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 포구

  -윤봉택

 

강정포구에 와서

보아라

그 어느 섬에서도

나타나지 않는 마음 닻 내라는

포구가 있나니,

 

고개 들어 마라도를 보면

이어도 건너는 길목이 보이고

물결 이는 이랑마다 노 저으며

허리 펴는 보재기들,

 

물 우로 흐르는 범섬으로 닻 내리면

마파람에 옷 벗는 해안선

태왁 띄운 섬마다

이 마을 올래가 다시 열리고

 

아이들의 바다를 바라보는

조모님의 눈빛 포구에서

서별코지 하늬바람 맞지 않고서는

오늘밤 이 섬에서

잠들지 못하리라

 

화창한 날, 강정포구를 다시 찾았다. 하늘도 구름도 모두 옛 것인데, 바다는 옛날 바다가 아니다. 시인을 따뜻하게 품어주던 ’서별코지 하니바람‘도 ‘마음 닻 내리는’ 바다도 이젠 그곳에 없다. 외국 함정들이 드나드는 기지만이 남았다.

며칠 후면 청와대와 해군이 기획한 거대한 군사 쇼가 이곳에서 펼쳐진다. 박노자가 언급한 것처럼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병영국가임을 이 평화롭던 바다에서 확인하게 돼서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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