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50대 남자환자가 극심한 가슴통증을 호소하며 서귀포의료원 응급실에 왔다. 응급으로 촬영한 CT에서 대동맥박리 진단이 내려졌다. 그것도 급사위험이 높은 상행대동맥에 발생한 대동맥박리였다. 대동맥박리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혈관인 대동맥의 내막이 찢어져서 그 틈으로 피가 고이는 병으로 시간당 사망률이 1%씩 높아지고 24시간 이내 사망률이 25%에 이르는 응급 질환이다. 응급수술을 해야 하는데 수술 도중 사망률도 20%에 이르는 무서운 병이다. 비상이 걸린 응급실에서는 수술이 가능한 제주대병원과 한라병원에 급히 연락했으나 마침 대동맥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없어서 제주도 내에서는 수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응급수술을 하지 않으면 환자가 언제 사망할지 모르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혈압은 70/50으로 쇼크 직전이었다. 서울 삼성병원으로 다시 연락했다. 다행히 환자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제주도에는 응급환자 이송용 헬기가 없어서 중앙119구조본부에 헬기를 요청했다. 그러나 태풍의 간접영향으로 제주지역 기상이 나빠서 헬기가 뜰 수 없다고 했다. 멀쩡히 눈뜨고 죽음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인가. 응급실 의사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중앙119상황실과 연락을 시도했다. 지성이면감천이라고 대구에 있는 119헬기가 올 수 있다고 했다. 밤 10시40분 악천후 속에 도착한 119헬기에 환자를 태우고 비바람을 뚫고 목숨을 건 환자이송작전이 시작되었다. 다음날 새벽 1시 넘어서 서울 삼성병원에 무사히 도착하여 대기하고 있던 흉부외과 수술팀이 바로 응급수술에 들어갔다. 6시간에 걸친 대수술과 연이은 재수술 끝에 현재 환자는 일반병실로 옮겨서 회복 중이다. 그렇게 해서 기나긴 사투가 끝이 났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일이 가끔은 실제 일어난다. 서귀포의료원 응급실은 산남지역에서 유일한 응급의료센터이다 보니 이런 중환자가 드물지 않게 방문한다. 대동맥박리와 마찬가지로 급성심근경색증도 시간을 다투는 무서운 병이다. 서귀포에서 제주시 병원까지 가는데 걸리는 1시간은 환자에게는 너무 위험한 도박이다. 서귀포의료원은 심근경색증을 치료할 수 있는 심혈관센터를 24시간 운영 중이다. 그동안 시민들의 눈높이에 다소 못 미쳤던 서귀포의료원은 도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유능한 의사들을 유치하는 등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지난 선거 때 도지사가 공약한대로 응급실에 의사 2명과 간호사 5명을 더 배치해서 도민들이나 관광객들이 갑자기 아프거나 다쳐서 응급실을 방문해도 제대로 된 응급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서귀포의료원장 김상길

약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안덕의원 원장

대한가정의학회 제주지회장

대한가정의학회 차기 회장

현) 서귀포의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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