어난 절경과 시원한 조망을 가진 구역이다.

서귀진성 주변은 과거에 서귀포의 중심이었다. 이후 서귀포의 신시가지가 형성되면서 도심은 쇠퇴의 길을 걸었다. 주민들은 마을의 활력을 찾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 그중 대표적인 게 쉰다리 사업이다.

지난해부터 57년생 닭띠들을 중심으로 서귀진성 입구에서 지나는 관광객들과 시민들에게 전통 발효음료인 ‘쉰다리’를 무료로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서귀진성의 가치를 알리고, 구도심의 중심지였던 솔동산의 정체성도 찾아보고자 했다.

지난봄에는 서귀진성 일대에 나팔꽃 3000그루도 식재했다. 서귀진성을 주민과 관광객이 즐겨 찾는 곳으로 나들이 명소로 가꾸고 싶은 정성과 염원이 읽힌다.

주민들은 18일부터 이곳에서 추억을 펼쳐 축제를 열었다. 축제라고 해도 초청가수의 공연이나 유명 인사들의 축사가 있는 그런 행사가 아니다. 주민들이 한국전쟁 이후 가난했던 시절의 눈물겨운 추억들을 되새길만한 이야기를 펼치기 위한 자리다.

그래서 축제의 주요 테마는 쉰다리와 오래된 흑백사진이다. 쉰다리는 음식이 귀했던 시절, 먹다 남은 밥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 고안해낸 발효음료다. 지금은 건강음료로 새롭게 조명을 받지만 6~70년대는 음식을 아끼는 수단이었다. 그리고 흑백사진은 눈물겨운 그 시절의 추억을 증언한다.

주민들은 18일부터 이곳에 50년 전 풍물과 풍광을 담은 사진 50여점을 전시했다. 한국전쟁 후 제남보육원, 아무 건축물도 없었던 천지연 일대, 결혼식날 신랑과 신부를 태우던 시발택시,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젊은 해녀 등등. 우연히 서귀진성을 방문한 사람들도 당시의 사진을 바라보며 아련한 회상에 잠긴다.

60세 이상 주민들이 참여하는 쉰다리 만들기 경연대회도 열렸다. 쉰다리가 사라져가는 시대에, 어르신들에는 오래된 얘깃거리를 찾았다. 집집이 잠자던 쉰다리 레시피가 공원에 드러나고 시민과 관광객들은 오묘한 그 맛에 빠져 잠시 말을 잊었다. 주민들은 쉰다리와 곁들여 먹을 수 있도록 메밀빵을 제공했다. 처음 맛보는 메밀빵인데, 무채를 빙떡 안에 넣은 것처럼 메밀 반죽에 무채를 넣은 후 쪘다. 빵을 씹는 맛이 고소한데, 속에 무가 부드러운 맛을 더해 건강한 느낌을 준다.

안타깝게도 오래된 가뭄 탓에 주민들이 애써 키운 나팔꽃은 활짝 피어나지 못했다. 돌아오면서 내년에는 더 화려한 축제를 볼 수 있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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