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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여성이 만든 메밀과 바싹불고기의 자청비 코스요리, 한땀 한땀의 철학으로 먹는 효돈마을 ‘베지그랑’
팀, 서귀포 신대장 | 승인 2018.08.24 10:31

' 나는 요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꿈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

효돈마을 골목길 돌담 안, 오소록하게 자리잡은 제주스러운 퓨전음식점 ‘베지그랑’의 간판이다. 감귤 밭 안 제주의 전통 돌창고에 넓은 주차장이 시원하게 보인다. 여느 집과는 달리 상호명을 내세웠다기보다 자신의 요리에 대한 철학으로 손님에게 제일 먼저 인사를 한다.

‘베지그랑’만큼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운 제주어가 있을까? 보통 음식 쪽으로는 '진하게 맛있다' 혹은 '행복하고 좋다'라는 뜻으로 만족감을 표현할 때 쓰는 예쁜 제주어 이지만 우리 삶에 있어서는 실제 더 큰 폭의 의미로 다양하게 쓰이기도 한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셨던 제주여자 ‘고지영’님은 푸드스타일리스트, 창작요리 연구가 이자 가게를 직접 운영하시는 오너 셰프다. 어릴 적부터 할머니께서 집에서 해주던 요리의 방식을 고집하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미했다. 그래서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맛을 동시에 느낄수 있다. 거기에 오묘한 공간이 주는 매력에 셰프가 이야기해주는 맛의 방법이 더해져 오랜 기억으로 남는 요리를 안고 가게 된다. 요즘 SNS를 쫓아다니는 제주에서는 흔치 않게 입에서 입으로 찾아가게 되는 곳 중 하나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참 아늑한 공간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너무 화려하지 않은 아늑한 공간은 사장님이 대부분 꾸몄을 정도로 감각이 좋으시고, 원목, 제주 갈천, 친환경 페인트로 내부를 꾸몄고, EM비누, 식기, 도구, 용기 등은 화학성을 최대한 배제하여 손님의 건강까지 생각하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다. 음식의 맛뿐 아니라 환경, 열정, 아이디어, 재료까지 음식의 시작과 끝, 모든 것을 한땀 한땀 소중하게 생각하신다.

청정지역 제주에서 자라나는 재료 본연의 맛을 중요시 여기는 소울푸드 음식점 ‘베지그랑’은 서홍동 선반내 고개에서 2016년 효돈마을 안으로 이사를 왔다.

때마다 메뉴의 변신도 시도하지만 본질을 잊지 않기 위해 요즘은 단일 메뉴에 집중을 하신다. 지금은 연인들이 사랑스런 시간을 즐기고 싶을 때, 귀한 손님대접을 하고 싶을 때 드실 수 있는 ‘자청비의 요리’가 있다.

‘자청비의 요리’는 코스요리이다. 연두부, 메밀면, 바싹 불고기(제주산 돼지고기), 제주 전통옹기 발효 요거트(베지그랑 메이드), 할손트, 모카포트 커피로 구성되어 있다.

단품이 아니라 코스요리 이기 때문에 배는 최대한 가벼이 오는 편이 좋겠고, 건강한 식재료에 자신의 철학과 정성, 그리고 노력에 맛을 더한 음식을 내어주는 만큼 가격 또한 만만치 않기도 하다. 그러나, 다 드시고 난 후 그 가격이 아깝지 않다고들 하는 이유는 직접 먹어본 자만이 알 수 있다.

그런데 왜 ‘자청비의 요리’일까?

제주설화에서는 사랑과 농경의 여신을 ‘자청비’라 했다. 하늘에서 내려온 옥황상제의 아들을 좋아하게 되어 온갖 시련과 역경 속에 드디어 옥황상제의 허락을 받아 오곡을 갖고 지상으로 내려오게 된다. 그런데 한 가지 곡식을 잊어 먹었고 그때 다시 하늘로 올라가 뒤늦게 가져온 곡식이 바로 메밀 씨였습니다. 다시 하늘로 올라가 가져올 정도로 메밀은 중요한 곡식이 아니었을까? 예전에는 우리나라 메밀 80%를 제주에서 재배했었고, 여전히 메밀 최대생산지이기도 하다. 척박한 땅에서도 2모작이 가능할 만큼 끈질긴 생명력의 메밀은 제주를 상징하는 것중 하나였다.

그렇듯 전통 메밀요리를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재해석하여 탄생된 요리가 바로 제주여성셰프가 만든 ‘자청비의 요리’다.

부드러운 연두부로 식감을 돋우면, 차롱그릇에 잘 뽑은 메밀면과 바싹 불고기가 나온다. 이걸 어떻게 먹는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음식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해주면서 어떻게 먹어야 더 맛있게 먹는지에 대한 설명을 해주시는데 그 것에 따라 먹으면 된다. 설명 따라 먹으면 실제 맛이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바싹 불고기는 잘게 다진 제주산 돼지고기를 사과, 꿀, 조청, 대파의 흰 부분을 넣고 만든 양념장에 버무렸다고 한다. 얼핏보면 작아 보이지만 절대 그건 아니다. 안이 꽉차있어서 흐물흐물 거리지도 않고, 다 먹으면 배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다. 배를 살짝 두드릴만할 즈음, ‘베지그랑’의 손 맛 좋은 디저트 파티가 시작된다.

할손트는 그 옛날 할망(할머니)께서 해주셨던 손지(손자, 손녀)에게 만들어 준 추억의 디저트를 구현해 내었다고 한다. 팥을 바닥에 깔고 투명한 우뭇가사리를 얇게 덮었다, 모카포트 커피와 함께 먹으면 그 맛이 아주 좋다고 소문이 낫고, 그 맛은 어쩌면 달콤한 초콜릿의 맛에 가깝다고 해야할 지도 모르겠다.

생활력 강한 제주여자여서 일까? 혼자서 정신없이 이리저리 바쁘지만 요리에 대한 그녀만의 강한 신념과 철학은 변함없이 그 곳의 매력으로 남았고, 그 매력에 빠져보고 싶은 사람만 그 곳에 가는 것... 베지그랑은 이미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문의 : 064.732.1379

위치 : 서귀포시 효돈로 170번길 20

오픈 : 오전12시 ~ 오후7시(마지막 주문 6시)

휴무 : 수요일

팀, 서귀포 신대장  sgp199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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