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기계조차도 오류가 있는데, 하물며 살아 숨쉬는 사람은 하루에도 여러 번 실수를 반복하면서 생활합니다. 실수는 당연한 것이지만 때때로 그 실수가 반복해서 나타날 때에는 어딘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Attention-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ADHD)는 아동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 중 하나입니다. 여러 방송 매체를 통해서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동들에게서 이 질환이 원인이 된다는 것을 사람들은 익히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성인에게서 ADHD 관련된 증상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고, 실제로 성인ADHD가 생각보다 많은 발병 빈도를 보인다는 연구들이 알려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성인의 약 4% 내외에서 성인ADHD가 있을 것으로 추정이 되고도 있습니다.

눈에 띄게 반복적으로 실수를 하게 되는 것은 바로 이 성인ADHD의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ADHD는 뇌에서 주의집중력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이 균형이 깨지거나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할 때 발생하거나, 혹은 주의집중력을 담당하는 뇌 기능의 이상이 발생할 때 ADHD가 생겨날 수 있습니다.

성인ADHD는 싱인에서 발병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가 아동기 때 발생한 ADHD를 모르고 지내오다가 성인기까지 이어질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자기 일에 집중을 잘 못하는 사람들이 과거 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마찬가지로 자신의 능력에 비해서 학업 성취가 낮거나 유독 집중을 잘 못했던 시절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성인 ADHD는 여러 다양한 증상들로 나타날 수가 있습니다. ‘주의력 결핍’, ‘과도한 몰입’, ‘건망증’, ‘불안정 및 감정조절 어려움’, ‘충동성’. 이중 아동기 때 보이던 과잉행동은 사춘기로 접어들면서 점차 줄어드나 충동성이나 감정조절의 어려움, 주의력 결핍 증상들은 여전이 남아 있게 되어 학교 생활의 적응이 힘들고, 성인이 되어서 사회 및 직장 생활의 어려움으로 이어집니다. ‘주의력 결핍’은 대부분 업무 능력과 이어집니다. 간단한 일이어도 끝마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끝마치지 못할 수가 있고, 세밀하고 꼼꼼하게 챙겨야 하는 일들에 실수가 많이 발생합니다. 또한 상관이 없는 주변 상황들에 자꾸 관심을 두어 산만해지고, 한 가지 일을 하다가도 금새 다른 일들에 관심을 돌리고 다른 일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과도한 몰입’은 흔히 흥분을 유발하는 일들, 가령 TV나 게임 등과 같이 보상과 흥분이 뒤따르는 일들에 대해서 과도하게 몰입하고 중요한 일들을 놓치기도 합니다. ‘건망증’은 흔히 나타나는 증상으로 일을 계획적으로 하지 못하고, 물건이나 약속 등을 쉽게 잊어버립니다. 정리정돈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불안정 및 감정조절 어려움’은 눈에 띄게 문제가 되는 증상들은 아니지만, 자극적인 일들을 추구하면서 쉽게 지루하게 느끼다보니 안정적인 감정 상태가 유지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기분의 변화가 상당하여 조급하고 예민하게 화를 잘 낼 수가 있습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충동성’입니다. 자제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화가 나거나 본인이 원하는 것들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곧바로 표현을 해버립니다.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돌발적으로 행동해버리고, 항상 말보다 행동이 앞선다는 성격으로 내비칩니다. 그러다보니 대인 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주변에 무례하다는 평을 듣기도 합니다. 때로는 중독의 위험이 높아지기도 합니다.

성인ADHD의 진단은 의사의 문진과 증세를 종합해서 평가하여 내려집니다. 증상만으로 진단이 어려울 때는 어려울 때는 주의집중력의 정도를 평가할 수 있는 심리검사들을 함께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MRI와 같은 뇌영상검사로는 아직 정확한 진단은 어렵습니다.

성인 ADHD 진단을 쉽게 하기 위해 사용되는 체크리스트가 있습니다 (표 참고). 이 검사지에서 검게 칠한 부분이 4개 이상이면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성인 ADHD의 치료법은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성인의 경우 사회적 관계 기술을 개선하기 위한 인지행동치료가 많이 사용됩니다. 성인 ADHD 환자에게 일정표를 사용하게 하여 체계적으로 일정을 관리해 업무효율과 집중력을 높일 수 있게 합니다. 감정조절훈련을 통해 화가 나고 감정조절이 안될 때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고 분노를 조절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약물치료는 중추신경계 자극제인 메칠페니데이트 계통의 약물이나 부프로피온과 같은 항우울제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성인 ADHD는 일상생활에서 많은 어려움을 가져옵니다. 그러나 질환인지 인식을 못하고 단순히 성격 탓으로만 돌리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증상들이 의심이 되고 ‘혹시 내가 성인 ADHD는 아닐까’ 생각이 든다면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전문의와 상의하여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카이스트(KAIST) 의과학대학원 박사

한양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전임의

한양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전 차의과대학교 분당차병원 교수

현 시울정신과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