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용길/제주언론인클럽회장 ․ 서귀포문화원 문화대학장

 이달 9월은 오랜 세월, 분단의 아픔과 질곡(桎梏)속에 고통 받고 있는 우리들에게 매우 특별한 달이 될 듯싶다. 오는 18일부터 문재인대통령이 2박3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하여 남북 정상회담을 갖게 되기에 더욱 그러하다.

 분단 이후 남북 정상의 만남은 김대중 ․ 노무현정부 시절 각각 한 차례씩 뿐이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들어서는 지난 4월과 5월에 이어 벌써 세번째 정상회담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두 차례의 판문점회담이 정치적인 선언과 상징적인 약속이었다면, 이번에 열릴 평양회담에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논의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은 뭐니 뭐니 해도 핵(核)문제이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흔히 ‘비핵화(非核化)’라는 말로 포장하고 있지만, 이는 도저히 믿음이 가지 않는 소극적인 표현이요 행동일 따름이다.

 ‘아닐 非’가 아닌 ‘완전’폐기여야만 한다. 핵의 완전폐기를 확인하기까지에는 상당한 시간과 인내가 필요할 터이다. 여태껏 강성대국을 부르짖으며 핵개발을 비롯한 온갖 침략무기를 확보하는데 혈안이던 저들이, 하루아침에 핵을 포기하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무리 두 정상이 만나, 웃는 얼굴로 대화를 나누고 어느 정도 언약을 한다 하더라도, 이전의 북한 행태로 보아서는 결코 가볍게 수긍할 수가 없는 노릇이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체제보장과 경제협력이라는 미명아래 그에 걸맞은 엄청난 대가를 요구할지도 모른다.

 그사이 남북 간 정상회담과 더불어 미․북 간 정상회담까지 잇따라 열리게 되자, 우리 모두는 환호하였다. 평화가 당장 눈앞에 다가온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북한은 이리저리 둘러대거나 변명하려 하지 말고, 완벽하게 핵부터 없애야 한다. 우리로 하여금 신뢰할 수 있도록 진실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 연후에, 평화(平和)선언이나 종전(終戰)선언을 채택하는 것이 순서이고 정석이다.

 대통령의 평화를 위한 노력에 적극 호응하고 힘을 실어주는 것은 국민으로서 당연한 도리이다. 다만, 적어도 ‘완전폐기’때까지는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9월하면 생각나는 게 또 있다. 6.25당시 제주의 젊은이들이 자원(自願)입대하여 참전한 사실이다. 전쟁 소식을 듣고 해병대를 지원한 이 고장 3천여 젊은이들은 9월 1일, 전선을 향해 산지항을 떠난다. 이들은 불과 2주일 후인 9월 15일에는 유엔군과 함께 인천상륙작전에 참여하여 승전보를 전한다.

 마침내 9월 28일, 무려 석 달 동안이나 적치(赤治)하에 있던 수도 서울을 탈환하기에 이른다. 이때 우박처럼 쏟아지는 탄환을 뚫고 중앙청에 태극기를 게양한 용맹스런 국군이 바로 우리 제주출신 해병들이었다. 이 전쟁에서 1천5백여 명의 용사들이 고귀한 목숨을 조국에 바쳤다.

 이 땅의 평화와 통일은 우리민족의 지상과제이다. 이를 위해 우리 선배들은 단 하나의 귀중한 생명을 희생해가며 대한민국을 수호해 온 것이다. 힘이 없는 평화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허명(虛名)에 불과하다.

 진정한 평화는 힘을 바탕으로 한다.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어떻게 지켜온 대한민국인가를 다시금 상기하며, 여하한 무력도 물리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비축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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